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퍼스는 1차전에 이어 2차전에도 똑같은 수비 대형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2-3지역방어죠. 두 명이서 top of the circle을 타이트하게 틀어쥐고 (주로 이 부분이 르브론이 정중앙 돌파를 시도하는 곳이죠) 세 명이 페인트존을 에워싸는 형태로, 다섯 명이 마치 원을 형성하듯 페인트존 안으로 들어와 있는 수비대형입니다.
이는 가속도를 붙여 한번에 곧장 치고 들어오는 르브론의 치명적인 중앙돌파를 막기 위한 전술임은 쉬 짐작할 수 있죠. 르브론이 들어오자마자 다섯 명이 한꺼번에 페인트존을 에워싸고, 여기에서 자동적으로 코너로 나가는 르브론의 킥아웃은 원의 맨 아랫쪽에 위치한 발빠른 가드가 금새 튀어나가 샷 컨테스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1차전에서는 이게 아주 잘 먹혔습니다.
르브론의 점프샷과 포스트업이 예전에 비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여전히 르브론은 돌파를 할때 제일 위력적인 선수고, 돌파가 안 되면 경기를 아주 뻑뻑하게 풀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 선수입니다. 그만큼 아직 미드레인지 게임으로 경기를 풀어갈만큼 점프샷이 안정적이진 못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1차전에서 고작 18점밖에 못했고, 장기인 돌파는 거의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2차전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르브론은 1,2쿼터때 돌파를 제대로 한번도 시도하지 못했죠. 카와이가 바짝 달라붙어 있는데다가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마누나 파커가 손을 뻗고 거기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던컨이 높이로 옥죕니다. 전형적인 2000년대 올드 스쿨 스퍼스의 수비죠.
그런데 스포감독이 이 포포비치의 수비 전술의 허를 찔렀습니다. 이 수비 대형은 르브론의 돌파를 막기 위한 것임을 감안해, 르브론을 공 가지고 닥돌시키는 대신 롤을 바꿔버린 것이죠.
공을 찰머스에게 주고 르브론을 섀도우 스크리너로 쓴 겁니다. 이 둘의 스몰픽앤롤 위치도 정중앙이 아닌 45도로 좀 바꿔서요.
르브론은 이제 포인트가드, 슈팅가드, 스몰포워드 역할을 넘어 빅맨의 역할까지 하네요.....
바로 이 포제션부터 르브론의 픽앤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찰머스가 공을 잡고 요란하게 들이대면 스퍼스 원의 맨 앞 둘이 붙는데 여기에서 르브론이 스크린을 서면 둘이 르브론과 스위치를 하는대신 둘다 찰머스에게 붙습니다. (르브론 돌파시에도 마찬가지) 그런데 여기에서 르브론이 칼 말론처럼 픽을 서고 곧장 롤인해 들어가는거죠.
이미 둘이 찰머스에게 붙어 떨어져 나간데다 르브론이 스퍼스 원형 수비대형의 한 가운데서 패스를 받아 뻥 뚫린 가운데로 곧장 치고나오면 나머지 세 명이 한꺼번에 외곽을 버리고 르브론에게 뛰어와야 합니다. 이미 두 명은 코트 바깥쪽에 있고요.
여기에서 르브론의 주특기인 외곽으로 찌르는 킥아웃이 살아나게 되었죠. 스퍼스 다섯 명이 외곽을 비워놓은채 다 자기에게 달라붙은 이 찬스를 놓칠리 없는 르브론의 레이저빔이 사정없이 외곽으로 발사되고 코너에서 대기하고 있는 레이 앨런이나 마이크 밀러같은 일류 슈터들은 오늘 삼점슛을 마치 자유투처럼 퍼부었습니다.
찰머스가 르브론대신 공을 잡고 르브론의 스크린을 받아 이동합니다.
찰머스 마크맨 파커와 르브론 마크맨 카와이가 스크린건 르브론은 비워놓고 공 가진 찰머스에게만 붙습니다.
원래 공 가지고 스크린을 받는 드리블러가 르브론이고,
포포비치의 이런 전술도 그런 르브론의 돌진을 막는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거죠.
그러다보니 스퍼스는 그 드리블러가 르브론이 아니어도 연습한대로만 하는겁니다.
순식간에 원형 스퍼스 빗장수비 중간이 휑하니 비었습니다.
이때 찰머스가 르브론에게 패스만 연결하면 르브론이 곧바로 중앙으로 롤인,
스퍼스 세명이 한꺼번에 뛰어나올 수밖에 없죠.
중앙에서 수비를 몽땅 모아놓은 르브론이 코너의 레이 앨런에게 레이저 빔을 쏩니다.
이미 와이드 오픈 찬스를 맞은 역대 최고의 삼점슈터에게서 어떤 결과가 나올진 당연한거죠.
포포비치가 르브론의 돌파 막을 줄만 알았지, 스크리너로 변해 애매한 지점에서부터 롤인해 들어가는 르브론의 플레이에 대한 해법은 전혀 없었던거죠. 이 방법으로만 4쿼터에 스퍼스가 5점 넣을때 무려 연속 19점을 쏟아붓습니다. 여기에서 이미 경기는 끝나버린거죠. 제가 보기에 오늘 경기는 두 감독의 머리싸움에서 스포감독이 이긴겁니다. 르브론 컨디션 오늘 최악이었고, 파커, 마누, 던컨도 오늘 영 아니었죠. 주축 선수들이 모두 경기 감각이 엉망이라면 결국 누가 더 적재적소에 알맞는 전술을 잘 쓰냐가 경기 승패를 좌우하겠죠.
스포 감독이 큰 판을 짜는 전략가인줄은 알았는데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전술가인줄은 몰랐군요. 다시 봤습니다.
디트는 침공에성공했지만 결국 보스턴 샌안은 넘지못햇죠... 그시절 르브론이 그립긴하지만 현재의 르브론이 훨씬무섭군요
경기보는 눈이 허접한 제가 봐도 본문에 말씀하신 공격이 보이던데 계속 당하더군요. 대책을 못 세우는 건지 안 세우는 건지.....
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점포와 마리오가 터진 이유가 여깄었네요 르브론의 스크리너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릅이 이제 스크린에도 눈뜬다면...와우.....
좋은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