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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1979년생, 영상) ● 김아영은 신작에서 개항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외교문서와 대중매체 기사들을 활용해서 영상작업으로 재구성하였다. 작가가 영미권 배우들을 섭외하여 연출한 거문도 사건은 서구의 입장에서 기록한 자료를 소재로 한 탓에 우리나라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묘한 상황을 이끌어 낸다. 작가는 130년 전 영국해군이 거문도를 점령한 역사적인 사건을 영상과 자료는 물론이고 당시의 군함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건축공간으로 구성함으로써 관객이 과거를 새롭게 느끼도록 하였다.
김지은(1977년생, 평면/설치) ● 인간의 삶은 천체와 우주같은 거대한 개념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건물과 구조들 속에서 이루어지며, 특히 도시라는 환경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자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삶의 요인이 되어간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쉴새 없이 변화하는 한국의 도시는 김지은에게 인간이 만든 환경과 그 이면의 제도, 욕망 등에 대한 안목을 열어 주었다. 공사장의 미완성과 무질서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끊임없는 도심개발과 재건축으로 인해 반복되는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물들은 또한 보이지 않는 규제를 통해서 은밀한 통제와 감시,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과 항거가 반복되는 사회적인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배찬효(1975년생, 사진) ● 배찬효는 영국에서 유학하면서 동양인으로서 느낀 문화적인 차이들을 작가 자신이 연출하여 촬영하는 사진작업 속에 녹여 냈다. 서양동화나 미술사 속 초상화의 여주인공으로 분하여 스스로를 중심인물로 만든 남성 작가의 모습은 그 어색한 부조화 때문에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서구 시각문화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2012년 신작인「형벌」시리즈는 과거 영국 절대왕정을 배경으로, 궁정여인들의 삶과 죽음을 가부장적 계급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고난과 처벌이라는 맥락에서 풀어낸다. 그러나 중심에 여전히 서구사회에서 타자이자 남성인 작가가 서 있어서 이 이야기들에 반전을 이끌어 낸다.
옥정호(1974년생, 사진/영상) ● 코믹한 풍자와 조롱으로 한국사회의 솔직한 단면을 드러냈던 옥정호는 최근 '요가 퍼포먼스'라는 색다른 자기 수행적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가 소재로 삼은 요가의 이국적인 자세들은 정신적인 영역에 도달하려는 수행이지만 동시에 코믹한 이질감을 자아낸다. 양복을 입은 작가가 힘들게 취하는 요가 동작들은 뻘밭이라는 뜬금없는 배경과 충돌하여 희극적인 효과를 불러오지만, 이는 자신의 내면을 가다듬고 세계를 포용하고자 하는 예술의 목적과 맞닿아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신작에서 낚시터나 홍대 앞같이 일상적 배경들 앞에서 작가가 취하는 태양예배 자세는 고대 자연숭배의 흔적이자 요가의 가장 기본자세 중 하나이지만, 그 내용을 이해하기 전에 허망한 웃음을 먼저 불러오는 것이다.
장보윤(1981년생, 사진/설치) ● 장보윤은 다른 사람들이 버린 사진을 통해서 우리의 공통된 기억을 탐구한다. 작가가 모은 사진들은 무명의 사람들이 간직해 온 과거의 추억들이 담긴 시대의 자료이다. 경주는 한국 고대역사의 중심지이지만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수학여행과 신혼여행이라는 이중의 통과의례 공간으로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풋풋한 학생들과 젊은 신혼부부들은 서로의 모습과 경주의 유명관광지를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포착하였지만 결국 소중한 순간을 담은 사진은 버려지고 만다. 작가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남긴 개인적인 흔적을 통해서 실체를 잡기 힘든 허망하고 아련한 공동의 추억들을 보여 준다.
전소정(1982년생, 영상) ●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특별한 개인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관심을 잡아끌게 된다.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던 특이한 기술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통해서 전소정은 그 인물을 둘러싼 아우라가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장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영상작업으로 만들어 왔다. 작가가 촬영하고 편집한 줄타기 명인, 손자수 장인, 영화 간판장이의 이야기들은 이제는 잊혀져 가는 기술을 꾸준히 연마하는 이들을 다루면서 이 속에서 다다를 수 없는 이상을 좇는 예술가의 태도와 연결점을 찾고 있다.
최기창(1973년생, 설치/영상) ● 최기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엮여 있는 사건들을 작품으로 재현한다. 무작위적으로 선택된 상대방과 눈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시선들에서부터 신문 운세란의 단어들이 만들어 내는 조합은 이유없는 우연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비추어 준다. 작가는 불가해한 세상을 조명하여 우연의 연속인 우리의 존재 자체를 더 분명히 보여 준다. 천체 속에서 움직이는 별의 모습과 행로, 지구가 태양을 도는 날짜 수와 연결되는 텍스트의 행렬들은 나름의 우주적인 질서를 따르지만 우리는 결코 그 의미를 전부 파악할 수 없다. 생의 마지막까지 존재의 의미를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반추의 결과들이다.
한경우(1979년생, 설치/영상) ● 한경우의 작품은 관객을 작품내부로 끌어들여 그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는다. 벽에 걸린 회화와 전시장에 놓인 테이블은 관객이 다가가서 보았을 때 이들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눈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추상회화를 닮은 흑백 캔버스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텔레비전 노이즈 화면 안의 인물로 등장하고, 자석으로 왜곡되는 TV화면 속에서 휘어진 테이블이 바로 교정되어 보일 때 관객들은 매일매일의 시각경험 속에서 일어나는 불일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얼마나 불확실한 토대 위에 있는지를 다시 깨닫게 된다. ■ 구경화
□ 전시 프로그램 1. 전시 연계 강연회 - 한국 현대미술의 세대 변환: 2000-2012년 (임근준, 미술 평론가) - 2012 아트 스펙트럼 (구경화, 삼성미술관 Leeum 책임연구원) 일시 / 7월19일 (목) 02:00pm~04:00pm 장소 / 리움 강당 신청 기간 / 7월3일~7월20일 신청 대상 / 일반인 200명(선착순 마감) 신청 접수 / www.leeum.or.kr 신청 문의 / 02)2014-6900 * 강연회 참석자는 『아트스펙트럼 2012』무료 관람
2. 아트스펙트럼 참여 작가 인터뷰 상영 아트스펙트럼 참여 작가의 작품 세계를 심층있게 이해할 있도록 8명의 작가 인터뷰 동영상 상영 기간 / 8월21일(화)~9월16일(일) 장소 / 리움 키즈 & 패밀리 워크샵 룸
첫댓글 시간 많을 때 여유있게 봐야겠군. 영상은 거의 영화볼 준비 하고 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