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천편일률적인 그러나 존재하므로 고마운 안성시 금광면 "박두진 둘레길" 걸어본 소회

[햇살편지]

봄이 미처 제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여름으로 건너뛰려 하고 있다.
하긴 뭐' 입하', 여름으로 들어서는 절기를 지났으니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짧아진 절기만큼이나 아쉬움도 많다.
그중에 하나인 늦은 아침 시간의 산책이 이른 새벽 산책길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도 부쩍 아쉬운 부분이다.

늦은 아침경의 풍광은 또 이른 새벽의 풍경과는 많이 다르다.
넉넉한 햇살로 인해 따스하게 전달되는 주변 사물들의 풍요로움은
새벽 공기로 전해지는 쌔한 그리고 차가운 느낌과는 천차만별이다.

어쨋거나 서서히 새벽산책을 준비하는 와중에 더러 신경을 써서
얼마 전에 새로 조성된 "박두진 둘레길"을 일주일에 두번쯤 걷기로 하였다.
개인적으로 걷기를 좋아하는고로 이미 박두진 둘레길을 걸었고 그 길이 좋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박두진 둘레길 걷기를 권장하여 찾아든 많은 친구들이 함께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제는 진정으로 매일 아침에 같이 걷게 될 동네 이웃들과 함께 걸어 보았다.
걸어보니 좋더라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옥에 티도 있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점도 있었기 때문에

굳이 지면을 통해 한소리를, 쓴소리를 하고자 한다.

일단 "박두진 둘레길"을 걷기 위해서는 선택이 있어야 한다.
산길을 돌아 흙길을 먼저 밟고 가던지 아니면 주차장에서 바로 왼쪽 낡고 경사진 시멘트길을 택하던지 하여야 한다.
물론 첫 시작에 저수지 위에 설치해놓은 펜스 조성길을 가볍게 걸어본 다음에 길을 선택해도 무방하긴 한다.

암튼 첫 시작은 산속길이기도 하고 저수지 갓길이기도 한 흙길을 먼저 선택해서 걸어본다.
결론적으로는 이런 원래 있던 흙길을 다지고 새롭게 꾸며서 걷는 즐거움과
펜스를 만드느라 들었을 경제적 낭비와 인력의 과부하를 막았으면 좋았으련만 싶었다.

굳이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오고가는 낭비적인 그 무엇의 소모가 있었을 것이라는 미뤄 짐작이 먼저다.

오롯이 호젓하게  산속길 걷는  즐거움은 그 어느 것과 비교해도 기분좋을 산책의 묘미이기도 하고

그 시간에 자신을 오롯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멋진 내면에의 산책도 가능한 그런 길이건만
이또한 돈이 오가는 실핏줄같은 관계를 어쩌지 못해 생긴 불상사와

정부 돈은 내돈이야로 생각하는 머니헌터들의 난립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도 할 터.
천편일률적인 둘레길로 전국이 똑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진 그래서 벤치마킹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로

그저 그렇게 만들어진 박두진 둘레길이어서 실망감이 먼저 들었다.

아니 안성만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산길, 흙길은 특별하게 조성될만한 충분한 입지와 여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 그리 남들이 다한다는 그런 똑같은 그림의 둘레길을 만들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레길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고로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멀리 길을 찾아서 어딘가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굉장한 이점이다.
특히나 거의 매일 걷기를 자청하는 무설재 쥔장으로서는 이게 웬 횡재냐 싶다.
어쨋거나 가까이에 박두진 둘레길이 있어 좋다는 것은 개인적인 행복지수를 끌어올리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 시덥지 않은 꼴불견을 보면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는고로
박두진 둘레길을 걷다보니 하나 둘 눈에 거슬림이 들어온다.
우선 저수지 가장자리길에 위험하다는 표시로 묶어놓은 ' 주의 '표식이 자꾸 신경 쓰였다.
어찌 그리도 무신경으로 묶어놌았는지.

좀더 세련되게 주의판이나 끈을 사용하여 안성만의 매력을 드러내면 어디가 덧나는지.
제주도 올레길에 가서 벤치마킹도 해보지 않았는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성만의 로컬 마크 하나 정도 만들어서 둘레길 표시도 하고 주의도 주면 좋으련만
참으로 발상의 전환이란 1도 없는 사람들 일세.

눈에 거슬리는 것은 그렇다 치고 걷는 길 중간중간에 설치 해놓은 벤치는 쉬어갈 이들을 위해서는 좋았다.
그러나 조금 더 산길을 오르니 이건 또 웬일?
어딘가에서 알맞게 조성되어 제 멋을 뽐냈을 반송이 턱하고 나타나더니
위치, 거리, 넓이 상관 없이 마구잡이로 심겨져 있는 게 아닌가?

이건 또 뭐임?
정말 대책없는 무신경의 극치를 보이는 담당자들의 몰염치를 보자니 부아가 치민다.
그래도 일단은 설마 설마 하고 지나가보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 엉망진창으로 휙 내던지듯이 반송이 심겨져 있는 그 일대가 죄다 그러하다.
참 어처구니가 없더란 말이다.

그렇게 좋은 길도 궁시렁거리게 만드는그들의 무지가 놀랍다.
그래도 이런 길이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감동하면서 걷다보니

원래 있었지만 주변 여건과 절대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식당이 짠 하고 나타난다.
이건 또 뭐니? 눈길로 무시하고픈 조악한 풍경들이 짜증을 불러일으키미잔 어떤 연유로든 그 자리를 먼저 선점했다는 이유로

식당으로서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덕에 개인적인 호사를 누리기도 하고 경제적 이익도 취할 터.

그렇다고 하면 제발 자연과 어울리는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가 취하는 이익을 공익적으로 돌려주는 배려가 아닐까 싶다.
그런 것을 기대한다는 것도 웃기긴 하지만  이들은 무슨 권리를 지녔을까 싶은......

암튼 불만이 스멀스멀 차오르는 순간 휙하고 돌아서 펜스길, 그야말로 굳이 저수지 물길 위에 만들어놓은 놓지 않았어도 좋을

그러나 이미 남들 죄다 만든다는 펜스를 이용해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진 박두진 둘레길에 발을 올려놓은 순간
"아무려면 어떠냐? 그래도 좋다" 는 단세포적인 보너스 기분이 들긴 했지만

여전히 산길 흙길을 활용하지 못한 무신경의 극치가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나름 신경 써서 설치했을 박두진 둘레길의 백미는

캄보디아나 아시아 일대에서 보이는 맹그로브처럼 물속에 잠긴 나무가 운치 그 자체여서 미약하나마 점수를 주기로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펜스 울타리에 간간이 붙여놓은 박두진의 싯귀 팻말은 참으로 조악하다.
어찌 그런 발상, 생각이 그 정도였을지 기가 막힐 뿐.
시인 박두진의 격조를 한꺼번에 몰락시키는 저런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다른 사람들은 무신경으로 그냥 좋아하며 걸었을 박두진 둘레길.
개인적으로 눈에 거슬리는 것도 많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도 없는 것보다 낫고
좀더 나아지는 둘레길을 보기 위해서도 열심히 애용하고 싶다.
그나마 가까이에 그런 둘레길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요 횡재일 터이니 말이다.

참 이참에 한마디 더하자면 제발 용설저수지에 조성된 "올레길"은 제발 "둘레길"로 바꿔주시기 바란다.
그리도 "둘레길"로 바꿔달라고 요청하였건만 여전히 "올레길"이다.
둘레길과 올레길의 의미도, 사용법도 모른다는 것은 그 길을 조성했던 사람들의 본분으로 보아서도 아니 될 말이다.
어째 기본적인 단어 구별법도 모른다는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