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그토록 경제적인가요?
모터트렌드 입력 2022. 07. 26.
전기차가 그토록 경제적인가요? (daum.net)
"전기차는 경제적이다." 전기차의 정의처럼 쓰이는 그 말을 곱씹어봤다. 감성보다 이성으로 현실을 직시하며 고민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생각보다 뚜렷하고 근거 있는 성공 가능성
전기차의 본분은 내연기관차의 대체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줄여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환경 개선과 보호라는 대의명분에 대해서는 당장 전기차를 살 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선뜻 전기차를 사려면 대의명분 이상의 이유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성과 효율성이다. 당장 내 주머니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더 납득하기 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전기차를 사서 쓰면서 ‘다시 내연기관차로 돌아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진동과 소음 덕분에 상대적 피로감이 적다는 걸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대개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훨씬 저렴한 주행거리당 충전요금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엔진오일이나 브레이크 패드 등 주기적으로 점검, 교체해야 하는 요소도 적어 유지비가 적게 든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전기차의 전반적 유지보수 비용이 내연기관차보다 적다는 점은 전기차를 타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만한 포인트다.
좀 더 깊이 파고들어가면 전기차의 전체 동력 및 구동 시스템의 효율이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것도 사실이다. 고효율에 해당하는 내연기관의 효율성은 보통 가솔린 엔진이 40%, 디젤 엔진이 50% 정도다. 엔진 자체에서 손실되는 에너지가 최소 50~60%, 이후 동력전달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사라져 전체 효율은 훨씬 더 낮아진다.
그러나 전기차는 주행 단계에서 소비하는 것뿐 아니라 발전과 송전 과정에서 손실되는 에너지를 고려하고도 내연기관차보다 2배는 더 효율적이다. 이처럼 사용 단계에서 전기차의 경제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그것이 전기차의 돋보이는 장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기차가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절대적으로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뛰어나기는 하지만 한계는 있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 전기차가 대중화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장 큰 한계는 가격 접근성이다.
전반적으로 차 판매의 중심이 중형급 이상 모델로 쏠리고 있다고는 해도, 현재의 전기차 가격은 소비자가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살 수 있는 4인승 이상 승용 전기차 중 가장 값싼 모델은 르노 조에다. 838만 원(서울 기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음에도, 조에의 실구매가는 3000만 원이 넘는다.
비슷한 값이면 QM6 2.0 가솔린 모델을 살 수 있다. 인기 좋은 국산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 5나 기아 EV6 가격은 같은 회사의 중대형 7인승 SUV와 맞먹는 수준이다.
물론 구매 후 충전요금이나 유지보수 비용이 내연기관차보다 적게 든다고는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부분 할부금융을 통해 차를 구매하는 만큼 월 단위로 내야 하는 할부금을 고려하면 전기차의 저렴한 유지보수 비용으로 완전히 상쇄될 만큼은 아니다.
나아가 차 크기가 작을수록 차값에서 배터리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커지지만 차에 설치할 수 있는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에 따른 보조금은 큰 차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즉 여전히 전기차 주요 구매자는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 사람들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전기차값이 당분간 크게 내려갈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그동안 꾸준히 낮아지던 배터리 가격은 셀과 팩 모두 2020년 이후 정체 상태다. 4월 19일자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kWh당 평균 가격은 지난해 105달러(약 13만4700원)에서 올해 1분기 160달러(약 20만5300원)로 치솟았다.
또 5월 18일에 CNBC가 시장조사업체 E 소스(E Source)의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현재 kWh당 128달러(약 16만4200원)인 배터리 셀 가격은 내년에 110달러(약 14만1200원) 선으로 떨어지지만, 2023년에서 2026년까지 22% 올라 kWh당 138달러(약 17만7000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전기차값이 크게 내려갈 가능성은 아주 낮다. 게다가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은 점차 줄어들고, 보조금 산정 기준도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 따라서 구매 단계에서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기차의 경제적 장점은 다른 영역에서도 시간이 흐를수록 약해지고 있다. 오는 7월로 끝나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특례조치가 새 대통령의 공약 덕분에 연장될 수는 있지만, 마냥 지속할 수는 없다. 물론 충전요금이 정상 조건으로 환원되더라도 내연기관차 연료비보다는 저렴하겠지만 장점이 희석되는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공영주차장 및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 적용 범위도 줄어들 것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내 것이 아니면 의미 없듯 전기차의 경제성과 효율성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사거나 쓸 수 없으면 의미가 없다. 좀 더 싼 가격으로 더 많은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전기차의 설득력이 더 커질 수 있다.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전기차 경제성은 엎친 데 덮친 격
솔직히 말해 전기차의 경제성은 자연스레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면 저렴해질 것이라는 생각은 아주 단편적인 것이다. 조금 과장해 향후 전기차의 경제성을 악화시킬 요소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일단 구입만 하면 유지비는 적게 든다는 말로 전기차가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이 틀렸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전기차 가격은 동급 차보다 최소 25% 이상 비싸다. 이것을 저렴한 전비와 자동차세, 그리고 기타 유지비로 회수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저렴한 유지비라는 전기차의 장점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지고 있다.
일단 충전용 전기요금 할인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부과되고 있지 않는 세금이 기다리고 있다. 유류세와 같은 충전 전기세가 법적 근거를 갖춘 채 부과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거대한 세수원인 유류세가 사라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으니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얼마 전 전기차 보험료와 수리비가 내연기관차보다 각각 24%와 30%가 높다는 금융감독원의 발표가 있었다. 물론 아직 전기차 등록대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통계를 통한 보험 및 수리비 요율이 정확히 계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사업자의 상식으로 안전율을 다소 높게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높은 차 가격과 매우 값비싼 부품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전기차의 정비 수요가 작다는 것은 엔진 오일 등 일반적 정기 점검과 유지 관리의 비용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까지는 일반론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커다란 돌발 요소들이 추가되고 있다. 첫 번째는 자동차 부품, 특히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차 가격의 상승이다. 특히 전기차는 모터와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나 특정 원소들의 품귀, 매점매석, 정치적 불안에 의한 공급 불안정까지 겹쳐 가격 인상 요인이 더욱 높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반도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납기 지연과 가격 상승은 계약 파기로 이어지고, 이 경우 회사는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하지도 못한다. 소비자들은 구매를 더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정치적 구도의 변화도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새 정부는 한국전력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의 인상은 국가 경쟁력 관점에서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민간용 전기요금의 인상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 한전 독점 체제의 해소와 같은 전력 시장 경쟁 체제, 즉 사기업의 전력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볼 때 민간용 전기요금의 인상 혹은 서비스 품질의 악화 우려가 있다. 이 모든 부분들은 전기차용 충전요금과 직결된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장기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을 뿐이다. 전기차가 제조부터 운영까지 원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전기차의 친환경성을 가격 경쟁력에 반영할 수 있는 포괄적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 정부의 탄소세 정책이다. 유럽은 2030년 혹은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산업과 제품, 그리고 제품의 운용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화를 선언했다. 더불어 제조공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며 만든 제품에는 그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해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제품의 운용 단계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듯 이산화탄소 배출이 절대 공짜가 아닌, 전체 산업 및 소비 생태계가 완성되어야만 친환경 제품과 친환경 공장이 경쟁력을 갖는 것이다.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높은 투자와 원가 부담을 강요하는 친환경 정책을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소세는 제품 전체의 평균 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내연기관차에서 걷은 탄소세가 모두 전기차 보조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친환경 사회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환경을 마음껏 오염시키면서 호사를 누린 인류가 ‘환경 마이너스 통장’의 대출을 갚아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난망하지만 희토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전기모터나 저렴하고 흔한 원소만을 사용하는 2차 전지 같은 기술적 돌파구가 만들어진다면 전기차 가격은 급격히 떨어질 수도 있다. 다만 그런 일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더불어 코로나 경기부양책의 결과물인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에 의한 구매력 약화는 경제 활력을 근본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친환경 정책을 잠시 멈추고 지금 당장의 생존 문제에 집중하자는 정치세력이 지지를 받는 나라가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모두가 전기차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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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이병진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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