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예보가 있긴 했지만
아침 식사할 때 까진 내릴 것 같지 않더니 하늘이 갑자기 회색으로 변하면서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커피 생각이 나면서
비 오는 날 앉아있고 싶었던 카페가 생각난다
카페 처마 밑의 긴 사슬과 그 사슬을 받치고 있는 작은 바위가 인상적이다
추녀 물받이를 굳이 이렇게 만들진 않을 텐데 뭔가 작품 같기도 해서 물어보니
주인이 아니라서 무심히 보았는지 잘 모르겠단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비 내리는 날 보면 빗물 떨어지는 모습이 정말 예뻐요 한다
비 내리는 날 꼭 달려와야지 했었기에
오늘 유리창의 비가 날 자꾸 들썩이게 한다
오늘 스케줄이 뭐였지? 하며
은행 방문하기, 세탁물 찾기, 백화점에 수선 맡겼던 구두 찾아오기 등등을 체크 해 본다
카페 온양은 입구부터 감각적이다
주인의 인테리어 감각은 여기서 다가 아니다
하나도 같은 모양의 탁자가 없다
제각각 다른 모양이지만 다각형의 탁자를 다 모아놓으면 커다란 직사각형이 될 것 같다
여기저기 모서리를 잘 맞추면 완성될 퍼즐처럼 말이다
탁자마다 올려진 미니 화병의 모양도 담겨있는 화초도 다 다르다
앙증맞고 세련되어 보인다
주문하면 대부분 주는 알람벨 대신 이렇게 구슬달린 작은 막대기를 준다
우리가 3번 이라며 구슬이 3개 달린 나무를 건넨다
알람벨을 받아들 때보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요 작은 막대기가 뭐라고 받아들고 그리 좋아라 했는지...
시원하게 열린 통창이 박물관의 숲을 하나 가득 들인다
계절마다 다른 그림을 담을 수 있는 큰 캔버스가 된다
조명 하나하나도 허투루 고른 게 아닌 듯 이곳과 잘 어울리고 세련되었다
여럿이 왔을 때 오붓하게 들어가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좀 시크릿한 장소도 있다
이곳의 작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또 다른 액자처럼 느껴진다
예전에 맛있는 밥집이었던 곳이라 주방의 공간을 이렇게 작품 전시 공간으로 바꾸었다
지금 쯤은 다른 작품이 전시되고 있을 것이다
'밥상 온' 을 기억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신정호 근처로 옮겨 영업 중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비가 그쳤다
달려가고 싶은 나의 갈등도 이대로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