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앞두고… 36세 대표·1등주자 아슬아슬한 기싸움
[정치 인사이드] 野 ‘이준석 리더십 논란’ 배경엔 李·尹 신경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6일 정진석 의원과 대선 경선 관리 문제를 두고 말싸움을 벌였다. 정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돌고래’에 비유하며 “가두리 양식장으로는 큰 물고기를 키울 수 없다”고 하자, 이 대표가 “멸치와 돌고래를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이 대표가 참석한 행사에 연이어 불참한 것을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인 것이다. 국민의힘 내 최다선(5선)인 정 의원은 윤 전 총장 측근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에도 윤 전 총장 지지율 하락세가 “위험하다”며 입당을 압박한 이 대표와 충돌했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신경전이 아슬아슬하다”는 말이 나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접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포문은 정 의원이 먼저 열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멸치·고등어·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 자기가 잘 클 수 있는 곳에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다”며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가 ‘쪽방촌 봉사’ ‘경선 후보 간담회’ 등을 열어 주요 후보 참석을 압박한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두 행사에 개인 일정과 휴가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돌고래 다쳤을 때 때린 사람 혼내주고 약 발라주는 것도 제 역할이고, 멸치가 밖에 나가서 맞고 와도 (때린 사람을) 혼내 줄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을 다른 주자보다 우대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도 정 의원을 향해 “유력 후보분의 메시지 관리에 주력하라”고 했다. 최근 이런저런 실언 논란에 휘말린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소셜 미디어에 반려견들과 함께 보내는 ‘휴가 일상’을 공개했다. /인스타그램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이 감정싸움 양상까지 보이자 국민의힘에선 “양측 신경전이 레드존(red zone) 진입 직전”이란 말이 나왔다. 실제로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 입당을 전후해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입당 전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자,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의 지지율 추세가 “위험하다”고 언급하며 입당을 압박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치맥 회동을 하면서 긴장이 해소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전남 지역 방문으로 서울을 비운 지난달 30일, 윤 전 총장이 사전 조율 없이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입당 원서를 제출하면서 긴장 수위가 다시 높아졌다. 윤 전 총장은 “이 대표 일정을 몰랐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형식에서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당내 경선 경쟁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같은 날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대립을 두고 파워 게임 성격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36세의 의원 경력이 없는 이 대표는 지난 6·11 전당대회 때 중진들을 제치고 당대표에 선출됐다. 윤 전 총장은 야권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당대표 리더십을 내세운 이 대표와, 미래 권력에 도전하는 윤 전 총장의 주도권 싸움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즉각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며 분란을 유발하는 리더십으로 흐르고 있다”는 견해와,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당내 일부 그룹이 이 대표를 제치고 패권 세력화하려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케미가 안 맞는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자신이 윤 전 총장의 정치 선배라고 생각하고 당내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윤 전 총장 지인은 “윤 전 총장은 현 정권과 2년 가까이 맞서 싸우며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키웠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그런 자신을 여러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취급하려는 이 대표에게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겠다는 생각 같다”고 했다.
★김어준 “콩가루 집안 野, 내가 딱 원했던 그림”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사진 왼쪽)가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패널과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 '딴지방송국' 캡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최재형 등 야당 대선후보들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친여(親與)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가 “이러면 야당이 콩가루 집안이 되는 것”이라며 “제가 딱 원했던 그림”이라고 했다.
김씨는 6일 저녁 공개된 유튜브 ‘다스뵈이다’ 173회 영상에서 “대선은 정당의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인데 겉과 속이 따로 노는게 아주 위험하다” “이준석 대표가 의견을 나눌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지 못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최재형 등 야당의 유력 후보들이 당 행사에 연이어 불참하고 이 대표가 이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당내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씨는 “당 대표와 무관하게 (정치 일정이) 별개로 돌아가고 있다” “이게 이준석 리스크”라며 웃었다. 또 이 대표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합당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상황에 대해 “말싸움에서 이기면 뭐하나” “안 대표가 고맙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당 대선후보 검증위원장에 친박(親朴)·검사 출신인 김진태 전 의원이 거론되는 것을 언급하며 “일부러 저러고 있다”고 했다. 패널로 출연한 여론조사업체 윈지코리아의 박시영 대표는 “과거 청문회할 때 윤석열에 각을 세웠던 사람” “이준석 대표가 노골적으로 윤석열을 거스를만한 사람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최근 ‘부정 식품’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일 때나 먹힐 세계관이고 진짜 올드(old)한 것” “시장주의자들도 이런 얘기는 안한다”고 했다. 그는 “업데이트가 안 됐다”며 “40년 전 대학 시절에 멈춰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