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야경
‘빛의 시즌’이 돌아왔다. 빛은 어둠을 쫓고 사람을 부르는 법. 도시는 그래서 연말만 되면 화려한 조명 옷을 갈아입고 들뜬 사람들을 유혹한다. 특히 올 연말 서울의 밤은 유달리 튄다. 예년에 비해 크고 화려한 조명을 설치한 곳이 늘었고, 발광다이오드(LED)라는 ‘신무기’ 덕에 색감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밤 산책’에 그만인 서울 중심가 야경 코스 베스트 3를 소개한다.
글=김한별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불빛 아래 데이트는 바로 여기
1 호젓하게 걸어보자-광화문~시청~남대문 코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가 별거랴. 따뜻한 느낌의 황금색 전구가 달린 가로수 길을 걸어보자. 거리는 약 2km. 길 양편 가로수 345그루에 해질 때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불이 밝혀진다. 방향은 아무래도 좋다. 광화문 출발도 좋고, 거꾸로 남대문 출발도 좋다. 단 호젓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어느 방향에서든 청계천 반대쪽 길이 좋다. 청계천 방향은 루체비스타와 시청 앞 스케이트장을 찾는 사람들로 늘 만원이다.
가로수 조명 외에도 중간중간 이색 조명 설치물들이 많다. 다리도 쉴 겸 잠시 들러 ‘셀카’ 한 방 찍고 가자. 광화문 출발이라면 세종문화회관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첫째 포인트. 높이 15m에 올해 유행인 푸른색 LED로 장식돼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매년 루체비스타, 대형 연하장 등으로 연말 장식을 해오다 지난해부터 ‘전통’ 트리로 테마를 바꿨다. 지난해에는 7m 높이에 일반 전구 장식이었는데, 올해는 크기도 커지고 훨씬 더 화려해졌다. 평일 심야엔 조명을 끄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와 31일에는 밤새 불을 밝힐 예정이다.
혼잡한 청계천이 싫다면 광화문 사거리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살짝 빠져나가보자. 거대한 설치미술품 ‘해머링 맨’이 지키고 있는 흥국생명 빌딩 앞에 귀여운 ‘로버트 트리’가 있다. 케이크 모양에 제자리에서 돌아가는 로봇으로 장식돼 있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캐럴도 흘러나온다. 조명은 깨끗한 흰색. 작가 박진우씨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설치미술 작품‘X-mas Factory’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남대문까지 내처 걸으면 가로수 조명이 끝나는 곳에 신한은행 본사 빌딩이 나온다. 역시 LED 조명을 사용해 1층부터 20층까지 건물 한 면을 통째로 장식했다. 단순히 불만 밝힌 게 아니라 스토리도 있다. 먼저 눈이 내리고, 싹(나무)이 돋고, 거대한 S자가 하늘로 솟는다. 이어 비둘기가 난다. 기본적으로 자사 로고 이미지를 활용한 장식이지만, 워낙 크고 화려해 ‘밤 볼거리’로 제법 그럴싸하다.
2 불빛 구경, 사람 구경-청계천~보신각 코스
광화문 청계천 시작점 부근엔 올해로 4회째를 맞은 루체비스타 축제가 한창이다. 이전엔 루미나리에라고 불렸지만 일본에서 상표등록을 하는 바람에 지난해부터 이름이 바뀌었다. 루미나리에는 ‘빛의 축제’, 루체비스타는 ‘빛의 풍경’이라는 뜻. 청계광장~모전교~광통교~광교를 잇는 구간이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알록달록 오색찬란한 ‘빛의 터널’로 바뀐다. 밝고 화려하기론 서울 시내 야경 중 최고지만,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다 보니 걷는 게 그리 쾌적하진 않다. 불빛을 올려다보며 걷다간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기 일쑤. 다음 달 6일까지.
루체비스타만 보고 돌아서기 아쉽다면 광교에서 영풍문고를 끼고 좌회전해 보자. 멀리 종각 사거리 저편에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눈에 들어온다. 높이가 90m에 폭 50m. 보신각을 향한 모서리를 중심으로 SC제일은행 빌딩 양면에 대칭형으로 가지를 펴고 있다. 트리를 만드는 데 동원된 LED조명 줄만 총 3300개. 제작 기간만 20일이 걸렸다고 한다. 워낙 크다 보니 앞에서면 왠지 ‘초현실적’인 느낌이 들 정도. 2008년 설까지 불을 밝힐 예정.
3 이보다 화려할 순 없다-명동 코스
명동 야경 산책은 시청광장 스케이트장 건너편 롯데호텔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롯데호텔의 크리스마스 장식 컨셉트는 은하수와 별 사이를 뛰어다니는 루돌프 사슴. 은하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본관에서 신관으로 이어지는 가로수에 파랑·하양·녹색 삼색 안개등을 설치하고, 여기에 루돌프 사슴 조형물을 가미했다. 또 본관 외벽에 가로 1.5m, 세로 2m의 대형 LED별 11개를 달았다. 장식비용만 3억원이 들었다고.
롯데호텔에서 오른쪽으로 코너를 돌면 롯데백화점이다. 호텔이 알록달록 다양한 색 조명을 쓴 데 반해, 백화점 쪽은 블루 일색이다. 본점부터 명품관 에비뉴엘, 영플라자까지 푸른색 LED로 통일감을 줬다. 특히 영플라자는 외벽 전체가 파란색. 영플라자와 에비뉴엘 사이의 차도 위에도 푸른색 ‘조명 통로’가 연결돼 있다.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다. 본관 전망용 엘리베이터에는 LED로 만든 산타 모형이 설치돼 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면 산타도 마치 굴뚝을 타듯 따라 움직인다. 본관 앞과 본관~에비뉴엘 사이 공간에 설치된, 명품 브랜드 몽블랑의 대형 쇼핑백 설치미술품도 밤나들이 나온 가족들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 기념 촬영을 하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푸른색 일색의 롯데타운을 벗어나면 곧이어 흰색 조명을 휘감은 신세계 백화점이 나온다. 프랑스 리옹성당의 전구장식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설치 작업도 실제 리옹성당 외관 조명을 연출했던 프랑스 기술진을 초빙해 공동으로 했다고 한다. 일반 전구 대신 역시 LED가 쓰였다. 흰색은 흰색이지만, 창백한 ‘형광등 흰색’이 아니라 푸르스름한 기운을 머금은 흰색이라 느낌이 독특하다. “롯데의 푸른빛이 사랑스러운 느낌이라면, 신세계의 흰색은 한결 우아한 느낌”이라는 게 사람들의 중평이다. 롯데의 경우 내년 1월 말까지, 신세계는 2월 초까지 조명을 유지할 계획이다.
백화점 거리의 호들갑스러운 불빛에 질렸다면 인파를 헤치고 명동성당으로 가보자. 성스럽고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본연의 불빛을 만날 수 있다. 외벽 공사 중인 본관 건물 앞에 실물 크기의 마구간 모형이 설치돼 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의 마구간을 상징하는 것으로, 성모 마리아와 요셉, 천사와 소·나귀상 등으로 꾸몄다. 가톨릭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마구간을 만드는 풍속은 1223년 성 프란치스코(St. Franciscus)로부터 시작됐다. 신의 아들이 가난과 궁핍 속에 찾아온 온 성탄의 의미를 널리 전하려 했던 게 목적이었다고.
마구간 속 구유는 현재 비어 있다. 24일 밤 성탄 전야미사와 함께 아기 예수 구유 안치 예식이 시작된다. 동방박사의 상도 예수 공현(公現, 신이 자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냄) 대축일인 1월 2~8일 이후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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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보며 멋진 저녁 바로 여기
병원 영양사로 근무하는 정지영씨는 요맘때 겨울이면 마냥 행복하다. 크리스마스 불빛이 있어서다. “거리의 벽난로 같아요. 찬 바람에 꽁꽁 언 몸과 마음을 녹여 주잖아요.” 그래도 마냥 길거리에서 즐기는 건 달갑지 않단다. 옷깃을 파고드는 동장군을 당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빛을 볼 수 있는 따뜻한 실내 공간을 찾는다. “창밖 불빛은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화려해져요. 눈이라도 내린다면 창틀 속 풍경이 그대로 크리스마스카드죠.” 그녀가 ‘화려한 크리스마스 불빛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몇 곳을 소개했다.
정리=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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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라자호텔'투스카니'에서 바라 본 시청 앞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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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카니 통유리 너머로 높이 22m의 큼지막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화려한 불빛의 루체비스타가 보인다. 서울의 중심부인 서울시청 광장의 연말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며 식사할 수 있다. 저녁은 코스 메뉴 위주다. 1인당 12만원으로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주방장이 엄선한 재료로 만든 9가지 메뉴가 근사하다. 커피 위에 거품을 뿌려놓은 듯한 카푸치노 수프의 부드러운 맛으로 먼저 추위를 달랜다. 해산물을 넣은 생파스타는 씹는 맛이 행복하다. 메인으로 나오는 소고기 안심구이는 단호박 퓨레가 곁들어져 있어 달콤하면서도 고소하다. 오후 10시부터는 와인 바로 운영된다. 비싼 와인을 고르기보다 와인 1병에 모둠 치즈 안주를 내는 스페셜 와인 세트(2인 기준으로 13만원부터)가 경제적이다. 좌석 수가 적어 예약이 쉽지 않다. 예약이 꽉 찼다면 같은 층에 있는 뷔페 레스토랑 세븐스퀘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시청 건너편 서울프라자호텔 2층. 02-310-7349(투스카니), 7340(세븐스퀘어).
라따블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 19층에 위치한 뷔페 레스토랑. 화려한 명동의 밤거리는 물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내려보며 연말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뷔페 메뉴는 다양한 드레싱의 계절 샐러드에 쇠고기와 파스타까지 80여 가지 음식을 선보인다. 초밥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해산물 뷔페에 버금갈 만큼 갖추고 있다. 후식으로 과일과 케이크도 넉넉하게 준비했다. 이달은 특별히 추운 겨울에 먹어야 제 맛인 굴 요리가 더해졌다. 생굴(석화)·굴 그라탕·굴전 등이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건 어른 한 사람에 2만7000원이란 착한 가격. 이 값에 생맥주까지 뷔페 스타일로 양껏 마실 수 있다. 02-6361-8120.
파리크리상 키친 청계천 입구 대로변 1층에 있다. 불빛을 내리비추는 여느 레스토랑과 달리 거리의 불빛을 눈높이에서 즐길 수 있다. 베이커리 브랜드지만 매장의 반은 빵을 팔고 반은 레스토랑으로 운영한다. 메뉴는 이탈리안 스타일의 파스타·피자·스테이크가 주종. 값은 피자의 경우 1만5000원부터. 캐주얼 레스토랑 수준으로 큰 부담은 없다. 오픈 키친 형태라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피자 화덕 앞에서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테이블이 많지 않아 예약을 하는 편이 좋다. 500원을 더 내면 포장도 가능하다. 오후 11시까지 영업. 02-773-8208.
아카사카 올림픽대로와 강북강변 도로에 사이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한강, 그 너머로 펼쳐진 서울 강남의 야경까지 두루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곳. 남산 중턱에 자리 잡은 그랜드 하얏트호텔의 일식당 아카사카의 강점이다. 연말을 맞아 아이스링크와 그 주변에 수만 개의 불빛이 더해져 야경이 황홀하다. 요즘은 제철을 맞은 복어요리가 인기다. 복죽(3만원)부터 복사시미(13만원)까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캐주얼 바인 제이제이 마오니즈의 맥주 한 병(1만원부터)을 권한다. 라이브 음악에 맞춰 춤까지 출 수 있다. 성수기를 맞아 두 곳 모두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메뉴와 가격은 사전 확인 필수. 02-799-8164(아카사카), 8601(제이제이 마호니스).
백리향 ‘야경이 멋진 곳에서는 스테이크만 판다’는 편견을 여지없이 깨주는 곳. 63빌딩 57층에 위치한 중식당으로 서울의 밤을 즐기며 자장면을 후루룩 빨아들일 수 있다. 금빛 물결 흐르는 올림픽대로, 도도한 불빛의 남산타워, 근엄한 불빛의 국회의사당 등이 눈앞에 펼쳐진다. 강을 건너는 다리들과 강을 가르는 유람선도 또 다른 볼거리. 장년층의 데이트 코스로 적극 추천. 자장면은 1만2000원, 저녁 인기 메뉴는 상어지느러미 찜이 나오는 9만원짜리 코스 요리다. 02-789-5741.
스타라이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의 16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 겸 바. 서울 동쪽 한강변의 차분한 불빛이 내다보인다. 실내장식은 요란하지 않은 화이트 톤이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피하고 싶다면 최적의 장소다. 24일에는 거위간과 바다가재 요리가 나오는 9코스 크리스마스이브 특선 디너(20만~25만원)가, 25일에는 크리스마스 디너(13만~18만원)를 준비한다. 전망이 좋은 창가 자리는 홀 자리보다 1인당 5만원을 더 받는다. 와인 1병을 서비스로 내니 용서할 만하다. 02-450-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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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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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폴로 서울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강북에 몰려 있다. 청담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 지역이 외식 문화를 이끌어 간다지만 ‘고공 전투’만큼은 아니다. 그나마 삼성동 무역센터 트레이트 타워의 마르코폴로가 있어서 다행이다. 52층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과 계단식 구조라 창가가 아니더라도 서울의 야경을 막힘없이 즐길 수 있다. 실내공간을 이원화해 동쪽에서는 아시안 음식을, 서쪽에서는 지중해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걸으며 실크로드를 따라왔던 마르코 폴로를 생각해 보자. 저녁 세트 메뉴는 7만원부터. 연말에는 이보다 비싼 메뉴(10만원부터)를 내놓아도 찾는 사람이 많아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02-559-7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