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내몰린 협력사들, 이제는 이마트가 직접 나서야 한다
검찰이 국내 대형 육가공업체들을 대상으로 1조 2000억 원대 가격 담합 혐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월 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양돈농협과 대형 육가공업체 등 6개 법인 및 소속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형마트 등에 납품하는 돼지고기 가격을 사전 모의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자 증거 인멸을 주도한 임직원 4명에 대해서도 조사 방해 혐의로 기소 방침이 정해졌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의 표면적인 혐의를 넘어, 그 이면에 자리한 유통 구조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담합이라는 결과 이전에, 공급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대형마트의 납품 단가 압박 구조를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1년에 6번의 반값 행사, 쥐어짜기식 납품의 굴레
이마트는 1년에 최소 여섯 번의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한다.
1월 신년행사를 시작으로 3월 삼삼데이, 4월 랜더스데이, 5월 가정의달, 7~8월 바캉스, 그리고 10~11월 창립기념행사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돼지를 사육하지 않는 이마트가 매년 이 정도 규모의 할인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급업체를 향한 가혹한 납품가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번엔 정상가로 더 사주겠다"는 약속이 반복되는 동안, 그 막대한 할인 부담은 고스란히 공급망 하단으로 전가됐다.
대형마트는 겉으로 공급사가 가격을 제안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마트가 정해놓은 기준가에 맞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특히 부위별 최저 유통 시세를 기준으로 납품가를 역산하는 방식을 강요하면서, 육가공업체는 가공 원가조차 건지기 어려운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 국내 민간 육가공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2% 안팎에 불과하지만, 대형마트의 최종 판매 마진은 이에 비해 80~180%에 달한다.
역산 단가와 쏟아지는 물량… 끊을 수 없는 함정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트로부터 페널티를 받아 납품량이 줄어든 육가공업체의 수익이 오히려 개선됐다는 촌극 같은 역설이 업계 내부에서 회자되기도 한다.
이마트에 납품할수록 손해라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거래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하루에도 수천 두씩 쏟아지는 돼지 물량을 소화할 대규모 유통 채널이 없으면, 이는 고스란히 악성 재고가 되어 막대한 손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의 30% 안팎을 대형마트 채널에 의존해야만 하는 육가공업체로서는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유통공룡의 룰을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십억 과징금에 실무자 형사 책임까지… 끝없는 피해
이러한 기형적 유통 구조 속에서 터져 나온 이번 담합 조사 발표로 육가공업계는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됐다. 가뜩이나 경영 지표가 임계점에 달한 열악한 상황에서 수십억 원대의 막대한 과징금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더욱 참담한 것은 실무자들까지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기가 막힌 현실이다.
대형마트에 삼겹살을 납품하며 묵묵히 일해온 직원들은 졸지에 범법자 신세가 됐다.
업체 입장에서는 막대한 과징금을 감당하는 것은 물론, 피의자가 된 직원들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변호사 선임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형국이다. 유통 구조의 모순을 감내해 온 대가 치고는 그 피해가 가혹할 정도로 끝이 없다. 시장의 절대 권력에 맞춰 생존하려던 최소한의 몸부림을 조직적 은폐와 범죄로 간주한 셈이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 이마트의 책임 있는 자세 필요
이마트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관해서는 안 됐다. 협력사들의 납품 원가와 마진 구조를 누구보다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이마트가 먼저 나서서, 이는 담합이 성립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임을 공정위에 강력하게 호소했어야 했다.
협력사의 저가 납품을 유도해 이윤을 취하고, 끝내 파트너들을 범죄자 집단으로 전락하게 만든 작금의 상황에 대해 이마트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제라도 이마트가 전면에 나서서 수십 년간 저렴한 고기를 공급해 온 육가공업계의 억울함을 대변하고,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다해야 할 때다.
나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납품가 결정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급업체와의 관계를 재점검하는 것이 유통 대기업으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 있는 태도일 것이다.
출처 : 팜인사이트(http://www.farminsight.net)
(사)한국수입육협회 http://www.korm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