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코스모스
스테판 알렉산더 지음 | 노태복 옮김
부키
2018년 11월 14일 출간
NPR 선정 올해의 책
《뉴욕 타임스》 《뉴 사이언티스트》 추천 도서
“그 직관을 부추긴 것은 음악이었다. 나의 발견은 음악적 통찰의 결과였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존 콜트레인은 우주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었다. 콜트레인은 자신의 악기를 음악과 우주 사이의 새로운 관련성을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물리학자들이 실험 기기를 써서 똑같은 일을 하는 것과 매우 흡사했다. 콜트레인이 말년에 녹음한 앨범 《인터스텔라 스페이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팽창하는 우주 가설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그는 음악으로 물리학을 연주했으며 놀랍게도 우주의 팽창이 일종의 반중력임을 간파했다. 물리학자이자 재즈 음악가인 저자 스테판 알렉산더는 이 책에서 콜트레인과 유사한 작업에 나섰다. 재즈를 이용하여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우주의 음악’ 또는 ‘음악적 우주musical cosmos’에 관한 탐색을 시도한 것이다.
《뮤지컬 코스모스》는 음악과 우주 사이의 관련성을 간파한 위대한 인물들, 즉 피타고라스, 케플러, 뉴턴, 아인슈타인 등을 따라서 음악과 물리학이 하나였던 고대의 세계를 다시 방문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피타고라스 등의 옛사람들이 소리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들의 사상과 실천이 케플러와 뉴턴 같은 위대한 사상가들의 노력을 거치면서 어떻게 끈과 파동의 역학에 대한 현재의 지식을 낳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피타고라스 이후 2500년이 지나서 끈 이론의 창안자들은 근원적인 끈들을 이용하여 자연의 네 가지 힘들을 통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자신들 연구의 핵심 요소인 파동 방정식이 음악과 물리학의 보편적인 관련성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거나 중요하게 여기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주의 음악을 찾아 떠나는
물리학자의 찬란한 지적 여행
“나는 무엇보다도 ‘유비’를 귀하게 여긴다. 나의 가장 믿음직한 스승인 이 유비는 자연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기에, 기하학에서 결코 유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 요하네스 케플러
이 우주론적 여정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함께한다. 평생에 걸쳐 재즈와 우주론 사이의 ‘이종동형isomorphism’을 찾으려고 애쓴 이 이야기에는 뉴욕 브롱크스에서 음악 레슨을 받은 어린 시절부터 끈 이론의 성지인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이론물리학을 연구하는 과정까지 두루 담겨 있다. 색소폰을 불고 방정식을 계산하고 즉흥연주를 하면서 저자는 소리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파동들과 그것들의 관련성을 파헤쳤다. 물리학과 음악이라는 두 분야를 ‘유비’라는 개념으로 연결함으로써 우리는 소리를 통해 물리학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자세히 밝혀지듯이 화음과 공명은 우주적인 현상이며 이를 이용하여 초기 우주의 역학을 설명할 수 있다. 게다가 다수의 우주 관측 데이터를 통해 드러난 바에 의하면 대략 140억 년 전에 소리 패턴들의 비교적 단순한 조합이 은하 및 은하단과 같은 구조들을 발달시켰고 이로써 마침내 행성과 생명이 출현하게 되었다.
음악이라는 유비는 현대 물리학의 많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물리학자들이 당면한 몇 가지 불가사의를 밝혀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물리학의 근본 법칙들은 일종의 ‘마법처럼’ 우주의 구조를 창조하고 유지하는데, 이는 음악 이론의 기본 뼈대를 바탕으로 〈반짝반짝 작은 별〉에서부터 콜트레인의 《인터스텔라 스페이스》에 이르기까지 온갖 음악이 생겨나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콜트레인, 아인슈타인, 피타고라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학제간 접근법을 이용하여 우리는 우주의 ‘마법적인’ 행동이 음악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차츰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음악이라는 비유를 통해 물리학이 포괄적이고 학제적인 새로운 영역, 일종의 즉흥 물리학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제간의 유비에 뿌리를 둔 즉흥 물리학은 분야 간의 경계를 뛰어넘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음악의 기쁨이 어디서 오는지 이해하고자 망치와 현을 연주했다. 케플러는 우주가 음악적이라는 자신의 직관을 이용하여 천문학, 물리학 및 수학 분야들에서 중대한 발전을 이루었다. 음악과 소리는 우주의 핵심 요소다. 저자에 따르면 음악 작곡의 대칭성은 양자 장에 존재하는 대칭성을 반영하며, 과학과 음악 양 분야에서 이러한 대칭성의 붕괴는 아름다운 복잡성을 창조한다. 대칭 붕괴를 통해 물리학에서는 자연의 상이한 힘들이 생겨나고, 음악에서는 음악적 긴장과 누그러짐이 발생한다. 음악과 물리학 사이의 유비를 깊이 추구한다면 다음과 같은 매혹적인 비유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우주에서 최초의 별과 은하들은 우주의 탄생 직후 태곳적 플라스마 내의 소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이런 별과 은하들이 씨앗이 되어 더 복잡한 패턴의 은하들, 그리고 특정한 공명 진동수에 맞춰 노래하는 별들을 낳았노라고.
우주와 음악의 경이로운 유사성
그리고 아름다운 조화의 세계
“언젠가 자네의 사람들이 물리학을 하게 되면 마치 재즈 같을 거네.” - 압두스 살람(197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캐나다 물리학자 빌 언루는 블랙홀의 물리학과 소리 사이의 놀라운 유사성을 통해 블랙홀의 신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가 찾아낸 블랙홀 지평선은 음향적 속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최근에 밝혀지기로 어떤 블랙홀은 수벌처럼 윙윙거리는 노래를 부른다. 또한 우주론자 짐 피블스와 대학원생 제자인 저 유는 우주를 일종의 음악적 현상이라고 본 피타고라스와 케플러의 통찰을 처음으로 입증해냈다. 두 사람에 따르면 초기 우주는 파장이 30만 광년까지 뻗어 있는 음파를 생성했다. 30만 광년은 최초의 안정된 원자들이 생성되면서 CMB 복사가 방출될 때의 우주의 크기다. 그 음파는 최종적으로 우주의 대규모 구조가 형성되는 데 이바지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저자는 우주와 음악 사이에 숨은 연결 고리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서 생겨난 파형들이 별을 생성했다. 별은 원소들의 요란한 융합 과정에서 음표와 같은 소리를 낸다. 별은 스스로 조직화하여 쌍성계나 성단과 같은 더 큰 구조를 이루는데, 이는 음악에서의 악구에 해당한다. 게다가 은하 내의 별 수백만 개도 스스로 조직화하여 자기유사적인 프랙털 구조를 이루는데, 바흐와 리게티가 작곡한 음악에서도 그런 프랙털 구조가 보인다. 핵 물질을 구성하는 쿼크들의 대칭적 패턴에서부터 DNA의 이중나선 구조까지, 나아가 초은하단 내의 은하들에 패턴에 이르기까지 우주는 구조들로 가득 차 있다. 심지어 이처럼 무수히 많은 구조를 생성하는 바탕이 되는 물리 법칙들조차도 구조를 지니는데, 이는 대칭성 원리와 대칭성의 붕괴 사이의 끝없는 춤에 의해 지배된다.
《뮤지컬 코스모스》는 음악을 매개로 여행을 하면서 우주의 구조를 밝혀내는 일에 음악적 속성이 있음을 알려 준다. 화음, 대칭성, 불안정성, 즉흥연주의 빈틈 등 모든 음악적 속성이 함께 어우러져 우주적 구조가 유지된다. 우주를 파헤치는 일은 마치 콜트레인의 솔로 작품을 파헤치는 일과 비슷하다. 우주적 구조의 촉매는 양자장들인데 이 장들은 시공간의 팽창과 수축의 순환들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성향을 지녔다. 이런 장들의 초기 진동이 시공간 배경 전체에 걸쳐 마치 진동하는 악기처럼 울려 퍼졌고 이로써 우리 우주의 최초 구조가 생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