민간투자 중 90% 562조 수도권 편중 사실상 ‘수도권 규제완화’ 부작용 우려 |
청주 오창 이차전지 국가첨단산업 특화단지 [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가 전국 7개 지역을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로 지정한 가운데 전체 민간투자 614조원 가운데 90%가 넘는 562조원이 수도권에 편중돼 지방은 ‘빛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의 세계적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7개 지역을 국가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로 지정했다.
반도체 특화단지는 경기도 용인·평택과 경북 구미가 지정됐으며, 이차전지는 기존 관련 인프라 등을 감안해 광물가공과 재활용은 전북 새만금, 소재는 경북 포항, 셀은 청주와 울산 등으로 나눠 정했다.
디스플레이는 기존 인프라가 우수한 천안·아산이 선정됐다.
정부는 이번에 지정된 7곳의 특화단지에 오는 2042년까지 모두 614조원의 민간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허가 신속 처리, 킬러규제 혁파, 세제·예산 지원, 용적률 완화, 전력·용수를 포함한 기반시설 맞춤형 패키지 제공 등 지원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또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도입해 인·허가 신청 후 60일이 지나면 자동처리된 것으로 간주하고,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의결을 거친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특례도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특화단지에 대한 민간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전체 612조원 가운데 90% 정도를 차지하는 562조원이 수도권인 용인·평택에 조성되는 반도체클러스터 구축에 투입된다.
나머지 9%를 갖고 비수도권 6개 지역에 나눠주기식 민간투자가 이뤄지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천안·아산 17조2000원, 포항 12조1000억원, 울산 7조4000억원, 새만금 6조4000억원, 구미 4조7000억원, 청주 4조2000억원 등이다.
그나마 비수도권에 배정된 민간투자는 이미 관련 기업에서 투자계획을 밝히거나 투자가 진행중인 사업들도 있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이차전지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BM을 중심으로 관련 인프라가 구축된 청주의 경우 4680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업계 최초로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이 이미 4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고, 에코프로도 수천억을 들여 R&D(연구개발)캠퍼스 조성계획을 수립하는 등 정부가 정한 민간투자 목표액을 넘어선 상태다.
결국 정부의 특화단지 구축과 파격적 지원 방침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역균형발전 효과보다는 수도권 편중화를 심화시키는 사실상 수도권 규제 완화 효과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도권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클러스터 조성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다른 첨단산업들도 형평성을 내세워 수도권 입지를 요구하고 나설 경우 자칫 수도권 규제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에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 확대와 투자 증대를 유도하는 등 보완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