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이 띠를 두르고 있어 낙조를 보지 못할 것 같은 상황
▲ 구름이 앞을 가려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기다렸다.
▲ 바다로 떨어지기 전에 모습을 보여준 노을 빛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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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얼마나 반가운 해의 모습인지...!!! |
▲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는 해.
[한국문화신문=최우성 기자]
진도에서의 두 번째 해를 보낸다.
첫 번째는 우수영에서 진도대교를 보고 떨어지는 해를 보았다.
울돌목은 이순신장군의 12척(대장선을 합해서 13척이라고도 함) 으로
330척의 왜선을 쳐부수고 이룩한 기적의 해전 현장이었고,
오늘은 진도의 남서쪽 반대쪽에 있는 세방낙조에서의 일몰이다.
우리나라 낙조 가운데 최고로 손꼽히는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노을을 보게 되었다.
전망대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전망대에 데크를 만들어 놓고,
바다쪽으로는 난간을 둘러 사고에 대한 방지를 해두었다.
세방낙조 전망대에서 일몰은 앞으로 툭 터진 바닷가에
말 그대로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널려있고,
그 섬들과 바다 사이로 해가 지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부지런히 일몰을 보기 위해 도착한 세방낙조의 전망대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으나,
지는 해가 제 모습을 보여 주질 않고 앞에 구름으로, 스카프로 잔뜩 띠를 두르고 있었다.
아이고!
진도의 세방낙조가 하도 유명하여 한 번 보고자 머나먼 길을 재촉하여 왔는데 ...
아쉬움에 한숨이 나고 자신도 모르게 낙심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장노출 촬영을 위하여 카메라 삼각대를 세우고 기다렸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바다 속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해무가 잔뜩 긴 구름 사이로
살포시 해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보통은 수평선 근처에 구름이 끼게 되면 더는 해를 보는 게 어려운 일인데,
오늘은 구름 사이로 살며시 제 모습을 보여주니 마치
수줍은 새색시가 스카프를 두르고 살포시 얼굴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그 덕분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방낙조 대신 수줍은 새색시를 본 듯 하여,
이만하면 진도에서 세방낙조의 아름다운 낙조를 보았다고 자랑할만 한 멋진 노을을 보았다.
하지만 크고 화려한 낙조를 보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조금은 남는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늘 아쉬움 속에서도
또 그만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으로 삼고 살아간다.
더 아름답고 멋진 일몰이었으면 싶었지만, 그나마 먹구름이 잔뜩 낀 낙조가 아니고,
이렇게 수줍은 새색시 같은 낙조가 얼마나 다행인가!
짙은 구름 속에 비라도 쏟아지는 날이었으면 그 얼마나 실망스러운 일인가?
머나먼 진도로 천리길 여행의 피로가
저 아름다운 낙조를 봄으로써 피로가 싹 가시고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섬사이로 지는 스카프를 두른 해를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해가 지자 갑자기 어두움이 몰려왔다.
오늘 밤은 미리 예약한 세방낙조에서 가까운 펜션으로 갔다.
그 펜션은 이름이 참으로 시적이고 아름다워,
많은 세방낙조 근처의 펜션을 제쳐두고 단번에 예약했다.
그 펜션의 이름 "노을이 머무는 집"으로 노부부가 도시살림을 정리하고
아름다운 낙조와 더불어 살고자 지었다는 펜션이었다.
2층 집인데 아래층에 작은 방 2개가 손님을 맞이할 펜션이고,
2층에서 노부부가 살면서 세방낙조를 찾는 나그네들을 맞이하는 집이었다.
해가 다 지도록 열흘 전에 예약한 사람들이 나타나질 않자,
안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왜 안 오냐는 염려의 전화였다.
어두워진 진도의 해안길을 돌아 5분도 안되어 "노을이 머무는 집"에 도착했다.
그 섬에 가리
-김정화 짓고 이주림 쓰다
바람 따라 가듯
길 없어도
바다를 향해 가슴을 열고
너에게 가리
일곱 빛깔 영롱한 별빛 아래
바다와 하늘이 몸을 섞으며
슬픔을 묻는 곳
넘어지고 또 일어서고
돌아온 길 돌아다 보며
먼 하늘 한 자락 눈에 묻고
누군가를 하염 없이 기다리고 서있는
남쪽 끝 그 섬으로
나는 가리
이 시는 세방낙조 전망대 앞에 자연석에 새겨진 시인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