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취재는 볼로냐 그림책 일러스트 특별전으로, 이탈리아, 폴란드, 중국에 이어 한국에서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림책 박람회인 만큼 희귀성이 높다.
전시장에 입장하자마자 특별전에 선정된 50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의 이름들이 적혀있는 벽이 눈에 들어왔다. 잘 찾아보니 그 중에선 이번 특별전의 유일한 한국인인 김수지 작가님의 이름도 찾을 수 있었다.
가이드북을 받고 주변을 잠깐 둘러본 뒤 해설 역할을 맡으신 김수미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시작했다.
전시장은 주로 5개의 테마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연도별로 1967~1976년, 1977~1986년, 1987~1996년, 1997~2006년, 2007~2016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각각의 연도 밑에는 그 시절의 역사적 배경과 그 때를 바탕으로 나타난 작품들의 미술 정신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림책에 등장한 그림들과 작가의 일생, 작품의 표현 방식 등을 설명해놓은 글이 적혀져 있었다.
공간이 많은 부분에는 책을 직접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책상들이 준비되어 전시장 뿐만 아니라 도서관 느낌도 났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입구에서는 전시장의 중간중간에 있는 도장을 가이드북에 다 찍으면 받을 수 있는 엽서를 주는 곳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알파벳을 이용한 기법인 '폰티그램'으로 표현된 동물의 형상들이 벽을 채웠다. 예를 들자면 Z,E,B,R,A라는 철자들로 zebra(얼룩말)의 모양을 표현하는 식이었다. 글이라고 해야할지 그림이라고 해야할지 헷갈리는 이 작품들은 은근 단순하면서도 독창적인 기법을 제시해서 꽤 흥미로웠다. 이외에도 AR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서 가상현실로 그림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3D 체험관, 색이 각각 다른 렌즈들로 그림책을 보면 각각 다르게 보이는 마법 렌즈 체험관 등 즐길 거리도 있었다.
특별전에 전시된 50점의 작품들 중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2개는 미우라 타로의 'ton'과 벤트 올레센 니스트림의 Hr. Alting이다.
미우라 타로의 ton은 글이 없이 그림만 있는 크로스오버 그림책인데, 복잡한 선 없이 채색만으로 그림을 깔끔하게 전달해서 보는 데 부담이 없었다. 처음 사람이 몇 kg짜리 포대를 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수레, 지게차, 트럭 등 무게에 따라 운송수단이 달라지는 걸 보여주는데, 이로써 무게의 개념과 단위를 학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글이 없어 달라지는 무게와 운송수단에 대해서 독자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벤트 올레센 니스트림의 Hr. Alting이라는 작품도 역시 글이 없는 작품으로, Mr. Everything이라는 서중 인물이 자신의 꿈속의 풍경과 공간을 돌아다니는 내용의 책인데, 깔끔하고 알록달록한 판타지같은 연출로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떠다니는 물고기 모양의 광산, 도마뱀이 들어있는 결정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현상들을 재미있게 연출해서 더욱 눈에 띄었다. 꿈속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느낌을 상상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려는 의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취재로 이탈리아까지 가야 볼 수 있다는 전시회를 한국에서 편하게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고,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명작'들을 많이 알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만약 자신이 그림책에 관심이 있고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보고싶다면 전시 기간이 끝나기 전에 빨리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