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셔츠를 다리며
건방을 떨면서 우쭐대던 당신의 어깨가
천만근 시름을 지고 힘없이 누워 있다
그 슬픔 함께하려고
무릎 꿇고 바라본다
온몸으로 부르짖는 소리 없는 전언들이
흑백의 결을 타고 울음처럼 번지는 시간
무너진 생의 칼라를
다시 세워 주고 싶다
칸나
내 사유는 오직 그대를 향한 기도
다 못 태운 열정을 촛불처럼 끌어안고
절명의 그 순간까지
맨발로 걸어갑니다
포옹
모서리와 모서리가 둥글어지는 시간
깊숙히 박혀 있던 상처를 보살피며
서로의 체온 안에서
뜨겁게 용서하는 것
지금은 이것만이 내 안의 정직한 기도
따뜻한 이름 하나 살 속에 새기며
분홍빛 감탄사처럼
당신을 향해 흐르는
3월
긴 생머리 찰랑이며 초임교사 성선생 온다
초록색 미니스커트 발랄하게 차려 입고
힐소리 똑똑 찍으며 교문을 들어선다
만개한 봄꽃들이 일제히 손뼉을 친다
도열한 듯 늘어선 눈부신 웃음 속으로
오색 빛 고무풍선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시집 『크루아상이 익는 시간』 작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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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옥 시인 시조집 『크루아상이 익는 시간』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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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5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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