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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꾸준히 르브론을 열렬히 지지해 오던, 지금도 지지하고 있을, 브라이언 윈드호스트의 칼럼으로 시작합니다.
SAN ANTONIO -- His children are bigger, his bank account is larger, and he has less hair. Yet here is LeBron James struggling in Texas in the NBA Finals in much the same way he did in those miserable, muggy Lone Star Junes of 2007 and 2011.
그의 아이들은 더 자랐고, 통장 잔고는 더 늘어났으며, 머리숱은 더 줄어들었다. 그런데 텍사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의 부진은 비참했던 2007년 파이널에서와 같은 모습이다.
He's put in months of offseason work on the details, devoted hours to unpleasant introspection and built a new wing on his trophy case, but the past still feels like it's repeating itself for James in this series with the San Antonio Spurs.
오프시즌 동안 많은 시간을 들여 디테일한 부분들을 가다듬는 데 헌신했고 우승 트로피로 새로운 날개까지 얻었지만, 스퍼스를 상대로 제임스는 다시 전철을 밟는 느낌이다.
For the first two games, he could generally be described as average, which is to say he nearly put up back-to-back triple-doubles while giving off the impression he was just idling. This deep into his career -- with so many experiences to draw on -- the time had come for James to step on it. Rather plainly, he has not, and it's hard for him to swallow that he's back at this point again.
첫 두 경기에서 보인 그의 모습은 로드맨의 표현처럼 average로 묘사될 만했는데, 평균 트리플 더블에 가까운 기록을 남긴 동시에 적극적인 모습이 결여된 인상을 남겼다. 수없이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 오면서 이 정도로 커리어의 정점에 위치한 현재라면, 3차전은 제임스가 도약해야만 할 타이밍이었다. 허나 명백히 그러하지 않았고, 그가 다시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The Spurs are disrespecting his game, his improvement and his recent history by playing him roughly the same way they did six years ago. They are following up on what the Dallas Mavericks did two years back, going to a scouting report and game plan that James thought he'd sent to the incinerator. They are playing the numbers and the psyche, and it's working better than they could have imagined.
스퍼스가 보이고 있는 수비는 그의 경기를 존중하지 않고, 그가 서툴었던 6년 전에 상대로 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인 것이다. 그들은 매버릭스가 2년 전 르브론이 스스로 지워지도록 한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도박적인 수비를 가하며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히는데, 이는 현재까지 스퍼스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잘 먹히고 있다.
Before, James didn't have the experience to grasp it. Now he does, and it leaves him with nothing to display but candor.
예전의 제임스라면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중간에 이걸 알아채지조자 못 했을 테지만, 지금의 그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고 있다.
"I can't have a performance like that and expect to win the game," James said after enduring a 113-77 Game 3 loss, which easily became one of the most bitter and most embarrassing of his career. "I've got to shoot the ball better, and I've got to make better decisions. I'm not putting the blame on anybody; I'm owning everything I did."
"이런 활약을 보이고 경기에서 이길 거라고 예상할 수는 없습니다." 36점차 대패와 함께, 3차전이 그의 커리어에서 무난히 최악의 경기 중 하나로 남게 된 직후 말한다. "전 슛팅을 더 잘해야만 하고, 경기에서 더 나은 결정력을 보여야 합니다. 모두 제가 초래한 일이고, 누구의 탓도 하지 않습니다."
James isn't just failing to meet the expectations of others; he's failing himself. From Game 1 on, the Spurs have been straightforward in their approach: They are going to give James space when he's on the outside, and they're going to crowd the daylights out of him when he's on the inside.
제임스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지워지고 있다. 1차전부터 스퍼스가 보이고 있는 접근법은 분명하다. 제임스가 외곽에 있으면 공간을 주고, 안으로 들어 오면 옥죄는 것이다.
He is averaging 16.7 points, 12.3 rebounds and 7.3 assists in the series. The back-end numbers are nice, but the Spurs are over the moon with that first one. Earlier this season, James went through a streak in which he scored at least 20 points in 33 straight games. Now, he's gone three straight games without doing it, which hasn't happened since … the 2011 Finals and those three nightmare-inducing games deep in the heart of Texas.
현재까지 그는 시리즈에서 평균 16.7 득점, 12.3 리바운드, 7.3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뒤에 위치한 숫자들은 폼 나지만, 스퍼스가 기뻐하고 있는 것은 그의 가장 앞에 위치한 숫자다. 앞서 정규시즌, 제임스는 33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지금 그는 세 경기 연속 20득점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은 여기 텍사스에서 있었던, 악몽과도 같았던 2011년 파이널 이후 처음인 것이다.
He shot 56 percent in the regular season, 51 percent in the conference finals and 39 percent in the past three games.
정규시즌 56퍼센트의 야투율을 기록했고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51퍼센트의 야투율을 기록했는데, 파이널 세 경기에서는 39퍼센트의 야투율을 기록 중이다.
Kawhi Leonard has done a strong job as the primary defender with his quickness, long arms and big hands, plus his devil-may-care attitude legitimately challenging James. The Spurs' secondary defense has been excellent. They move into proper position in the paint quickly and defend well without fouling, something they have been good at for years.
카와이 레너드는 전담 수비수로서 그의 민첩함과 긴 팔, 큰 손,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제임스에게 좋은 수비를 펼치고 있다.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던, 페인트존으로 재빨리 모여들면서 파울을 범하지 않는 스퍼스의 헬프 디펜스 또한 뛰어나다.
But James is staring at what is happening in front of him like he isn't a good shooter, doesn't have the ability to force contact or won't get foul calls if he's not aggressive. It's easy to look at James' stark free throw numbers in the series -- just six in total after a goose egg Tuesday night, the first time that's happened to him in four seasons -- and make declarations.
하지만 제임스는 이러한 수비를 보고 마치 2007년 파이널 그때와 같이, 자신이 원래부터 좋은 슛터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애초부터 컨택트와 파울을 얻을 능력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제임스의 자유투 시도 횟수를 보면 이러한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는데, 현재까지 시리즈 전체 동안 얻어낸 자유투가 여섯 개, 3차전에선 단 한 개의 자유투도 얻어내지 못 했고 이는 그가 히트 유니폼을 입은 이래 최초다.
It's more telling to watch how he waits for the Spurs to bring their double-teams, almost as if to congratulate them on their plot. When he refuses to take shots that he's knocked down with consistency for years or dribbles and stares at the players in front of him like he doesn't know he has the ability to physically dominate them, it seems as if he's developed some sort of Stockholm syndrome.
그가 스퍼스의 더블팀에 대처하는 걸 보면, 마치 그들의 수비를 반기며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다. 그가 지난 수년간 꾸준히 꽂아 넣던 점프샷을 시도하길 거부하고, 그 대신 앞에 놓인 수비수들을 바라보면서 마치 자신이 그들을 피지컬적으로 압도할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조차 모르는 듯이 행동하는 걸 보면, 이건 거의 일종의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Even the Spurs are having trouble explaining it. They are following their game plan, but they can't believe it's working as well as it is. James not shooting well for stretches is not unheard of; Tim Duncan is having a bad shooting series too. But James acting like he doesn't know what to do -- that is causing them some pause.
심지어 스퍼스조차 제임스의 트러블을 이론적으로 완벽히 설명하기에는 힘들어 할 정도이다. 물론 게임 플랜대로 따르고는 있지만, 그들조차 이게 이렇게 잘 먹힌다는 게 믿기 힘든 것이다. 제임스가 슛팅에서 난조를 보이는 순간이 어디 처음이고, 누군들 그러하지 않겠는가. 팀 던컨조차도 시리즈에서 슛팅 난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임스는 이로 인해, 마치 자신이 공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It's not just us stopping him," Spurs shooting guard Danny Green said. "He's kind of stopping himself out there, and we're getting a little lucky."
"우리가 그를 완전히 틀어막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2010년 한때 그의 동료이기도 했던 대니 그린의 얘기다. "그는 자신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막히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어느 정도의 행운도 얻고 있는 것이죠."
The Spurs are thrilled they're ahead 2-1, and they're whispering in dark corners as they hope James' bout of amnesia continues.
스퍼스는 2-1로 시리즈를 리드하고 있는 것에 기뻐하고 있고, 어둠의 저편에서 제임스의 자신이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까맣게 잊고 있는 기억상실증이 계속 이어지길 빌고 있다.
"He'll figure it out; he always figures it out," Heat coach Erik Spolestra said. "I'm not concerned about that."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그는 스스로 알아서 잘 할 겁니다." 에릭 스포엘스트라가 말한다. "전 그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Well, he ought to be. It would be much easier if Dwyane Wade were himself. That's another story: Wade's ability to buttress James in this series, as he did in the Finals against the Mavericks, has vanished. His sore knee is one thing. His halfhearted defense is another. But that's not a new issue: James entered this series knowing he was going to have to carry Wade.
아니, 그는 걱정해야만 할 것이다. 만약 드웨인 웨이드가 정상적인 상태이기라도 했다면 고민은 그보다 훨씬 덜할 테지만, 그건 웨이드가 제임스의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예전 2011년 파이널 같은 때의 얘기고 지금의 웨이드에게 그러한 능력은 사라져 버렸다. 무릎 부상이 하나의 원인일 테고, 그리 내켜 하지 않는 수비는 또 하나일 것이다. 이제 와서 그리 새로운 얘기도 아니고, 애초부터 이번 시리즈는 제임스가 그러한 웨이드를 떠안고 가야 하는 시리즈로 여겨졌다.
In 2007, James was wide-eyed and underequipped for such a task. In 2011, James was locked into some sort of bizarro world in which he looked at J.J. Barea and thought he was seeing Bill Russell. But now, James' eyes are wide open.
2007년, 이러한 수비를 상대하며 눈이 휘둥그레졌던 제임스는 아직 그걸 타개할 공격 옵션이 장착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2011년엔, J.J. 버레이아를 마치 빌 러셀 바라보듯 뭔가 기이한 정신세계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커리어의 정점에 오른 제임스의 눈이 완전히 뜨여 있는 순간이다.
"I've got to be better. It's that simple," James said. "If I'm better, we're better. I'm putting everything on my chest and my shoulders, and I've got to be better. My teammates were doing a good job. I'm not doing my part."
"제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만 합니다. 아주 분명한 일이죠." 제임스가 이어서 말한다. "제가 나아지면, 우리 팀도 나아집니다. 전 모든 책임감을 안고 있고, 더 나은 활약을 보여야 합니다. 팀원들은 잘 활약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제 활약을 못하고 있는 겁니다."
James said this while he was still in his uniform and with his knees and ankles still numb from a postgame ice down. His instant reaction was as lucid and responsible as could be expected from someone in his demanding position. Yet just minutes earlier, he seemed not to have any interest in the countermeasures that seemed so obvious.
경기 후 여전히 유니폼을 입고 무릎과 발목에 아이스팩을 한 상태에서 얘기하는 제임스의 반응은 예상할 수 있었듯이 아주 명쾌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분 전, 제임스는 코트에서 대책 마련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There was barely a hint of playing in the post, which would undercut so many of the Spurs' options. There was the absence of his usual aggression, not from meaningless games in March but from games that were just days ago when he was facing the No. 1 defensive team in the league and a defender that is just as talented with the Indiana Pacers and Paul George.
스퍼스의 수비 옵션을 여러 방면으로 흔들어 놓을 수 있는 포스트에서의 플레이는 거의 볼 수 없었고, 다름 아닌 며칠 전 리그 최고의 수비팀이자 뛰어난 수비수인 페이서스와 폴 조지를 상대로 보여줬던 평소의 공격적인 모습도 없었다.
And James knows all of it, which just makes it harder to understand.
제임스는 이러한 사실들을 모두 알고 있다. 그게 더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I've got to do more. It's that simple. I've got to do more," James said. "I'm not making any excuses. I've got to be better."
"전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아주 단순하고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더 공격적인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제임스가 같은 말을 반복한다. "전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습니다.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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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전은 정말 믿을 수 없는 경기였고, 1, 2차전에서 느꼈던 기우가 현실이 된 경기였습니다. 르브론은 이번 정규시즌 MVP 투표에서 만장일치에 한 표 모자란 역대 최다 타이인 120표를 획득했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와 파이널을 통해 예전의 르브론이 아니란 모습을 철저히 증명했지요. 그로 인해 사람들은 이번 시즌의 르브론을 더욱 기대했는데, 왜냐면 우승을 하지 못한 르브론은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정말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건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르브론이었다면, 그 이후의 르브론은 우승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맛을 본, 더욱 자신감이 충만한 르브론이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자신감이 선수의 플레이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지 이제 리그 관계자들은 거의 상식처럼 말하는 수준이 되었는데, 이건 본인뿐 아니라 팬들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인 얘기입니다. 지난 시즌 페이서스를 상대로 시리즈 1-2로 뒤져 있을 때, 셀틱스를 상대로 시리즈 2-3으로 뒤져 있을 때 이러다 정말 우승과 연이 없는 무관의 제왕으로 남는 건 아니냐, 제 2의 칼 말론이 되는 건 아니냐 등 별 얘기들이 다 나왔다가 단 한 번의 우승만으로 모든 평가가 깡그리 뒤바뀌어 버렸지요. "LeChoker", "Quitness", "Not one, not two, not three, not four... but zero", "1 dollar for 75 cents" 같은 비아냥들이 작년의 퍼포먼스와 우승 한 번으로 전부 무효화 되었으며 르브론의 말대로 "이제 누구도 나를 챔피언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우승이 가지는 가치입니다.
백투백은 역대 최고의 스몰포워드인 래리 버드도 이루지 못 한 업적이고 쓰리핏은 조던, 샥 & 코비, 더 나아가 쓰리핏의 주역을 꼽자면 현대에선 조던과 오닐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르브론은 챔피언이 된 상태에서 아직 챔피언이 되기 전이었던 2000년 오닐과 똑같은 시즌 MVP 역대 최다 120표를 얻으며 자신이 리그 최고의 선수라는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고, 현재 그 입지가 너무나도 공고하여 현 시대를 초월한, 역대 최고의 선수들과의 비교가 불가피하게 되었고 28살의 나이로 지난 5년 중 4회의 시즌 MVP를 차지한 상태에서 시즌 27연승에 제대로 뛰었던 11월부터 3월까지 이달의 선수상을 모두 휩쓸고 백투백을 노리는 기세는 조던의 92년 위치에도 별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기에, 전 그걸 르브론이 조던의 영역에 다가갈 수 있는, 어쩌면 넘을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2010년의 The Decision, 2011년 파이널 이후 겨우 다시 얻어냈던 마지막 기회로 봤습니다. 1:1 능력에서는 르브론이 조던이나 코비의 영역과 동등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5:5 농구에서는 분명 코비보다 위력적이고 조던보다 위력적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처음으로 진지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유심히 본 경기들을 대충 추렸는데, 히트와 레이커스의 경기들이 유난히 많지요. 이번 시즌은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특정팀에 집중해서 경기를 보자 생각하고 두 팀을 골랐는데, 이유는 첫째는 역시 시간, 둘째는 챔피언이 된 르브론이 경기에서 보여주는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놓치지 않는 witness가 되기 위해, 셋째는 다음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지도 모르는 코비와 수퍼팀(으로 기대를 받았던) 레이커스의 모습을 지켜 보기 위함이었습니다. 도중에 하드가 몇 번 날아가서 몇몇 경기들이 중간에 유실되었지만, 실제는 르브론과 코비의 이번 시즌 플레이를 단 1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어쩌면 5:5 농구에서 르브론이 더 위대한 선수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고, 르브론보다는 코비를 택하겠다는 조던의 발언이 있었던 지난 올스타 브레이크에서 자신은 역대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르브론의 자신감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으며, 르브론이 조던보다 뛰어날 수도 있겠다고 한 피펜의 발언이나 일부 저돌적인 칼럼니스트들의 르브론은 결국 조던을 앞서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들도 되새김질 해보고는 했습니다.
시간은 참 대단하지요. 3년 전 멘붕 상태에서 글을 썼을 때는 르브론과 웨이드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고, 2011년 파이널 패배로 인해 데뷔 이래 가장 나락으로 떨어졌던 르브론이 2012년 파이널 우승으로 인해 명실공히 The Undisputed Best Player가 되었고, 다시 한 번 한계를 알 수 없게 된 듯한 곳에 위치한 그의 커리어에서 2013년 파이널은 백투백에 이어 쓰리핏으로 연장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또 하나의 길목인데, 여기서 르브론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다시 뒤돌아온 것처럼 보입니다. 노비츠키가 2006년 파이널에 올라갔다가 올라가지 아니한 것만 못한 평가를 받았었고, 코비가 2008년 파이널에 올라갔다가 2008년 정규시즌과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받았던 평가들을 단숨에 깎아 먹었던 바 있습니다. 파이널은 많이 올라갈 수록 좋지요. 조던의 파이널 무패 기록, 던컨의 파이널 무패 기록, 전 별로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될 거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르브론이 이번 시즌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 되었던 모습 중 하나는, 부진한 경기를 찾아 보기가 힘들었다는 겁니다. 정규시즌 최다득점은 킹스와 연장전 끝에 기록한 40점이 고작입니다. 예전에 보여줬던 폭발적인 임팩트는 덜하지만, 대신 꾸준한 임팩트가 조던 이래 최고였습니다. 자신의 축복 받은 피지컬한 탤런트를 120% 활용할 줄 아는 모습이었고, 두려움에 어리바리하다 범하는 상대팀의 실책은 르브론의 하이라이트와 야투율 상승에 보약이 되었으며, 그에 기반한 27연승은 조던도, 오닐도, 던컨도, 코비도 기록하지 못한 행진이었습니다. 즉, 우승을 한 번 맛 본 르브론은 특유의 피지컬적인 위력으로 때때로 1번에서 5번까지 오갔고, 올라주원에게 교육 받은 효과로 얻게 된 포스트업 장착, 개선된 풋웍, 커리어 최고에 달한 슛팅 능력과 3점슛 능력으로 기술적으로도 완벽에 가까운 선수가 되었고, 수비력도 DPOY에 근접할 정도로 물에 올랐으며, 27연승과 함께 역대 최고의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스퍼스조차 구단 창단 이래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한 66승을 거두니, 르브론과 히트의 시즌 전체적인 모습 자체도 대단한 것이지만 사실 르브론과 히트의 행진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또 나뉜다고 할 수 있는데, 전반기까지만 해도 시즌 MVP 예상에서 듀랜트가 1위였고 동부 컨퍼런스 1위 자리는 닉스와 각축전을 벌이다가 시즌 MVP 최종 투표는 121표 중 120표가 르브론에게 갔고 시즌 최종 성적은 히트 66승, 닉스 54승이니 후반기의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세가 높아질 수록, 사람들의 기대 또한 높아져 갔지요. 르브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뛰어난 선수였구나, 챔피언 히트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강팀이었구나, 이렇게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될 거였으면 차라리 르브론은 역대 최고급의 기량을 가지고 있지만 동료들이 따라주지 않아 7차전 끝에 페이서스에게 석패하는 시나리오가 차라리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겁니다. 2009년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맹활약한 르브론은 시리즈에선 매직에게 패했지만 자신의 걸출한 역대급 기량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지요. 더군다나 지금 르브론의 기세와 커리어에서의 위치, 사람들의 기대는 2006년의 노비츠키, 당연히 그보다 훨씬 대단했던 2008년의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그보다도 최소 한두 단계에서 많게는 몇 단계는 더 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은 2006년의 노비츠키에게 던컨의 활약을 기대하지는 않았고, 최소 가넷과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될 선수가 되리라고 기대하지도 않았지요. 그럼에도 자유투 몇 개로 새가슴이란 낙인이 찍혔고, 테리에게 욱하던 움짤 하나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으며, 한 마디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08년의 코비는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조던에 견줄 법한 모습을 보이다가 파이널에서 셀틱스의 밀집수비로 인해 2004년 파이널에 이어 연달은 파이널 부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조던은커녕 오닐 없이는 우승할 수 없는 선수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게 되었습니다. 노비츠키는 2011년 다름 아닌 히트를, 그것도 수퍼팀이 된 히트를 상대로 복수에 성공하며 깨끗이 명예회복을 했지요. 애초 조던과 비교되던 선수가 아니고 던컨과의 격차도 컸기 때문에 박수를 쳐줄 만한 활약이었지, 진작 그랬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은 별로 들을 일이 없었습니다. 코비는 2009년 결국 우승했지만 2010년 셀틱스를 다시 만나, 이번에도 부진한 활약으로 라이벌 셀틱스에게 또 한 번 패배하면 조던과의 비교는 거기서 끝이다, 레이커스 역대 최고의 선수 자리를 놓고 벌이는 매직 존슨과의 다툼은 거기서 끝이라는 얘기가 시리즈 시작 전부터 여럿 기사로 쓰여졌습니다. 우승은 했지만 하필 시리즈 마지막 경기이자 역사적 경기가 될 수 있었던 7차전에서 부진하여 조던과의 비교에서 둘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는 얘기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파이널은 때로는, 역대급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그런 무대입니다. 파이널에서 성공하면 최고로 거듭날 수 있는 반면, 실패하면 그전까지 쌓아 왔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부정 당할 수 있는, 우승한 선수로 남게 되거나 우승을 못 한 선수로 남게 되거나, 모 아니면 도 식의 잔인하고도 냉정한 무대이지요. 듀랜트가 시즌 MVP 2위, 3위 되었다고 듀랜트가 르브론의 1/2밖에 되지 않는 선수라거나 듀랜트의 활약이 부정 당하는 것 보셨습니까? 듀랜트는 여전히 리그 최고급의 실력을 가진, 르브론의 턱 밑에 위치한 선수이자, 라이벌로 남게 될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반면 파이널은 2인자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준우승이 우승의 1/2 가치를 지니거나, 우승에 근접한 가치를 지니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르브론의 파이널 진출횟수가 작년 기준으로 2회였든 3회였든 중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르브론의 2012년 우승에 큰 점수를 줄 뿐이죠. 조던이 코비와 르브론의 비교에서 자신이 아는 바로는 1보다 5가 크다고 한 것, 르브론이 우승하기 전 매직이 코비와 르브론의 비교에서 지금 5회 챔피언과 우승 0회 선수를 비교하다니 장난하냐고 반응한 것, 이번 시즌 케빈 맥헤일이 르브론은 현재 압도적이지만 결국 그가 평가 받는 수단은 반지 개수가 될 것이라던 얘기 등, 수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승에 대한 가치를 그들 스스로 알기 때문입니다. 천시 빌럽스가 2004년 파이널 MVP고 토니 파커가 2007년 파이널 MVP인데 2008년 MVP 코비와 2009년 MVP 르브론보다 대단했다는 것이냐, 이런 극단적인 논리로 설명되는 게 아닌, 역대급 선수끼리의 비교를 논하는 상황에서의 얘기입니다. 1997년 조던이 파이널에서 MVP 말론을 물 먹이고, 1995년 올라주원이 시즌 MVP 로빈슨을 물 먹이고 최고의 선수라는 호칭을 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시즌 MVP 투표에서 수위권에 드는 선수들은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이란 뜻이죠. 이들을 가리켜 리그 최고급 선수들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파이널에서 패하고 팀을 리그 2위로 이끌었다 하여 이들을 가리켜 우승급 선수들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해 우승을 이루지 못 한 선수로 불리는 게 냉정한 현실이지요.
이런 냉정한 관점에서 볼 때 르브론은 이번 파이널 진출로 인해, "적어도 현재까지는" 얻는 것보다 잃은 게 많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르브론이 최고의 모습을 보이던 가운데 필 잭슨이 최근 자서전에서 조던과 코비를 비교하며 다시 한 번 조던과 현역 선수들끼리의 비교에 불이 붙었을 때, 조던과 코비의 트레이너로 유명한 팀 그로버가 지난 달 이런 얘기를 했었지요.
“Michael Jordan was six-for-six in Finals, never lost a Finals, never needed a Game 7 to do that,” Grover said. “Just by saying that alone, that puts him in a category I don’t think anybody else is in, except maybe a Bill Russell. Other than that, I don’t know if you can really put [Jordan] in the same category [with anybody].”
"마이클 조던은 파이널 시리즈에서 6전 6승이었습니다. 파이널 시리즈에서 패한 경험도 없고, 7차전까지 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다른 거 구구절절 늘어 놓을 필요 없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조던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봅니다. 아마도 11회 우승인 빌 러셀을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그 외 어떤 선수도 조던과 같은 카테고리에 놓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I think what [James] should do, instead of worrying about where Mike was at, he should be trying to get to the accolades, get to the Finals, as many times as Kobe had. … I think the comparison [for James] should be more toward a current player he’s playing against now because of what Michael already did, and LeBron, in the early part of his career, faltered two times in the Finals. I think that [the Jordan/James] comparison can’t be made, just from that alone.”
"제가 볼 때 지금 제임스가 걱정해야 하는 건 조던의 위치가 아니라, 코비만큼 많은 파이널에 진출하여 우승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임스의 비교 대상은 현역 선수들이 되어야 하며, 이유는 조던이 커리어에서 이룬 업적에 비해 르브론은 이미 파이널에서 두 번이나 실패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조던과 제임스의 비교는 성립될 수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는 조던과 르브론은 어찌 되었든 비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이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산전수전 다 겪어본 르브론이 커리어의 정점에서 보여주는 이번 파이널에서의 활약이 2007년처럼 "어려서", 2011년처럼 잠시 한동안 "넋이 나가서" 보여준 활약의 전철을 또다시 되밟는다는 것은, 솔직히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서 어제 3쿼터와 4쿼터만 보는데 대략 두 시간은 소요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믿기 힘들고, 정말 이해되지 않는 일입니다. 방전? 르브론은 28살로, 선수의 커리어에서 정확히 최전성기 시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컨퍼런스 파이널까지만 해도 리그 최고의 수비팀인 페이서스와 최고의 퍼리미터 디펜더 중 하나인 조지 힐, 최고의 골밑 디펜더 중 하나인 히버트를 상대로 경기당 야투 20.4개를 시도해서 야투율 51%를 기록했고, 경기당 3점슛 4.9개를 시도하여 44.1%를 꽂아 넣었습니다. 이게 제가 이번 시즌 단 1분의 플레이도 놓치지 않은 르브론의 위력이자 괴력입니다.
르브론이 2007년 파이널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패하고, 당시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I definitely need to get better," James said at the time. "I have to be 10 times better."
"전 분명 더 나아져야 합니다. 지금보다 10배는 나아져야만 합니다."
그리고 파이널에서 스퍼스를 다시 만나게 되자, 시리즈 시작 전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I'm a much better player," James said Monday, thinking back to the last time he saw the Spurs. "I'm 20, 40, 50 times better than I was in '07."
"저는 2007년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난 선수가 되었습니다. 그때보다 20배, 40배, 50배는 뛰어난 선수가 되었습니다."
http://espn.go.com/nba/dailydime/_/page/dime-130603/daily-dime
위 기록은 르브론의 페인트존 바깥에서의 야투율인데, 분명 르브론은 2007년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슛터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 르브론의 경기를 모두 본 입장에서는, 르브론의 점퍼는 예전의 조던처럼 웬만해서는 쏘면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조던과 코비의 차이 중 하나를 조던의 점퍼가 더 효율적이면서도 더 정확한 점이라고 보는데(코비의 경우 최전성기에도 오픈 찬스에서 쏘는 슛은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희한한 인상마저 있었던 걸 기억합니다), 르브론의 작년 플레이가 비효율적인 외곽슛을 줄이고 페인트존 공략을 위주로 한 보다 나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활약이었다면, 올해는 거기에 개선된 외곽슛이 더해진 모습으로써, 포스트업과 풋워크까지 더해져 사이드에서 볼 받고 간결한 턴어라운드 페이드어웨이로 상대 수비수를 연이어 농락한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한데, 그러한 플레이가 파이널에서는 실종되었지요. 마치 자신은 원래 그러한 플레이를 할 줄 모르는 선수처럼 말입니다. 비단 이번 파이널뿐만이 아니라, 르브론은 수비의 강도가 갈 수록 더해지는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1, 2라운드에 비해 더 뛰어난 퍼리미터 야투율을 보여 오다가도 파이널만 되면 확률이 급감해 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2011년 파이널에서의 퍼리미터 야투율이 그나마 가장 덜 떨어진 편인데, 르브론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뜻은 첫째는 자신감이 없어 슛 시도조차 제대로 못한다는 것, 둘째는 3차전처럼 점퍼를 올라가도 자신감이 없고 흔들리는 게 눈에 띌 정도인 모습으로 던져 볼이 림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제 3차전 같은 경우 내키지 않아 마지 못해 슛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크게 빗나가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스플리터가 아예 3점 라인 바깥에 있던 르브론을 버리는 수비를 하는데 르브론이 그걸 돌파를 하려고 3점 라인 안쪽으로 드리블을 치고 들어오면서 간 보다가 2선 수비를 보고 여의치 않자 다시 3점 라인 바깥으로 후퇴, 스플리터는 여전히 르브론을 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르브론이 드리블 몇 번 치더니 어쩔 수 없이 3점을 올라가는데 그게 림을 크게 빗나가는 걸 보고 이건 기우가 아니었구나, 지금 뭔가 크게 잘못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누구나 야투율이 부진할 수 있습니다. 조던도, 코비도, 르브론도, 역대 그 누구도 플레이 하다 보면 이따금씩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르브론은 그걸 두려워합니다. 르브론의 과거 히스토리를 돌아보면, 이게 멘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런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줬고, 공공연한 비밀 아니던 비밀이 이제는 팩트로 굳어진 느낌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제 경기가 끝나고 매직 존슨은 자신이 1, 2차전에서는 그래도 르브론을 지켜줬지만 3차전은 너무나 실망스러웠다는 얘기를 하면서, 팀내 최고의 선수이고 리그 최고의 선수라면 파이널, 그것도 원정에서 자신이 공격적인 모습을 먼저 보이고 팀원들이 같이 따라오도록 환경을 조성해야지(set the tone이라고 하지요), 야투 30개, 40개를 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걸 왜 두려워 하느냐는 얘기였습니다. 빌 시먼스는 차라리 2차전(그나마 4쿼터)이 보기 좋았다고 거들었고, 다른 부스에서는 바클리가 르브론을 향해 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느냐며 역대급 선수들과 나머지 선수들의 차이가 바로 그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느 플레이오프 경기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역대급 슛터인 레지 밀러와 스티브 커가 얼마 전 TNT 중계를 진행하던 중 경기 초반 슛팅에서 난조를 보이던 한 선수가(아마 스테픈 커리 아니면 클레이 탐슨 아니었나 싶기도 하군요), 이후 연달아 샷을 메이드하며 득점하는 걸 보고 이구동성으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Shooters continue to shoot." - 예전에도 여러 번 했던 말이지요. 코비는 물론이고 덕 노비츠키, 레이 앨런, 제이슨 테리 등 역대급 슛터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런 말들을 하고 감독들도 반복하는 바 있는데, 이건 리그에서 상당히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슛터가 슛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잃고 슛을 시도하지 않으면, 어쩌라는 말이겠습니까. 르브론이 제 아무리 마이클 조던과 매직 존슨의 중간 타입이라 하더라도, 구분을 짓자면 그의 득점력이 조던과 코비에 가깝지 어시스트 능력이 매직 존슨에 가까운 게 아니지요. 르브론이 평균 30득점 언저리를 기록하며 파괴력을 보이는 선수지 평균 1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하며 파괴력을 보이는 선수는 아닙니다. 여기서 르브론의 큰 강점이자 상대 수비수들에게 골칫거리인 점퍼를 떼어가니, 이건 공격에서 르브론의 2007년 버전으로의 회귀를 떠올리게 하지요. 현 리그에서 득점력이 가장 위력적인 선수 중 하나인 르브론에게서 득점력을 떼어가면, 그게 르브론이겠습니까.
어제 경기 도중 제프 밴 건디가 답답한 나머지 "슛을 시도해야 돌파가 가능해진다", "점퍼를 두려워하지 말라", "넌 예전보다 훨씬 개선되었고 발전한 슛터이다", "자신의 능력을 믿어라", "지금 여기서 점퍼를 시도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 게 몇 번인지 모릅니다. "지금 여기서 점퍼를 시도해야 한다", 그게 언제였냐면, 3쿼터 막판 54-75로 관광 당하고 있던 상태에서, 지독히도 림을 외면하던 르브론의 3점이 드디어 한 번 들어갔었지요. 그 이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57-76 상황에서 대니 그린이 버드맨의 스크린에 걸리고 3점 라인 바깥에 있던 르브론에게 오픈 찬스가 났는데, 제프 밴 건디가 그 순간 얘기합니다. "지금 또 쏴야 한다." 버드맨이 대니 그린에게 계속 스크린을 걸고 있던 가운데 르브론이 드리블을 다섯 번 정도 치더니, 3점 라인 한 발 안쪽으로 들어와 점퍼를 시도합니다. 결과는 2연속 성공. 이후 지노빌리의 3점이 빗나간 가운데 다음 포제션에서 르브론이 또 득점하여 눈 깜박할 사이에 연속 7득점, 21점차였던 경기는 순식간에 15점차가 되었죠. 경기 내내 득점을 못하던 르브론이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이고 추격 가능한 점수차로 들어오자, 스퍼스 홈관중들과 선수들의 분위기가 살짝 동요되기 시작합니다. 반면 르브론이 살아나자 히트 선수들의 분위기도 "아직 할 수 있다"는 것처럼 살아나며 수비가 타이트해지고, 마땅한 공격 활로를 찾지 못하고 코리 조셉이 당황하여 볼을 끄는 사이 노리스 콜이 스틸 성공, 르브론의 연속 9득점으로 이어지며 단 1분만에 21점차였던 경기가 13점차까지 좁혀집니다. 이후 히트의 수비가 정렬되지 않던 사이 스플리터의 덩크로 3쿼터가 마무리되며 히트의 모멘텀은 여기서 그쳤지만, 르브론이 만약 슛이 들어가지 않으니 "나는 조던이나 코비와는 다른 타입이다" 하면서 애초부터 자신감을 잃고 슛을 포기했다면 3쿼터에 이러한 run이 나올 수나 있었을까요?
페이서스의 폴 조지, 데이빗 웨스트, 조지 힐(르브론보다 두려운 건 신밖에 없다고 했던)은 르브론과 히트를 상대로 마치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연달아 어이 없는 턴오버들을 반복하기 일쑤였습니다. 시리즈 보면서 저한테 동영상 편집 기술만 있었다면 이걸로 믹스 하나 만들어도 되겠단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스퍼스는 빅 3도 아닌, 젊은 선수들이 대니 그린 말대로 르브론 스스로 자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이거 해볼 만한 게임이다 싶은 마음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4쿼터 초반, 코트에서 히트 유니폼을 입고 있던 선수들은 르브론, 웨이드, 바쉬, 레이, 콜이었고 스퍼스는 스플리터, 레너드, 닐, 그린, 조셉이었던 상황이 있었는데, 네임 밸류를 놓고 보면 스퍼스 선수들이 아주 주눅이 들어도 제대로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콜에서 웨이드로 가는 패스는 턴오버가 되고 스퍼스의 4:1 트랜지션 상황에서 그린이 레이 너머 닐에게 패스, 닐은 여유 있게 비하인드 백패스로 레너드에게 전해 주고 이어진 레너드의 덩크는 그와 반대로, 마치 96년의 불스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줍니다. 닐과 그린은 신이 들려서 마치 자신들이 코비라도 된 것처럼 터프 3점들까지 퍼붓는데 거진 다 들어갔고요. 르브론이 공격에서 이렇게 되면, 득점만 못하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 히트 선수들 전체가 당황하게 되고 반대로 스퍼스 선수들은 자신들이 upper echelon에 위치하고 있기라도 한 것 마냥 신들리는 효과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마이크 밀러는 마치 작년의 스티븐 잭슨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마인드셋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요.
잭슨이나 밀러가 보여준 마인드셋이라, 그게 대체 어떤 마음가짐일까요.
“I think to play this game of basketball, you have to believe that your abilities are just as good as other guys',” Neal said. “I mean, I felt like I had the ability to play in the NBA. It was just a matter of just getting the right opportunity."
"제가 보는 농구란, 당신의 능력이 누구만큼이나 뛰어나다는 것을 믿어야만 합니다." 어제 공격적으로 계속 슛을 시도한 닐의 말입니다.
"All of my teammates and Pop, they do a great job of encouraging me. They continue to tell me to shoot the ball. They continue to tell me whenever I'm open, to let it fly," Green said.
"모든 팀원들과 코치 팝은 저에게 계속 슛을 시도하라고 용기를 줍니다. 제가 언제라도 오픈된다면, 슛을 날리라고요." 그린의 말입니다.
역대 그 누구라도, 조던이라도, 르브론 자신조차도 야투율에서 난조를 보일 수는 있지만, 거기서 자신감을 잃어 공격적인 모습을 멈춘다니, 이건 르브론 정도의 선수에게, 그것도 과거 그런 모습들을 보였고 그로부터 더 강해졌던 지금의 르브론에게는 용납이 되지 않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비단 한 경기만이 아닌, 시리즈 내내 말입니다.
이 순간 해슬럼이 르브론에게 뭐라고 했을까요.
"괜찮아, 사람들이 뭐라 하든 난 너만의 경기 방식을 믿어, 난 이해한다"?
아마도 "힘내, 르브론, 넌 최고야, 넌 할 수 있어" 이러지 않았을까요. 참 뭔가 어색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퍼스 팬들은 이런 르브론을 조던처럼 두려워하지도, 존중하지도 않는 듯이 보입니다.
명실공히 2013년의 압도적인 최고의 선수에게서, 2011년 파이널 때와 같은 약한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 했습니다.
내일이면 바로 4차전이 펼쳐질 상황에서 끄적여 나가다 보니 어느새 다소 긴 글이 되고 있는데, 저 역시 쓰는 도중 약간의 멘붕이 오는 것 같기도 하네요. 이번 시즌 르브론의 모습을 보면서, 만약 이번에 르브론이 백투백을 거머쥐면, 예전에 멘붕 상태에서 쓴 글만큼이나 긴 글을 하나 다시 쓸 생각이었습니다. 제목은 유치하게도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글 내용도 대충 구상을 해놓았었지요. 마치 서태웅이 전국대회 예선에서 이미 윤대협의 득점력과 같은 경지에 올랐었지만, 이후 산왕전에서 나온 서태웅의 회상씬에서 펼쳐진 윤대협과 서태웅의 1:1 대결에서 둘의 1:1 능력은 같은 영역에 있지만, 5:5 농구에서는 윤대협이 서태웅보다 아직 위로 묘사되었던 그 장면처럼, 2009년의 캐브스부터 지금까지 르브론의 모습과 3년 연속 파이널 진출 및 백투백을 돌아 본다면, 5:5 농구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은 편견 없이 본다면 아마도 르브론이 위일 수 있겠다, 그것이 르브론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일 수 있겠다, 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지금과는 정반대인, 르브론의 맹활약이 뒷받침 될 때의 시나리오였습니다. 방식의 차이는 다르더라도, 활약의 차이는 조던과 달라서도, 혹은 커서도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아직 시리즈 1-2에서 역전하여 우승할 수도 있고 나머지 경기들에서 평균적이거나 혹은 그 이상의 활약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기적적인 대활약이 나오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봤을 때 조던의 아성에 근접하는 건 이제 정말 힘들어졌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긍정하는 이들도 있고 부정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부정할 이들에게 또 하나의 매우 커다란 근거를 만들어 줬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가혹한 비교일 수도 있겠지요. 넌 왜 2010년에 르브론을 "안녕" 하고 보내더니 이제 와서 또 둘을 비교하면서 헛소리냐, 이렇게 생각할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때로는 세월이 변하면서 사람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르브론의 2010년과 2011년, 또 2012년, 그리고 2013년 바로 며칠 전까지, 르브론의 위치와 조던의 영역에 위치할 가능성은 정말 많이 바뀌어 왔습니다. 르브론 스스로 역대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But to me, what makes me happy, and what makes me feel like I can be the greatest of all time is if I can continue to be on the path that I'm on"). 참 아이러니하지요. 조던에게 줄곧 존경심을 나타낸 건 르브론이었고, 코비는 자신의 우상이 조던이 아닌 매직이었다고 분명히 밝히며 조던과 자신은 사과와 오렌지의 차이다, 커리어에 처한 상황이 달랐다라는 관점으로 그에게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조던은 코비의 손을 들어줬고 르브론은 같은 시기에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최근 2년 간의 엄청난 기세로 인해, 그 스스로도 자신이 계속 누군가에게, 심지어 그게 조던이더라도 자신을 계속 낮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고, 자신의 재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어디가 끝인지 자신도 몰랐을 겁니다. 그 자신감이 참 맘에 들면서도, 어느 정도의 믿음감도 느껴졌습니다.
만약 조던을 넘는 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면, 저는 르브론을 응원하면서 조던과 르브론의 위치를 신경쓰지 않아 본 이가 있냐고 감히 반문하겠습니다. 넘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조던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게 NBA 팬으로서 하나의 영광이자 축복이었다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조던이라는 시금석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부족한 점도 있지만 능가하는 점도 있어 전체적으로 볼 때 정말 그와 대등하게 비견될 수 있는, 그러한 그릇을 지닌 또 다른 한 선수의 활약을 루키때부터 계속 지켜보는 지금도 똑같은 영광의 순간이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르브론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NBA 팬으로서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순간이 어느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지 좀 더 누리면서 가늠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 지금 이 순간이 조던을 바라보던 그때와 같다는 생각에 상당히 가까워져 있었고, 이런 르브론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백투백을 이루고 진지하게 조던의 92년과 비교될 위치에 오르게 된다면, 3년 전 멘붕 상태에서 쓴 글에서 제가 멋대로 "안녕"하고 촌스럽게 떠나 보낸 당시의 르브론과 올해 백투백을 이루는 르브론이 가지게 될 입지의 간극이 너무나도 커지는 것이 될 테기에, billionaire 르브론에겐 필요 없겠지만 일종의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제가 건넬 수 있는 최소한의 two cents짜리 글 정도는 써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건, 그의 우승 여부를 막론하고 그럴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로드맨이 다소 지나친 표현으로 르브론(그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을 폄하한 데 이어, 3차전이 끝나고 같은 과인 MWP가 MVP에게 어제 한 마디 했지요.
"I think LeBron and (Chris) Bosh, they want it to be given to them. I don't think they're taking it upon themselves like a (Michael) Jordan would have done."
"르브론과 바쉬가 보인 이제까지의 활약을 보면, 그들은 마치 스퍼스에게 우승을 거저 헌납하려는 듯한 모습입니다. 조던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을 말입니다."
"Chalmers, he wants it," World Peace said. "He gets it. He's not as talented as LeBron, but he has more heart. That's those Derek Fisher type of players. Players that have more heart that are not as talented and play hard."
"찰머스, 그 녀석은 우승을 원하는 듯이 보이더군요. 그는 르브론만큼의 재능은 없지만, 르브론보다 큰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데릭 피셔 타입의 선수지요. 재능은 없더라도 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선수들이 더 열심히 플레이합니다."
"So, as a fan, sometimes to see LeBron not take over, I'm kind of like, 'Come on, let's do it.' His pops went to jail with my older brother. My brother spent 10 years in jail, they were locked up together. I'm a fan of LeBron, so I always want to see him do well and sometimes I'm like, 'Step it up! Start playing.'"
"그의 팬으로서, 때때로 르브론이 경기 중 스텝업하지 않을 때면 전 이렇게 외칩니다. '이봐, 지금이라고' 그의 친지와 제 형은 10년 전 같은 교도소, 같은 유치장 안에서 지낸 사이입니다. 그래서(?) 전 르브론의 팬입니다. 그가 언제나 잘 되길 바라지요. 그리고 때로 이렇게 외칩니다. '지금이 스텝업해야 할 때라고! 활약을 보여 주란 말이야.'"
그러면서 자신의 2000년대 All Mental-Toughness Team으로 코비, 피셔, 던컨, 웨이드, 노비츠키를 뽑았고 르브론은 제외시켰습니다. 최근 빌럽스가 그리핀에게 "too nice"라고 한 데 이어, 오닐이 하워드에게 "too nice"라고 한 바 있습니다. 너무 말끔한 플레이만 펼치려 하고 정신적으로 터프하지 않다는 지적들이었지요. 르브론이 tough player냐, nice player냐 둘 중 하나 고르라면 지금 그는 nice player로 보입니다. 터프한 겉모습과 르브론의 멘탈은 분명 거리가 있어 보이는 느낌입니다. 조던, 오닐은 쓰리핏 과정시 상대팀 선수들과 감독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줬습니다. 1993년 파이널, 선즈가 시리즈 0-2로 뒤진 상황에서 원정 경기를 위해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로 이동하던 도중, 위기에서의 타개책을 고민하던 폴 웨스트팔 감독이 기내에서 담요를 덮고 자고 있던 케빈 존슨을 깨우며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좋은 소식은 시리즈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 나쁜 소식은, 3차전에서 네가 조던을 마크할 거란 얘기지." 잠에서 완전히 깬 케빈 존슨이 웨스트팔에게 다가가 말했다고 합니다. "감독님, 조금 전 제가 어떤 악몽을 꾸었는지 아마 믿지 않으실 거에요. 글쎄 감독님이 저보고 조던을 수비하라고 하더군요", 웨스트팔: "그건 꿈이 아니었어."
“I was sleeping with a blanket over my head on the flight to Chicago and somewhere between Utah and Kansas, Paul wakes me up and says, ‘I have good news and bad news. The good news is that the series is not over. The bad news is, you’re going to be guarding Jordan.’ I put the blanket back over my head and on the way out of the plane, I say to Paul , ‘You won’t believe the nightmare I had. You told me I’d be guarding Michael.’ And he says to me, ‘That wasn’t a dream.’”
http://insidesportsillustrated.com/2013/06/05/the-best-finals-ever/
2001년 파이널 5차전이 끝난 후, 백투백을 이룬 오닐의 얘기입니다.
"A dream come true," O'Neal said. "I always knew we could do it, especially after the first one last year. I just knew that if we did what we were supposed to do that we could get it done."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작년의 우승 경험을 토대로, 항상 하던대로만 하면 우승할 수 있을 걸 알고 있었습니다."
래리 브라운은 이런 오닐을 보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I've never seen a player better in my life," 76ers coach Larry Brown said. "I mean that."
"제 생애 이보다 뛰어난 선수를 본 적이 없습니다. 진심입니다."
http://sportsillustrated.cnn.com/basketball/nba/recaps/2001/06/15/phi_lal/
샤킬 오닐이 입버릇처럼 늘 하던 말이 있습니다. 이번에 하워드를 지적하면서도 언급한 얘기인데,
"The fact that he's the so-called best big man in the league and doesn't get doubled every time, that's telling me something. That's telling me teams respect him but they don't fear him. I would rather be feared than respected."
"하워드는 리그 최고의 빅맨이라지만 항상 더블팀을 당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하워드였다면 아주 열 받았을 일이죠. 그건 상대팀이 당신을 존중하지만 두려워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저라면 존중 받는 선수보다 상대가 두려워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지난 2월 올스타 브레이크에서, 서부팀 감독이었던 파포비치는 2007년과 현재의 르브론의 차이점에 대해 이런 얘길 했습니다.
"Let's just say he's a grown-a-- man now," Popovich said of James' development. "I'm thankful as hell that we caught him at the right time [in 2007]. That's called serendipity. But he's a grown man now. Different story."
"일단 지금의 그는, 한껏 성장한 선수입니다. 우리가 그를 2007년에 만났던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의 그는 그때보다 성장했기에, 다른 얘기가 될 테니까요."
"No. 1, he's improved his skills," Popovich said. "He shoots the ball much better. You can't just back off LeBron now. But the second thing about him is peace of mind. He's learned how to tune out all the people out there who give him advice and don't have a clue what they're saying."
"첫째로, 그는 기술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당시에 비하면 훨씬 슛팅을 잘 하는 선수가 되었지요. 지금의 르브론을 상대로 슛팅을 내주고 뒤로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둘째, 그는 심적으로 현재 안정이 되어 있는 선수라는 겁니다. 자신에게 이래라 저래라 엉터리 같은 조언을 하는 당신네들을 조용히 만드는 자신만의 경기를 배웠지요."
그게 2012년 플레이오프와 파이널에서의 모습이었고, 그보다 더 발전을 거듭했던 선수가 이번 정규시즌 MVP 만장일치에 단 한 표 모자라는 득표율을 얻고, 사람들로부터 그 단 한 표를 얻은 멜로조차 놀리게끔 한 르브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월 르브론에 대해 그렇게 얘기했던 파포비치가, 이번 시리즈에서 심적으로 흔들리는 르브론을 상대로, 슛을 쏠 테면 쏴보라고 뒤로 물러서는 수비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퍼스가 르브론을 수비하는 방법은,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선수이자 2007년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는 발전했다고 스스로 말하는 르브론에게 있어 모욕적인 수비 방법이면서도 굴욕적인 모습인 겁니다. 스퍼스가 듀랜트를 상대로 이런 수비를 펼칠 수 있었을까요? 예측하기 힘들어 무의미한 가정이 아니라, 너무 뻔해서 무의미한 가정입니다.
조던을 수비한다는 생각만으로 악몽이라고 했던 케빈 존슨, 제삼자가 안쓰러울 정도로 오닐을 막으며 고생했던 DPOY 무톰보. 그런데 이 시리즈에서 역사적인 활약으로 가장 돋보였어야 할 르브론이 그 반대로 돋보이고 있고, 반면 르브론을 상대로 좋은 수비를 보이며 공격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카와이 레너드와 대니 그린이 순식간에 최고의 주가를 올리며 재조명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파포비치는 2차전이 끝나고, 르브론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fine job"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주 진부한 형식상의 표현이지, 두려워하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http://espn.go.com/blog/truehoop/miamiheat/post/_/id/18077/lebron-and-the-triple-double-conundrum
2차전 시작 전에, 이런 얘기도 했었지요.
"He's a grown man, he doesn't need anybody to tell him anything," Spurs coach Gregg Popovich said before the game.
"그는 성장한 어른이니, 당신네들이 아무런 얘기도 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http://espn.go.com/nba/dailydime/_/page/dime-130609/daily-dime
그런데 결과는 다르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과를 보니, 전 파포비치의 말이 이런 식으로 들립니다. "지금의 르브론이 막기 딱 좋은 상태니까, 걔한테 자꾸 이래저래 뭐라 말하지 마라. 며칠만 더 이 상태로 진행되면 된다."
3쿼터가 끝나고 ESPN의 도리스 버크가 파포비치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르브론을 막느냐고 묻자, "알려줄 수 없다"고 합니다. 수비 전술은 이미 다 보여진 상태에서, 애초 이론상으로 완벽히 설명이 가능한 것이긴 했을까요.
예전의 몇몇 레전드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르브론에게 백투백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이후 경기들에서 또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겠지요. 여전히 조던 era 이후 최고였던 오닐, 던컨, 코비를 넘을 가능성, 즉 조던 era 이후 최고의 선수로 남게 될 가능성도 열려 있을 겁니다. 그러나, 르브론의 이 말은 다른 의미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르브론은 여전히 역대급 선수로 남게 될 겁니다. 제 관점에선 당분간 역대 최고의 재능을 지녔으면서, 큰 무대에서의 멘탈이 아쉬운 선수 정도로 남게 될 겁니다. 그가 오닐, 던컨, 코비와 영역을 달리하는 시즌 MVP를 차지했지만, 그들과 영역을 달리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고 조던만이 그와 비견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선수였다는 생각이 드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가 앞으로 좋은 모습으로 오닐, 던컨, 코비처럼 몇 번의 우승을 더 거머쥐면 그때는 분명 르브론이 더 위대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 테고, 더불어 실력적인 면에서도 그들과 영역을 달리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들 지도 모릅니다. 이것도 현 시대 최고의 선수를 지켜보는 것이니, 사실 나쁠 건 전혀 없지요. 반대로 남은 경기에서조차 플레이에 별다른 변함이 없거나 스퍼스의 벽을 다시 한 번 넘지 못한다면, 그때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릴 테니 저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름을 붓지는 않겠습니다. 제 관점이 무엇을 계기로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 이상, 르브론이 우승해도, 우승하지 못 해도 이게 당분간은 르브론을 향한 마지막 장문의 글이 되겠습니다(반기실 분들도 여럿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이 와중에 웃음이 나는군요).
적어도 지금의 상황보다는 훨씬 나아질 수 있는,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희소식이 있긴 합니다.
"As dark as it was last night, it can't get no darker than that, especially for me," James said Wednesday before the Heat's practice at the AT&T Center. "So I guarantee I'll be better for tomorrow (Game 4) for sure. I have to do whatever it takes. I mean, 7 for 21 isn't going to cut it. It's impossible for me to go 7 for 21, shoot 33 percent from the field and not have free throws. You have to figure out ways offensively that you can make an impact."
"지난 밤이 아주 암울했던 것처럼, 제 자신에게도 그보다 암울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전 4차전에는 더 나은 활약을 보이겠다고 보장합니다. 이기기 위해선 무엇이든 해야만 합니다. 야투 7/21에 33퍼센트, 자유투 시도 無는 용납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경기에서 임팩트를 남기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이번 파이널에서의 모습으로 제가 르브론의 활약을 지켜보지 않겠다는 건 아니고, 기대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단 하나 변하는 건, 다시 한 번 제 관점을 변화시킬 뿐이지요. 멋대로 떠나보내며 기대를 저버리진 않습니다. 지금 파이널에서의 모습은 아니지만, 어찌 되었건 2010년 더 디시전 이후 지금의 르브론은 제가 생각했던 모습 그 이상인 건 웨이드의 예상치도 못했던 기대 이하의 모습만큼이나 분명하니까요. 르브론이 이런 식으로 guarantee라는 단어를 쓴 건 아마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7/21의 야투율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지난 플레이오프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대팀들이 겁에 질리도록 마음껏 공격해 보는 모습이나마 봤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NBA를 보면서 빌었던 소원 중 하나가 르브론이 헤드밴드 벗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끝판왕 포스 풍기는 인상으로 캐브스든 어디든 자신의 로또급으로 타고 난 DNA를 믿고 그 누구보다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는데, 야투율 좀 그만 신경 썼으면 좋겠습니다. 정규시즌 동안 르브론에게 단 하나 실망한 부분이 있었는데, 쿼터 마지막 게임 클락 몇 초 남긴 상황에서 하프코트 바깥쪽이라고 슛팅 시도 자체를 하지 않고 포기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왜냐면 그걸 날리면 확률은 낮지만 똑같이 야투는 3점 시도로 카운트 되기 때문이죠. 제가 NBA를 본 이래 원거리에서 가장 정확도를 보이는 3점을 구사하던 선수가 캐브스에서의 르브론이었고 지금도 가끔씩 보면 그러한 능력을 여전히 갖추고 있는데, 몇몇 부분에서 정말 이전에 목격할 수 없었던 그러한 재능들을 가지고도 이따금씩 120% 발휘해 내지 못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를 보면 아쉬운 느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공감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파이널 르브론은 정말 꼴보기 싫더군요. 너무 못해서라기보다 2~3년 전 그 짜증이 떠올라서요. 그때의 기분은 작년 이후로 영영 느끼지 못할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왔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샌안팬으로써 4차전은 르브론이 1쿼터부터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에 나서는 것을 보고 싶네요. 카와이와 팀 샌안이 디아블롱을 어떠케 막을것인가
재미있는 4차전 기대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카페 최고의 필객 닥터 케이님. 이번글도 잘 읽었습니다. 그 열정과 세심함은 어지간한 저도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그리고 멘붕상태에서 쓰셨다는 그 이전 글은 제가 지금까지 이 카페에서 읽은 최고의 걸작이었습니다.
구구절절 동감합니다. 정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부진한 모습입니다...이대로 무너진다면 르브론의 커리어에 엄청난 타격을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잘봤어용
꺅 다읽는데만 거의 20분걸린듯 싶어요 좋은글잘봤습니다 제임스는 잘이겨낼거라 믿습ㄴ다
최고네요 다른글들도 좀써주세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블옹아 좀 잘해보그라ㅠㅠㅠ
무심코 시작했다가 한참 걸렷 다 읽었네요.^^ 2011과는 다른 선수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스럽네요....
아직 기회는 충분히 있습니다!!만... 별로 기대가 안되는건 뭘까요 ㅡㅡ;
갠적으로 샌안 우승을 바라지만 이건 좀 아닌듯..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너무 좋은글이네요 오랜만에 안구정화했습니다
역시 Doctor K님 ^^ 정독했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최고네요 정말
재능은 역대없었던 다신없을 최고의 재능...농구선수의 완전체인데..이게머야 정말 아!!!!!!!!!!!!!!!!!!!!!!!!!!!!!!!!!!!!!!!!!!!!!
명불허전입니다. 이제 그 운명의 4차전이 시작되기 얼마전인데, 이 글을 보니 더욱 경기가 기대되네요.
Doctor K님의 더 디시젼쇼 이후에 올렸던 글은 최고였습니다~ 물론 이 글도 그에 못지 않지만요.
이런 좋은 글을 읽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
대박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00% 공감합니다. 저도 이번 시즌 르브론 경기는 모두 찾아서 보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정말 얼마나 약한 것인지. 시즌 전 경기를 보고 앞으로 르브론의 실력은 더이상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었는데, 3차전 단 한 경기에서 믿음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점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올시즌 어떤 경기에서도 상대가 르브론을 그렇게 얕잡아 보고 두려움없이, 존중 없이 플레이 하는 것은 못 봤습니다. 반대로 르브론에게서 어떤 두려움이 느껴지더군요. 믿었던 큰 산이 무너져버리는 느낌이랄까... 4차전을 두려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ㅜㅜ
좋은글 자알 보고갑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무엇보다 상대가 두려워하는 선수가 되어야한다는 점이 와 닿네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선수가 스스로 nice해져버리니.. 이제 4차전 봐야죠.. 르브론 기대합니다..
좋네요 :) 잘 풀어서 설명해주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