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다 저거다 뭐가 재미있는지 예고편이 나와있는것도 아니고...일단 정신차리고 끝까지 보자는 일념하에 소문으로 듣던(?) 동성아트홀로 향했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높이에 독특한 장식품을 지나 들어간 극장은 오래되어보여서 '아... 지원이 미비한 곳이구나.'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깨끗하게 정리되어있어서인지 그렇게 불쾌하거나 실망감은 들지않고 어릴적 옛 극장도 희미하게 생각나고, 잠시 스쳤던, 이름이 알려지지않은 영화 포스터들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헐리우드, 한국, 중국, 일본 영화만 쭉 보고 자랐던 나에겐 멕시코 영화라는 장르를 접할 계기가 되어서 기대를 하고 영화관을 찾았는데, 흑백영화의 지지직 거림... 새로운 경험이었다. 수업 시간에 봤던 카메라 촬영기법들을 다시 찾아볼 수 있었고, 언덕을 달리는 버스가 점점 장난감 차였다는걸 알게되면서 옛 영화치고는 괜찮은 특수효과라고 평가하고싶다.
처음 부분에는 멕시코의 혼례방법으로 장모에게 허락받은 신혼부부는 무인도에서 첫날밤을 보내야 한다는 풍습의 소개로 새신랑인 주인공 올리베리오가 등장한다. 어머니가 위독한 상황에서 재산을 모두 가지려는 두 형을 막기위해 올리베리오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공증인을 데리러 바깥세상과의 소통의 유일한 대상인 버스를 타게 되고, 그 속에서 여러 일들이 일어나게되고 우여곡절 다시 돌아왔지만 어머니의 죽음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의 제목 속에도 들어가있는 '버스'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의원 후보로 상황에 따라 친절했다가 괴팍해지기도하는 사람에게서 지금 TV만 틀어도 지겹게 비춰지는 정치인들이 떠오르게 되던데, 후에 다른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멸시당하는 장면에서 조금은 통쾌(;;)했다. 어떤 일이 발생해도 웃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어머니 생신에 모두를 초대하는 버스운전기사와 주인공을 유혹하는 창녀, 소송이 해결되길 바라며 외상으로 버스를 타게된 노신사와 의족을 신은 남자 등등 옛날 영화지만 인물 구성이 잘 되어있는 것 같아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사람들의 모습에 감동을 느꼈던 점은 생명의 탄생과 죽음, 여정에서의 어려움이 닥쳐왔을때 모두 발벗고 나서서 해결하고 함께 극복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옛 풍속인 계, 두레...향약 이런게 생각났다.
그리고 인심이라곤 찾을 데 없게된 현실에 조금의 씁쓸함과 저 버스에 있었더라면 남의일이다 상관않고 버스를 출발시켰을 것 같아 처음엔 콧방귀 꼈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고, 이런 버스사람들에 대비되어 유산 상속에 불을 켜는 형제의 모습에서 예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좋은 작품으로 평가된다는 감독의 영화지만 왠지 남들보다 영화에 많이 아는것이 없어서인지 주인공의 환상과 승천고개등등 영화 소재가 지닌 의미와 감독의 의도가 어떠했는지 상세히 쓸 자신이 없어 두리뭉실 내용은 생각나지만 정리하는데 뒤죽박죽이고 부족한 글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영상예술 수업이 아니었으면 있는 줄도 몰랐을 멕시코 영화를 경험하게 해주신 교수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