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5일
박씨 한 가문의 종가로서 20년만의 경삿날이다
형님이 아들 둘을 뒀는데 순서를 바꾸어
둘째 아들을 장가보낸다
4년전 지병으로 돌아가신 형님을 대신하여
내가 이 자리에 섰다
하루전 창원에서 대구로 올라가는 중간쯤에 위치한
선산의 묘소를 찾아 아들의 혼인을 알리고
두번의 절로 혼주승낙을 받고 두잔의 술로
천지天地의 다른 자리에서 형제애를 나누었다
싸한 늦가을 바람에 형님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나이차가 13살이나 나는 배가 다른 형제지만
난 형님을 곧잘 따랐고
혼자 외동으로 계셔서 그런지 내가 태어나자
무척 귀여워 해주셨던 형님이시다
잠시 옆에 서 계신 형수님을 보았다
예순을 넘긴 했지만 아직은 고운 볼살이 남아 있어
제 나이를 잊은 듯하다
이러저러한 식순에 의해 혼인식이 끝나고
폐백실로 갈때 틈을 내어 편지 두어장을 썼다
조카며느리로부터 큰 절을 받고 봉투 두개를 주었다
하나는 절값을 넣은거고 하나는 아까 적은 글이었다
조카며느리 현주에게
우리 만남은 조카의 여자 친구로 추석날 인사왔을때
처음이었지?
꾸밈없는 산뜻한 미소와
어느 분위기에도 썩 잘 어울리는 성격이 참 좋았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우스개말로 아직은 자격 없다 그랬었지?
오늘 그 자격이 이루어진 날 다시 말하면 노총각조카를 구제한 날
어느 무대의 프리마돈나 보다도
더 화려하고 아름다웠단다
오늘의 주인공은 너희겠지만 덩달아
우리 모두 그런 기분이었어
이 좋은 날
이 귀한 사람이 들어온 날
형님(시아버지)을 대신하여 혼주석에 섰지만
계셨다면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텐데...
안타까운 심정이다
혹자가 인생은 그냥 살아가는게 아니고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라 하더라
그만큼 힘듦을 말한거지
그래서 가족이 필요한거야, 그래서 부부가 필요한거고~
현주야! 내 조카 해주말이야
다소 말없고 무뚝뚝하지만
너무도 착하고 순한게 오히려 흠인거 있지
부모에게서 살가운 정 제대로 못받았지만
마음은 굉장히 따뜻한 남자인거 너 이미 알고 있지
처음 너희들 봤을때 딱 앙상블이더라
잘할거라는 기대가 아닌 잘해내겠다라는 확신이 서더라
그래서 글하나 적어 볼게
만산홍엽을 어우르는 신부의 우아함과
천지를 호령할 신랑의 기개가 합쳐
박씨 가문 대문간에 큼지막한글 하나
‘백년해로’
슬픔도 기쁨도 이젠 같이 겪을 일
눈물도 사랑으로 꿰어버리면
훌륭한 진주가 된다는 사실 알지?
옆에 있어도 늘 그리운 사람이고
밑그림되어 내 님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그런 사랑의 주인공이고 싶은 현주가
오늘만큼 박꽃보다 더 하얗고 미소가 가득한 날
우리들은 덩달아 행복했단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이라 글로나마 마음 전하니
이해하고 잠시라도 행복했음 좋겠다
높은 가을하늘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 오늘이다
행복하거라 그리고 잘 다녀오거라
지금 떠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날까지
오직 너희 둘만의 세상이니 실컷 즐겨라
다시 한번 더 축하한다 며눌아~~
ㅡ마음만큼은 언제나 풍성한 작은 아버지가 조카며느리 현주에게 보낸다ㅡ
첫댓글 절값으로 보내는 글
사족이 없어 깔끔합니다
명필이 따로 없군요
유무이님이 아니고 무이님 글이 다니는 곳마다
내가 필이 꽃힌 것도 내 촉을 믿음이라 생각됩니다.
글을 쓰시고 푹 주무실 무이님 꿈속에선 형님을 만나시겠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종가집 혼사라 종중어르신들께서
모두 참석하시어
한마디씩 덕담하시는데
그날 며누리 허니문 베이비는커녕
골로 갔을겁니다
그야말로 일필휘지 막힐곳이 없으시구랴
과찬이시고
정성이고 사랑이라 생각했슴니다
유무이님~
조카며느님 보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작은 아버지로써 좋은 글 써 주셨네요
아마 조카 며느님도 그 글을 읽고 무척 좋아라 하실겁니다
네~
팩키지 여행이었는데
여행지 도착후 만찬 시간에
공개했나 보더라구요
엄청난 환호 받았다며 편지 자주 써 주세요
만년필을 선물합디다
한복입고 절값만 넣어주었건만
어찌 그리 수줍고
부끄러운 10년 전의 시엄니였건만
또 이모고모자리였건만
덕담 글까지 써주신
멋진 작은 시아버님
박꽃처럼 하얀웃음이
그려집니다.
젊은 아이들 심사는 어떠할지
생각도 안하고 형 대신의 자리라 죄송했고
또 처음이라 부끄럽기도 ㅎㅎㅎ
여행지에서 절값으로 하는 게임이 있었나 봐요
며눌이 인기상에다 최고액상 그리고 사랑상
3관왕이라며 편지 지금껏 보석보관함에 있다합니다
절창입니다.
형님이 하늘에서 내려다보시며
헝만한 아우가 있네~ 하셨겠어요.
형님께는 항상 죄송함 뿐이였습니다
큰엄마 계실때 제가 났거든요
그립습니다. 아직도요~
예쁜 새댁이
편지를 보며 배시시 웃는 모습 보이는듯 합니다
작은 시아버님의 뜻밖의 선물에
그렇다고 하대요
그런 편지 받은 사람도. 드물다. 하고
고마워 하고. 있어요 제게~
명문장입니다.
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성의는 담았죠
조카며느님이
보석함에 보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름답고 사려깊은 명문장입니다.
제가 좀 엉뚱하기는 해요
간혹 똘끼도 보였고 ㅎㅎ
정작 울 마눌한테는 완전 조선양반~
참으로 따뜻한 삼춘이십니다 ᆢ
형님을 대신해 선자리 ᆢ 감회가
계셨을겁니다 두분 늘 행복하기를
빌어 봅니다
매사에 분주하시고 또한 여타의
일에도 동분서주하시느라 욕 많이 보십니다 감사합니다
종가집 종친들과 일가친척
뫼시고 맏백시 대신 혼주석에
앉으셨군요.
작은시아버님께서 질부를
맞이하는 날 절값 외 백년회로
사랑이 담긴 부탁의 말씀이
담긴 글이기도 하군요.
잘 봤습니다.
부담감은 천근이지요
처음이였고 집안어른은 결집했조
평시 당당했던 제가 덜덜덜~
역시 유무이님 답습니다.
대신한 그자리가
반짝 빛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편지외에는 할 게 없었습니다
끝나고는 땀내음만 풍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