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표준형 모델 = 프로듀서 - 기획영화 |
________ 프로듀서-기획영화의 경우 성공요건의 절반은 아이템이 차지한다. 윤제균 감독이 <색즉시공>을 준비할 때, 시나리오 대신 A4용지 1∼2장에 적은 아이템만으로 투자사와 계약을 맺었다는 데서도 그 중요성은 알 수 있다. “일단 아이템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선생 김봉두>를 성공시킨 좋은영화의 김미희 대표의 말처럼 아이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움이다. 실제로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 <엽기적인 그녀>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성공적인 기획영화는 어떤 의미에서건 새로움을 갖고 있다. “새로운 재미, 새로운 감동, 새로운 볼거리 중 하나만 성공하면 100만, 2개면 200만, 3개면 300만”이라는 두사부필름의 생각은 참고할 만하다.
핵심인물 >> 기획자 + 프로듀서
________ 기획과 개발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당연히 기획자다. 이 분야에선 신씨네 신철 대표가 선구자이자 최고수로 인정받는다. “새롭지만 대중의 감성에서 반보만 앞서가는” 그의 노선은 귀감이 된다. 제작에 돌입하면 무게중심은 프로듀서(그 두 역할을 한 사람이 맡는 경우도 많다)로 옮겨간다. 프로듀서는 해당 아이템과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의 관객동원력을 갖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성공을 위해 중요한 지점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포인트 1 >> 적정한 예산과 일정
________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예산은 20억∼25억원 선에서 조절해야 한다. 촬영기간 또한 3∼4개월이 적당하다. <색즉시공>의 경우 순제작비는 25억원, 촬영기간은 2개월(40회)이었다. <엽기적인 그녀>도 순제작비 17억원, 촬영기간은 3.5개월(45회)이었으며, <몽정기>는 17억8천만원에 2.5개월(44회)이 들었다. 성공작인 A영화의 경우 순제작비가 21억원이 들었다. 표1에서 보이듯 각 파트에 대한 예산배분도 고른 편이다. 미술비용의 비중이 다소 높은 것은 스튜디오 촬영이 많았기 때문이다. 배우들 스케줄을 조절하지 못해 촬영에 4개월 반이 걸린 것은 옥에 티.
________ 이들 영화의 스타 의존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몽정기>나 <두사부일체>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오히려 새로운 스타를 배출하면서 성공을 거뒀다. <선생 김봉두>는 톱스타인 차승원을 기용했지만 1명에 국한함으로써, 5개월 동안 촬영에 20억2천만원이라는 컴팩트한 제작비를 들일 수 있었다. A영화 또한 주연 개런티가 제작비의 15%를 넘지 않았다.
포인트 3 >> 철저한 제작관리
________ 주어진 일정과 예산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윤제균 감독은 “<색즉시공>을 찍을 때 솔직히 10회만 더 썼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일정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참았고 결과적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A영화도 애초 예산인 19억2500만원에서 8% 정도만을 초과해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
프로듀서 - 기획영화 성공작의 사례 | |||
촬영기간과 촬영횟수 | 4.5개월, 56회 | 후반작업 기간 | 1개월 |
필름사용량 | 17만7천자 | 스탭 수 | 50명 |
기획개발비 | 6500만원(3.1%) | 연출, 제작, 촬영, 조명, 녹음 비용 | 4억9900만원(23.8%) |
미술비용 | 2억8600만원(13.6%) | 로케이션 비용 | 2억1300만원(10.1%) |
운송 비용 | 1억2700만원(6%) | 후반작업비용 | 1억8700만원(8.9%) |
순제작비(최초 예산) | 21억원(19억2500만원) | ________ | ________ |
B. 감독 중심형 모델 = 감독 - 기획영화 |
________ 감독-기획영화의 전략은 기획력이나 규모보다는 감독에게 모든 힘을 집중해 이야기, 연기, 미장센, 기술력 등 모든 부문에서 높은 수준의 성취를 달성하고 흥행력도 키운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감독의 역량에 대한 신뢰와 함께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뛰어난 완결성을 갖춘 시나리오의 존재는 이러한 영화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또 이들 영화는 제작비와 제작일정 등이 표준형 모델보다 높고 긴 편이다. 감독의 지향을 실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누수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이 100회 가까운 로케이션을 통해 감독이 원하는 정확한 공간을 찾아 촬영하지 않았거나, <공동경비구역 JSA>가 비용이 든다고 판문점 세트를 짓지 않았다면 리얼리티뿐 아니라 흥행성 또한 줄었을 것이다. 성공작인 B의 경우, 최고의 인력과 고급 기자재를 활용한 탓에 촬영, 조명 등에 전체의 32.5%가 쓰였지만 이는 결국 매우 뛰어난 완성도로 스크린 위에서 현실화됐다. 또 15% 넘는 비중을 들인 미술 작업 덕분에 꼼꼼한 리얼리티가 살아났다. 주로 기상조건에서 기인한 2억5천만원 정도의 추가분(7.2%)은 감독-기획영화로서는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핵심인물 >> 감독
________ 결국 이런 형태의 영화의 중심에는 감독이 서게 된다. 시나리오와 배우도 감독을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 최민식이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에 출연키로 한 점이나 설경구가 이창동 감독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 등을 봐도 그렇다. 싸이더스 차승재 대표는 “좋은 감독과 시나리오가 있으면 좋은 캐스팅을 할 수 있고, 좋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으며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________ 작품을 결정하는 역할의 프로듀서는 감독의 장단점을 익히 알고 있어야 한다. <살인의 추억>의 사례를 보자.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는 <모텔 선인장>을 만들면서 조감독이던 봉준호 감독을 알게 됐다. 이 과정에서 그의 시나리오에 대한 강점을 파악해 <유령> 시나리오를 맡겼고, 이 작업을 통해 디테일을 짚어내는 능력을 파악해 <플란다스의 개>를 맡겼다. <플란다스…>를 마친 뒤 차 대표는 봉 감독이 “드라마에 다소 약점을 보인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에” 좀더 ‘덩어리 있는’ 이야기인 <살인의 추억>을 선택하게 했다.
포인트 2 >> 적절한 안전판
________ 감독의 역량 발휘를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무사>의 정우성,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 등 차승재 대표가 스타 캐스팅을 고집하는 이유도 연기력을 보장하기 위함뿐 아니라 흥행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일차적으로는 관객을 스타 파워를 이용해 끌어들이지만, 승부수는 영화로 던진다는 노선이다. B영화도 ‘A급 캐스팅’을 통해 미학적 완성도와 상업적 성공을 얻었다. LJ필름이 김기덕 감독에게 그랬듯 해외판매를 위한 통로를 만들기 위해 감독의 ‘브랜드 파워’를 형성하는 것이나 <봄날의 간다>의 투자를 홍콩과 일본에서 끌어낸 것도 일종의 안전판이다. 감독의 ‘의욕과잉’을 막기 위해 감독에게 사전에 완전한 콘티를 요구하는 것 또한 한 방안이다.
감독 - 기획영화 성공작의 사례 | |||
촬영기간과 촬영횟수 | 5개월, 98회 | 후반작업 기간 | 3개월 |
필름사용량 | 25만자 | 스탭 수 | 50∼60명(최대 80명) |
기획개발비 | 8600만원(2.5%) | 연출, 제작, 촬영, 조명, 녹음 비용 | 11억2천만원(32.5%) |
미술비용 | 5억2200만원(15.1%) | 로케이션 비용 | 4억5600만원(13.2%) |
운송 비용 | 7100만원(2%) | 후반작업비용 | 3억7900만원(11%) |
순제작비(최초 예산) | 34억5천만원(32억원) | 텍스트3 | 텍스트4 |
C. 확장형 모델 = 블록버스터영화 |
________ 블록버스터의 논리는 미학이라기보다 공학에 가깝다. 액션과 로맨스를 오가는 긴박한 이야기 구조, 스크린을 꽉 채우는 스펙터클, 관객이 한눈팔지 못하게 하는 속도를 어떻게 꽉 조이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이야기에 강점을 가졌던 <쉬리>와 스펙터클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유령>이 성공을 거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반면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무사> 등은 이들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면서도 미진한 구석을 남겨 작은 성공만을 거뒀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아유레디?> <예스터데이> 등 ‘2002년 3대 실패작’은 그 3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도 붙잡지 못했다. C의 경우 미술, 특히 세트에 엄청난 비중을 둠으로써 획기적인 볼거리를 제공했다.
핵심인물 >> 프로듀서(들)
________ 블록버스터는 프로듀서의 영화다. 철저한 예측과 사후관리가 생명이다. 제리 브룩하이머의 예를 들지 않아도 투자결정은 감독보다는 프로듀서에 대한 신뢰에 기반한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가능성을 엿보였듯, 프로듀서를 미학, 진행, 자금 등의 기능으로 세분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포인트 1 >> 예측 가능성 강화
________ 배우를 제외한 스탭이 100명 가까이 참여했고, 로케이션 비용에 12억씩이나 들어간 C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블록버스터 현장은 수많은 스탭과 배우, 장비가 뒤섞이는 공간이다. 그만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이를 방지하려면 프리 프로덕션을 무조건 충분히 가져가야 한다.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한 대책을 준비한 뒤에야 본격 제작에 돌입해야 한다.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준비하면서 류승완 감독이 중요 액션 시퀀스 5곳을 와이어 액션 연기까지 해가며 디지털카메라로 담은 것도 촬영 때의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참고할 만한 점이다.
포인트 2 >> 스타 파워의 활용
________ 블록버스터에는 특급 스타를 쓰지 않는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의 블록버스터는 잠정적일지라도 현재는 스타를 활용해야 한다. 스펙터클에 대한 관객의 신뢰가 충분치 않은 탓에 스타를 통해 관객동원력을 보충해야 한다.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실패 뒤에는 분명 이런 요소가 존재한다. 다만, 인센티브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C 또한 A급 스타 배우를 기용했는데, 이는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블록버스터영화 성공작의 사례 | |||
촬영기간과 촬영횟수 | 7개월, 110회 | 후반작업 기간 | 5개월 |
필름사용량 | 19만자 | 스탭 수 | 60명(최대 100명) |
기획개발비 | 6천만원(0.9%) | 연출, 제작, 촬영, 조명, 녹음 비용 | 10억9천만원(16.4%) |
미술비용 | 23억7200만원(35.8%) | 로케이션 비용 | 12억2300만원(18.4%) |
운송 비용 | 1억5700만원(2.4%) | 후반작업비용 | 3억6천만원(5.4%) |
순제작비 | 66억3천만원 | 텍스트3 | 텍스트4 |
글 문석 ssoony@hani.co.kr·편집 이다혜
명필름의 ‘숨은 제작비 20%를 찾아랏!’
개발단계와 제작단계로 나눠 계약 맺는다
합리적 제작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명필름이 선두주자라는 사실은 알려진 바다. 명필름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자체 스터디를 가지면서 작업시스템을 표준화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 중이다. 이 대안의 핵심은 ‘단계별-옵션 계약’과 주(週) 개념의 도입이다.
우선 단계별-옵션 계약을 취하면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가기 전까지 1억∼2억원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원작을 구입할 때는 가격을 낮추는 데만 관심을 쏟는데 명필름은 영화화 여부, 흥행 여부에 따라 원작료를 차등 지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영화화를 준비하는 대가로 얼마, 영화화가 결정됐을 때 얼마, 흥행됐을 경우 얼마,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계약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명필름은 <아리랑>을 준비하면서 이 방법을 적용했다. 저작권자와 계약시 독점적으로 2년 동안 영화화 준비를 하는 대가로 3천달러를 지급하고, 1년 연장될 때 1천달러를 더 지불한다는 내용을 적은 것. 또 영화화 단계에 들어가면 2만달러 정도를 지불하며, 흥행이 성공하면 이익의 1%를 제공하게 된다. “원작료는 대략 2천만원에서 1억원 선인데, 영화화에 들어갈 확률은 50% 정도에 불과하므로 이렇게 하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이은 이사는 설명한다.
시나리오 작가와의 계약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초고를 쓰는 데 어느 정도 기간에 얼마, 다시 수정할 경우엔 얼마 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영화화에 들어갔을 때 다시 일정액을 지불하며, 원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흥행 이익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원칙은 감독에게도 적용돼 개발단계와 제작단계로 나눠 계약을 맺게 된다.
또 다른 비용절감은 제작단계에서 이뤄진다. 개발 중인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80점 정도를 넘을 때, 비로소 제작자는 시나리오와 제작기획서를 갖고 캐스팅과 파이낸싱에 나서는데, 이때부터는 시간을 주 단위로 계산한다. 촬영에 10주(주당 5일 촬영), 프리 프로덕션에 15주, 포스트 프로덕션에 10주 정도가 든다는 것을 표준으로 놓는다. 이렇게 하면 메인 스탭들과 계약할 때도 전작에서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 게 아니라 예상 연봉과 실제 일하는 기간의 함수관계를 중심에 놓게 된다. 만약 스탭이 영화의 완성에 큰 기여를 한다고 판단되면 인센티브도 제공할 수 있다. 배우의 경우엔 인센티브뿐 아니라 공동제작자로 끌어들이는 등의 노력도 기울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절약되는 비용 또한 1억∼3억원이 된다. 여기에 필름, 세트 등의 재료비, 촬영횟수나 제작공정에 대한 관리 등을 더하면 20% 줄이기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은 이사는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20억원이라 할 때, 20%를 줄이면 4억원인데, 1년에 50편이 만들어진다면 200억원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극장 등 다른 부문이 제작쪽의 노력을 감안해 움직여준다면 한국영화 제작시스템의 합리화는 성과를 볼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