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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부서국제국 차장 권용오등록일2023.07.27 조회수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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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환율 상승이나 대규모 자본 유출 등 외환시장 압력의 급등은 우리나라 경제의 실물 및 금융부문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자재 등 수입가격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제조업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또한 급격한 원화 가치 절하는 외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더 나아가 금융위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각국의 외환 당국은 대외부문의 급격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정책금리 조정, 외환시장 개입 등의 방법으로 충격에 직접 대응하거나, 거시건전성 정책, CFM(capital flow management) 정책 등을 통해 대규모 자본 유입을 사전에 통제함으로써 급격한 자본유출을 예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정책 수단을 수립, 집행하고 사후적으로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대외부문의 충격 규모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EMP 지수는 환율 변화, 정책금리 대응 및 외환시장 개입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외환시장압력을 보여준다.
외환시장압력(Exchange Market Pressure) 지수는 이러한 대외부문 압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개발된 지수이다. 물론 자본유출입 데이터나 실제 환율 변동을 이용하여 이러한 압력을 측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이동, 환율 변동, 당국의 정책 대응 간에는 복잡한 상호 의존성이 존재하며, 이를 감안할 때 환율 변동이나 자본이동 규모만으로는 외환시장압력을 과소평가[1]하기 쉽다.
즉, 외환시장의 압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환율 변동, 정책금리 변화 및 외환시장 개입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영한 외환시장압력지수 개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최근 Goldberg and Krogstrup (2023)은 기존 연구들이 제시한 측정치들의 단점[2]을 크게 보완한 방법론을 제시하였으며, 본고에서는 동 방법론을 차용하여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압력지수(이하 EMP 지수)를 산출하였다. 동 지수를 통해 파악한 우리나라 외환시장 압력의 주요 특징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특징 1] 우리나라의 EMP 지수는 2001년 이후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시기별 특징 및 주요 이벤트를 대체로 잘 포착하고 있다.
아래 그림 1은 2001년 이후 우리나라의 월별 EMP 지수를 보여준다. 세로축의 값은 외환시장압력지수를 환율 변화률로 표시한 것이다. 즉, 특정 월의 외환시장압력지수가 0.05라는 것은 해당 월중 원‧달러 환율에 5%의 상승(또는 이에 상응하는 자본유출) 압력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수출 호조 등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높았던 2000년대 중반에는 EMP 지수가 대체로 음의 영역(자금유입 압력이 우세)에 머물고 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의 시기에는 동 지수가 급격히 상승(자금유출 압력 확대)하는 모습도 확인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EMP 지수는 2000년 이후 외환시장의 시기별 특징 및 주요 이벤트를 대체로 잘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징 2]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시장 압력이 대부분 환율 변동의 형태로 나타났다.
한편 그림 2는 분기별 EMP 지수(월별 지수의 분기 평균)를 각 요소별로 분해하여 보여준다. 그림 2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대부분의 기간 중 환율 변동(파란색)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며, 정책금리 변화로 나타나는 부분(주황색)은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다. 한편 외환시장 개입(연회색)의 비중은 외환시장압력이 양방향으로 급격하게 변화할 때 일시적으로 크게 높아지지만 대체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최근으로 올수록 꾸준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환율 정책이 대체로 자유변동환율제도의 틀을 지키는 가운데, 대외 거래 규모 확대로 인해 당국의 개입이 환율에 미치는 효과가 작아진 점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그림 1. 우리나라의 월별 EMP 지수
자료: 자체계산
그림 2. 분기별 EMP 지수 분해
자료: 자체계산
[특징 3] 코로나19 기간중 외환시장에 가해진 압력은 빠르게 해소된 반면,
2022년중에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강한 압력을 경험하였다.
그림 3은 2019년 이후 기간 중 EMP 지수 추이를 보여준다.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교란이 발생했던 2020년 3월중 우리나라의 EMP 지수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이는 당시 미 연준이 다양한 위기대응프로그램을 도입한 가운데 특히 한‧미 통화스왑 체결로 미 달러화 부족에 대한 우려가 신속히 차단되면서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제자리[3]를 찾은 데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 최근에는 2022년중 우리나라의 EMP 지수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던 사례가 눈에 띈다. 그림 4에서 보듯이 2022년 9월 및 3분기중 우리나라의 EMP 지수는 절대 수준 및 과거 분포와 비교한 상대적 수준 모두 여타 국가들을 크게 상회한다. 2022년 중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 및 미 연준의 금리 인상 등에 따라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스위스, 덴마크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외환시장압력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나 미‧중 갈등 등 국내 경제와 밀접한 부정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여타 국가보다 훨씬 더 높은 외환시장압력을 경험하였다.
그림 3. 2019년 이후 월별 EMP 지수
자료: 자체계산
그림 4. 2022년 9월 및 3분기 EMP 국제비교
주: boxplot 하단, 중앙, 상단은 각각 2010~19년중
EMP의 하위 25, 50, 75 백분위 값을, 검은 실선 양 끝은
사분위수 범위(IQR)의 1.5배 값을 나타냄.
또한 파란점과 빨간점은 각각 2022.3분기 및 9월중
EMP 지수를 의미.
자료: 자체계산 및 Goldberg and Krogstrup (2023)
[특징 4]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EMP 지수는 다른 국가들과
강한 동조성을 보였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이런 경향이 약화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EMP 지수와 대외 요인들 간의 관계는 시기별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 5의 좌우 패널들은 우리나라와 주요국 EMP 지수 간의 동조성을 시기별로 비교하여 보여준다. 왼쪽 패널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기간을 비교하고 있으며, 오른쪽 패널은 2010년 이후의 기간을 2015년 이전과 2016년 이후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다. 왼쪽 패널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2010년 이후 대다수 국가들과의 EMP 동조성이 확연히 높아졌다(대다수 국가들이 45°선 상단에 위치).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초저금리 지속 등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익추구 경향이 높아지면서 주요국 EMP에 공통적인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요인의 영향력이 강해진 데 기인했을 수 있다. 반면 오른쪽 패널을 보면 2010년대 후반 들어 각국 EMP 지수의 동조성이 상당 부분 완화된 점이 확인된다(다수 국가들이 45°선 하단으로 이동).
그림 5. 한국과 주요국의 EMP 동조성1)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비교]
[2010년 이후 기간중 비교]
주: 1) 대상 기간 중 한국과 해당 국가 EMP 지수 간의 상관관계
자료: 자체계산 및 Goldberg and Krogstrup (2023)
아래 그림 6에서는 이런 특징이 재확인된다. 그림 6은 주요 신흥시장국으로의 순자본유입 규모(GDP대비 비율)를 우리나라의 EMP 지수와 비교하고 있다. 대상 기간 중 두 시계열은 상당한 음의 상관관계(2010년 1월부터 2020년 6월중 -0.47)를 보여준다. 즉, 신흥시장국에 대한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기간 중 우리나라의 EMP 지수도 하락(자금유입압력 증대)하였다. 그러나 두 계열 간의 상관관계를 시기별로 나누어보면 2016년 이전(-0.57)에 비해 2017년 이후(-0.29) 상관관계가 확연히 약화된 점이 확인된다. 이는 그림 5에서 확인한 2010년대 후반 들어 우리나라와 여타 국가들 간의 EMP 지수 동조성이 약화된 사실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징 5] 이는 최근 우리나라 EMP 지수에 대한 글로벌 리스크 요인의
영향력이 낮아진 데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7에서는 우리나라의 EMP 지수에 대한 글로벌 리스크 요인의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림 7은 우리나라의 EMP 지수와 vix 지수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4]. 우리나라의 EMP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vix 지수와 상당히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동 관계가 꾸준히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5]. 이러한 글로벌 요인의 영향력 약화는 앞서 확인한 우리나라와 여타 국가들의 EMP 지수 동조성 약화, EME 국가로의 순자본유입과 우리나라 EMP 지수의 상관관계 감소 등의 결과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6. EME 순자본유입과 우리나라 EMP지수
주: 1) 인도,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브라질, 체코, 콜롬비아,
멕시코, 칠레, 헝가리, 폴란드, 우크라이나, 남아공,
루마니아의 순자본유입의 합을 GDP로 나눈 비율
자료: IIF, 자체계산
그림 7. 글로벌 리스크 요인의 영향
자료: Bloomberg, 자체계산
요약 및 결론
본고는 외환시장압력지수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를 차용하여 2001년 이후 한국의 EMP 지수를 산출하고, 동 지수를 통해 우리나라의 외환시장압력 추이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동 지수가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시기별 특징 및 주요 이벤트를 대체로 잘 반영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우리나라 EMP 지수의 움직임은 주로 환율 변화의 형태로 나타났으며, 정책금리 대응이나 외환시장 개입 등으로 나타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환율이 자유변동환율제도의 취지에 맞게 대외 충격의 일차적 흡수 장치로 기능하도록 운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EMP 지수는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글로벌 리스크 지표 등 대외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타 신흥시장국들과 차별화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대내적으로는 실물 및 금융 부문의 안정성이 제고되고, 대외부문에서도 외환 건전성 제도 개선, 순대외금융자산 보유국으로의 전환 등에 따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2022년중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더 높은 외환시장압력에 직면하였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미국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공통요인과 더불어 중국의 코로나 상황, 미‧중 갈등 등 우리나라 경제에 보다 큰 영향을 주는 여타 요인이 가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 예를 들어 환율이 자유롭게 변동하는 국가의 경우 외환시장압력이 신속하게 환율에 반영되고 따라서 실제 자본이동 규모는 외환시장압력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고정환율제도 또는 관리변동환율제도 하에서 환율 변동만을 이용하여 외환시장압력을 측정할 경우에도 정책 당국의 개입(정책금리 대응,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 변동이 억제되면서 외환시장압력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
[2] 기존 연구들은 EMP 지수 각 구성 요소(환율 변동, 정책금리 변화, 외환시장 개입)의 가중치를 경제 이론에 기반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결정하였다. 반면 Goldberg and Krogstrup (2023)은 금리, 환율 변화가 경상수지 균형 및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특정 통화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 및 공급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여 가중치를 설정하였다.
[3] 2020년 3월중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급등하였으나 3월말에는 전월말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4] 이러한 상관관계는 특정 통화의 안전자산 통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안전자산통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회피 경향이 높아질 때 가치가 오르는 통화를 의미한다. 비슷한 논리로 리스크 회피 경향(vix 지수)이 높아질 때 EMP 지수가 하락할 경우(음의 상관관계) 안전자산 통화의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5]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의 원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 기간 뚜렷한 위험자산 통화의 특징을 보유했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러한 특징이 꾸준히 약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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