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캔디가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세발자전거를 타고 하염없이 달리는 아이를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강아지 ‘캔디’를 떠나보낸 아이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에 달리고 또 달린다. 아이의 마음은 끼익 끼익, 뜨릉 뜨릉, 나아가기 힘든 바퀴 소리로 전달하는데, 모노톤으로 펼쳐지는 주변 풍경에는 비밀이 가득 담겨 있다.
책을 거꾸로 들고 보면 캔디의 다정한 모습이 드러나며 함께한 추억들이 펼쳐진다. 깊은 슬픔의 시간을 통과한 아이는 슬픔의 자리를 추억과 사랑으로 채우고 새로운 바람을 맞으며 내일을 향해 나아갈 힘을 얻는다.
작가 곤도 구미코는 처음과 마지막 문장 외에는 서술형 문장을 과감히 생략하고 바퀴 소리와 풍경과 색깔 변화로만 전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러한 장치는 독자 스스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도록 이끄는데, 놀랍게도 여기에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이른바 ’슬픔의 5단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정-타협-분노-절망-수용의 5단계를 거치며 비로소 가벼워지는 아이와 함께 달리며 슬픔의 단계를 경험하게 된다.
첫댓글 아이의 슬픔을 글로도 표현이 잘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