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반인(半神半人)
어제 경북 구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96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지자체장이 박 전 대통령을 반신반인이라고 신격화하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반신반인이란 반은 신이고 반은 사람이라는 말인데, 한자사전을 아무리 찾아봐도, 동양고전을 다 뒤져봐도 반신반인이라는 말은 보이질 않습니다. 반신반인이라는 말은 아마 데미갓(demigod)이라는 영어 단어를 번역하면서 생긴 말인 것 같습니다. 데미는 절반이라는 뜻이고, 갓은 아시다시피 신입니다. 그러니까 데미갓은 반쪽짜리 신이라는 뜻이지요. 서양 신화에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반인의 영웅이 자주 등장합니다.
동양고전에는 반신반인이라는 말은 없는 대신 반귀반인(半鬼半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반은 귀신이고 반은 사람이라는 뜻인데요, 반신반인과 비슷한 말 같지만 의미는 전혀 다릅니다. 동양고전에서 반귀반인은 다 죽어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반은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반은 죽은 귀신이나 다름없다는 뜻입니다.
조선 숙종조에 남구명(南九明)이라는 사람이 제주 판관으로 부임했습니다. 당시 제주도에는 백성들이 신처럼 떠받드는 무당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남구명이 그 무당을 불러다 보니, 늙고 병들어 반은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반은 죽은 귀신이나 다름없는 반귀반인이었습니다. 남구명은 백성을 현혹시킨 죄를 물어 무당을 처형했습니다. 백성들은 신을 노하게 할 것이라며 두려워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남구명의 《우암집(寓庵集)》에 실려 있는 <인요(人妖)>라는 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인요는 백성을 현혹시키는 요망한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반신반인은 고대 신화에나 존재하는 말입니다. 사람과 신의 영역이 뚜렷이 나뉘어진 지금은 반신반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지도자를 신격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야 누구를 얼마나 존경하건 자유지만, 반신반인은 공직에 있는 사람이 공적인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 과거가 되어버린 유신독재시대에 대한 끊이지 않는 향수를 비유하자면, 반신반인보다는 반귀반인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습니다.
첫댓글 반신반인은 이중인격자에 비유될것 같습니다.
잘 느낌을 갖고 갑니다~~
아부성이 너무 짙네요.......간신배라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