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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회사가기시러시러
옆집에 올렸었는데, 내가 다시 가고 싶어서 올린다능.. 1년 됐네..
사진은 다 폰으로 찍었는데(갤7), PC 버전으로 보면 더 멋지게 보여... 봐주라...
내가 걸으면서 찍은 윈도우 배경화면
백수 3개월차 이제 슬슬 다시 취업준비 하기 전에 여행을 다녀와야 겠다 싶음
여행지는 스페인이 좋겠당
스페인을 가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참 좋겠다 싶었는데
회사 다니면서 체력이 거지가 되어서 체력이 안 따라 줄까봐 무서움
그냥 여행만 할까 산티아고 걸을까 고민만 한달 한듯
대한항공에서 6만원 할인해주고 우리은행 카드 페이백 이벤트 해서
이벤트 마지막날까지 고민하다가
대충 산티아고 한달, 여행 한달 이렇게 해서 비행기 예매함
갈때는 에어프랑스 올때는 대한항공
3주 전에 비행기 표 예매 해서
2주는 급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에 필요한 준비물 삼 ㅋㅋㅋㅋㅋ
카페도 가입하고 오픈채팅방도 눈팅하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산티아고 준비하느라 뒤에 갈 여행준비는 별로 못함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나서 여행을 하면 여행이 시시하다는 글을 봤는데
진짜 얼마나 좋은지 궁금했음
가기전 산것
왕복 비행기 109만원 - 나중에 5만원정도 페이백
배낭, 운동화, 침낭, 판쵸, 깔창, 일회용팬티, 무릎보호대, 모자, 장갑, 크록스, 스포츠타월
레깅스 2개, 티셔츠 3개, 스포츠 브라 2개, 양말 3개, 인진지 양말 1개
알러지약, 피임약, 감기약, 지사제,
물집밴드, 밴드, 비누 담는 그물망, 쓰리심, 여행자보험
준비물 할라고 써놓은 것
여권, 여권사본, 티켓사본
배낭, 침낭, 운동화, 판쵸, 크록스
장갑, 모자, 선글라스, 노트, 펜, 안경, 스카프
바람막이, 경량패딩, 긴팔, 반팔, 레깅스, 반바지, 잠옷
일회용팬티, 스포츠브라, 양말, 깔창, 앞꿈치 보호패드
무릎보호대, 바세린, 대일밴드, 물집밴드,
지사제, 피임약, 알러지약, 감기약, 호랑이연고
칫솔, 치약, 치실, 스포츠타월
빨레집게, 옷핀, 지퍼백, 자물쇠, 손톱깍이, 핀셋, 면도기, 다이소 스프링
핸드폰, 카메라, 보조배터리, 충전기, 멀티탭
화장품, 여드름패치
난 후리스 안 챙겼는데 있었음 경량패딩보다 좋았었을꺼 같고
일회용 팬티도 개 편했는데 초반에 부피 차지함
그리고 돈은 조금만 환전해서 가고
하나비바 카드로 ATM 에서 뽑아씀
걷는 동안은 4번정도 300씩 뽑아 쓴 것 같다.
가서 쓸 화장품은 수화물 보내기 싫어서 걍 면세로 삼
키엘 스킨, 차앤박 프로플리스, 스킨푸드 크림, 차앤박 선크림, 잇츠스킨 폼클렌징
키엘 스킨이 부피가 커서 첨부터 버리고 싶었는데 비싸서 차마 못버림
잇츠스킨 폼클렌징은 파리 한인민박에 짐 맡기고
파리 러쉬 싸길래 러쉬에서 클렌징이랑 팩 사감 ㅋㅋㅋㅋㅋㅋㅋㅋ다른 짐을 늘림
등산을 안해봐서 준비물 사는데 돈이 쫌 듬 따흐흑 ㅜㅜ
그리고 가기전에 날씨도 별로고 몸도 별로라 그 핑계로 등산화도 안신어보고 ㅋㅋㅋㅋ
많이 걷지도 않아보고 감.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음
여행 일정 70일
파리 5일
파리-바욘-야간버스 이동 1일
바욘-생장 이동 1일
생장-산티아고 대충 35일 잡았고,
그 뒤는 포르투-리스본-스페인-파리2일-집 이렇게 대충만 잡아놓음
여행 가기 전에도 집안일도 있고 가도 되나 싶고
감기기운에 목 붓고, 입술 터진 채로 가고
엄마가 배웅해주는데 버스에서 눈물이 나고
파리 여행 할 때 일교차 커서 힘들었고 따흐흑
바욘 가는 야간버스 탈때까지 몸이 아파서
버스에서 혼자 엄마 보고싶어서 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티아고 가는 길 아무리 생각해도 개고생이고 체력도 자신 없고 벌써 힘들고
산티아고 걷기전에 엄마 보고 싶어서 우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꺼 같고
벌써 지쳤다...
파리-바욘 가는 방법은 TGV 나 flix bus 있는데
난 늦게 준비 했더니 떼제베가 100유로가 넘음 꺼이꺼이
이걸 타느니 파리에서 하루 더 자고 플릭스 야간버스 타는게 더 나을꺼 같아서 야간버스 탐
어플로 예매 했고 35유로
poret maillot 에 버스 정류장 있음 근데 정류장만 덩그러니 있고 화장실도 공용만 있고 ㅠㅠ
기다리는데 넘나 외로웠당
바욘에서 내리고 너무 예뻐서 약간 기분이 업됐는지
버스에서 만난 산티아고 길 걸으려는 외국인한테 인사하다가 계단에서 발을 접질렀다 ㅋㅋㅋㅋㅋ
맞다 비행기 타러 나갈때 등산화 첨 신음 ...
오른쪽 발목이 붓고 아프다
.
생장에서 크레덴셜 받고 43번 알베르게로 이동
밤 되니까 발이 자꾸 붓고 아프니까 더 서럽고 눈물이 났다.
발 보여주니까 다들 근육통약 바르라고 주고 아프니까 더 서럽워서 울고
우니까 근육통약 눈에 들어가서 우는줄 알고 ㅋㅋㅋ
시작도 전에 집에 가야 하나, 아니면 긴 여행을 해야 하나
걷다가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여행을 해야지 하고 오긴 했지만
이렇게 바로는 아니었는데...
자기 전에 숙소 모니크가 네츄럴 네츄럴 이라면서 약초? 팩? 같은걸 발라주고 랩으로 싸줬다.
이거 하면 내일 나 걸을수 있다고 하면서
시작부터 너무 감동이었다.
1일 생장-론세스바예스
외국인들은 옹세봐 이런식으로 읽는 것 같았다.
가기 전부터 피레네가 제일 걱정이었다.
피레네까지 걷기 힘들면 3시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오리손 산장에서 하루 쉬고 가는 방법도 있다.
모니크랑 인사하고 내 핑크돌고래도 주고 포옹하고 사진찍고 또 눈물찔끔 하고 나왔다.
다리 아픈 핑계로 동키도 일찍부터 써보게 됐다.
동키는 다음 마을까지 짐 옮겨주는 서비스 같은 건데
업체는 여러군데 있고
알베르게에 있는 봉투에 다음 마을 숙소와 돈을 넣어두면 옮겨준다
근데 가끔 전화해서 여기 가방 있어요 가져가 주세요! 해야 하는 동키도 있어서 알베르게에 문의 해 봐야한당
그리고 동키라고 하면 몰라서 백팩 트렌스퍼라고 하면 알아들었당
맞다.
백팩은 스페인어로 모칠라!
나는 산이나 산맥의 꼭대기라고 생각 한 곳에 올라갈때마다,
내 생각이 틀렸음을 생생하게 깨달았다.
여전히 올라가야 할 곳이 또 있었다.
-와일드
시작부터 오르막이어서 힘들고 뭔가 무서웠는데
한국인 패키지를 만나서 조금 마음편하게 갔다.
배낭은 보내서 에코백 메고 걸었다.
산위에서 먹었던 샌드위치-보카디요 꿀맛
전날 숙소에서 피레네 걷다가 몸이 안좋아져서 다시 생장으로 왔던 여자분이
자기 몸이 안좋아서 9시간 걸렸다고 했고 보통은 7-8시간 걸린다고 해서
나도 8시간쯤 걸리겠구나 했는데
10시간 걸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시 정도 까지는 이정도면 할만하네 피레네 별거 아니네! 했는데
끝없는 내리막 ㅋㅋㅋㅋㅋㅋㅋ힘들어서 쉬다 걷다 쉬다 걷다 ..
만난 동생이랑 우리 다이어트 캠프 왔다고 생각하고 걷자면서 걷기도 했다.
론세스바예스 숙소만 봤는데도 이렇게 감동이었는데
산티아고를 보면 또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난 늦게 가서 지하에 있는 오래된 침대 였는데
일찍 가면 아주 좋은 침대에서 잘 수 있었다 따흐흑
나중에 딴 사람한테 들었는데 더 늦으면 밖에 컨테이너 박스에 있는 침대를 준다ㅠㅠㅠ
어제 숙소에서 본 사람인줄 알고 나 다리 아픈데 해냈다!!!! 하면서 친한척 아는척 했는데 초면이었다.
외국인 얼굴 구분하기 넘 힘들당
2일째 이날부터 밀카를 열심히 먹었던 것 같다
첫날 산에서 오렌지 먹은게 너무 감동이어서 초코렛 과일 물 꼭꼭 가지고 다녔다.
순례길에서 내가 제일 느리다.
나는 무슨 산신령처럼 걷는 것 같다.
오늘은 한손엔 에코백 한손엔 간식 비닐봉다리
숙소에서 엘리자벳부부와 어제 내가 아는척한 훌리오랑 같은 방을 썼다.
엘리자벳한테 러쉬 팩을 영업하면서 이걸 하고 스킨로션크림까지 써야 한다고 빌려줬더니
감동했다. 나보고 맨날 이걸 하냐고 그래서 내 피부가 좋구나 하면서 또 감동
짐도 줄일겸 러쉬 팩 하나 주고왔당
우린 이제 칭구칭구
숙소는 부킹닷컴에서 예약하고 갔는데 조식까지 너무 좋았다.
나의 사랑 밀카
3일
팜플로나는 대도시였고, 여기서 먹은 레몬 하이네켄만큼 맛있는 레몬맥주는 못먹어봤다.
헛것을 봤던 건가 다시는 레몬 하이네켄을 보지 못했고
문어튀김은 너무 맛있었다.
팜플로나에서 산티아고 우체국까지 짐을 보낼 수 있다.
15일인가 20일까지는 무료고 이후에는 하루에 1유로씩 내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안쓰는거 보낼까 했는데 보낼 짐도 너무 적고
박스값만 10유로가 넘어서 안보냈는데
나중에 보니까 박스값 아닌 것 같기도 모르겠다.
짐을 안보내는 대신 이것저것 필요 없는 물건 들은 나눔하고 버리고 했다.
배낭 처음 메는 날
오늘 10시간을 걸었고
무얼 버릴까 하루종일생각했다.
그래도 비싼건 버릴수 없었다...
5일째 estella 숙소를 예약했는데 3시 전에안오면 나의 방은 없다고 해서 빠르게 걸었고
빠른 외국인 할아버지와 걸어서 더 빠르게 도착했다.
과자 준 사람 좋은 사람
엘리자벳을 다시 만나고 싶었는데 드디어 다시 만났다 너무 신난다.
8일째 왜인지는 모르지만 실수로 일찍 도착함
컨디션도 좋고 다음마을도 가깝고 해서 더 갔는데 개고생 한 날
산에 양떼 잘못본줄 알았다.
ciruena 는 입구부터 그 팔아요 표시가 넘나 많았고 사람도 없고 했는데
숙소는 집같고 좋았다.
외국인 할아버지랑 카드 게임도 하고
나도 시간 낭낭 했으면 여기 입구에 있던 골프장에서 골프 쳐보고 싶었다.
산토 도밍고 성당 이야기가 담긴 빵
여기서 팔던 쿠키가 진짜 맛있덨다.
10일째
컨디션 괜찮고 빨리 도착해서 많이 걷고 했더니 발에 물집이 생겼다
숙소에서 어제 길에서 만난 메리가 물집을 따줬다.
물집을 따면서 무섭다고 하니까 영어로 숫자 세라고 하고
한국말로, 스페인어로 숫자를 셌다.
날도 춥고 우울했는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이날부터 좀 절뚝절뚝 거리면서 걸음
난 잘 걷는다고 걷는데 다들 괜찮냐고 물어본다.
아마도 로그로뇨에서 본 간달프
다람쥐 밥주는 할아버지
나한테도 호두를 주셨다.
양쪽 뒤꿈치에 생긴 물집때문에 걸을 때마다 너무 아프다
이날은 택시 데이
40키로 정도 택시 타서 55유로 나왔다.
아래부턴 그림일기 사진 안찍어서
14일 hornillos del camino-castrojeriz
오늘은 비빔밥 주는 알베를 향해 간다
이날 만난 한국인들이 모두 여기를 향해 가고 있어서 큰일이었다.
발은 아프지만 열심히 걸었고
중간에 산신령 같은 할아버지가 내가 절뚝거리면서 걷고 있으니까
넘 무리하지 말라고 하고 가셨다.
이날 빨래도 하고 여유로와서 스트레칭도 처음으로 하는데 옆에 외국인 할머니가 따라해서 같이 했다.
비빔밥에는 파프리카가 들어있었다.
어제 만난 한국계 미국인 아주머니 또 만나서 마트 같이 다녀 왔다.
엄마랑 딸이랑 다니는데 너무 부러웠다.
나도 엄마 보고싶다.
플레이모빌 주는 줄 알고 과자 샀는데 없었다.
15일
castrojeriz-boadilla
이제 물집이 아니라 발목이 아프다
버스 탈때가 되었나보다
처음부터 부르고스-레온 메세타 구간은 버스 탈 생각을 하고 왔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걸으면서 가는 길을 즐기라고 하는데 난 여전히 마을이 보일때가 가장 즐겁다.
발이 안 아플때는 재밌었는데, 발이 아프니까 걷기 싫고 재미가 없다.
정원이 큰 숙소 였고 미트볼이 맛있는 숙소 였고, 한국인 어머니가 붙이는 침 같은걸 주셨다.
하루하루 걷고 마칠때마다 내가 너무 장하고 뿌듯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16일
Boadilla-Fromista 걷고
Fromista-Carrion 버스
아침에 해 뜨기 전 걷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걸 본걸로 메세타 구건 걸은건 됐다 싶었다.
레온까지 기차를 탈까 했는데 12시 기차여서
까리온 가는 버스를 찾아서 탔고
한국계 미국인 어머니 또 만나서 같이 갔다.
수녀원 알베르게 감 - 5유로에 좋고 친절했는데 여기서 베드버그 물린 것 같기도 하고
레온 가는 버스표를 사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입구에 있던 bar 에서 팔았다 세상에
알베르게에서 순례자를 위한 무언가를 한다고
ciruina 숙소에서 만났던 밝은 로잔나가 알려줘서 갔다.
자기 소개와 자기가 어기 왜 왔는지를 이야기 했는데 다들 사연이 있고 슬프다.
로잔나는 항상 웃고 밝고 즐거워보였는데, 힘들어서 온거여서 너무 놀랐다.
다 같이 손잡고 기도하고 포옹을 했다.
나만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걷는 것 같았다.
대형 초코
매일 마트에 가서 고민을 했다.
이걸 들고 다녀서 그런가 하루 7시간씩 걷는데 살이 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나 예쁜 까리온
17일
carrion-leon 버스
어제는 물인줄 알고 버스를 잘못 탔다.
춥고 비도 오고 버스 타길 잘했고, 버스 밖으로 보이는 걷는 사람들이 더 대단해 보였다.
손등, 목에 물린 자국, 알러지 같은게 생겨서 베드버그인줄 알고 걱정했는데
약국에서 모스키또라고 해서 다행이었다.
근데 아무리 봐도 나중에 남은 흔적이 베드버그 같았다 흑흑
오늘은 현타의 시간
나는 여기서 무얼 하는 걸까
혼자 있는게 좋고 어울리는 걸 안좋아하는데
힘들게 걷는게 싫고, 나약하고, 넘나 쉽게 걷는 것 같다.
그래도 각자의 까미노는 다르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하루만 더 쉬고 씩씩하게 다시 걸어야 겠다.
발이 아프니까 더 사람이 귀찮고 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언 것 같다.
18일 레온에서 하루 쉽
시간 몰라서 레온 성당 안에 안들어갔는데 다들 꼭 들어갔으면..
내부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입장료 있음
레온에 있는 v로 시작하는 초코렛 카페 존맛
같은 방 쓰는 분과 이야기 하는데
어울리는 걸 즐기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공감했고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어서 너무 위로가 됐다.
숫자가 주는게 너무 즐겁다.
19일
leon-san martin
오랜만에 걷는 날
또 엘리자벳을 다시 만나서 신나서 걸었다.
25km 였는데 6.5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고
마을은 분명 보이는데 쉽게 가까워 지지 않았다.
입구에 있는 숙소에 갔고 산책하러 갔다가
스페인 사람과 같이 걷고 나한테 카드마술도 보여주고
관심 갖는 동네 애들한테도 마술 보여줬다.
저녁 먹고 돌아가면서 왜 왔는지 말하는데
오늘은 며칠전 수녀원과는 다르게 신난 분위기로 이야기 했다.
해 뜨기전 너무 아름다워서 계쏙 뒤돌아보면서 걸었다.
20일
san martin-astroga
김기기운이 있고 힘들어서 보이는 모든 마을에서 다 쉬었다.
혹시 버스가 지나갈까 기대하면서 버스정류장에서도 앉아서 오렌지를 먹었다.
버스는 안온다.
어제 만난 스페인 마술사가 astroga san javier 알베르게는 별로라고 알려줬다.
여기는 수육 미슐랭 가이드 맛집이 있다고 하고
동네 유명해보이는 과자도 팔아서 나눠서 샀다.
polvorones 쿠키가 입에서 녹고 너무 맛있었다.
스페인 마술사 저녁에 만나서 나눠주려고 했더니 질색팔색을 하면서
이거 크리스마스에 먹는 쿠키라고 했다.
집에 갈때 사가고 싶었는데 다시는 보지 못했다 ㅠㅠ
오늘 만난 분은 산티아고 길이 베풀고 나누는게 일상이라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나도 본받고 저런 마음으로 걸어야 겠다.
21일
astroga-foncebadon
어제 산 쿠키까지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방구 뿡뿡뀌면서 출발
마지막 오르막 6km가 여태 걸은 것 보다 힘들었다.
오늘은 사실 쫌 부담스러운 사람이 전마을까지 간다고 해서 더 걸은 것도 있다.
나는 정말 왜 이럴까.
그리고 전 마을이 더 좋았다.
22일 foncebadon- El acebo
foncebadon 을 지나면 철의 십자가가 나오고
ㅇㅕ기에 버리고 싶은 걸 버리고 오면 된다.
나는 쫄보 같은 마음과 걱정을 담아 버렸다.
비도 오고 힘들어서 11km 만 걸었는데 알베르게가 너무 좋아서 후회하지 않는다.
수레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이 분은 배낭 메고는 힘드니까 쌍둥이 유모차를 개조한 수레를 끌고 다니신다.
이 아저씨는 나중에 세비야에서 또 만났다.
23일
El acebo- ponferrada
확실히 올라갔다 내려가면 힘든데 경치가 너무 좋다.
메리와 제인을 다시 만났다.
어제 오늘 내리막 나눠서 가길 잘 한 것 같다.
오스트리아부터 걷기 시작한 사람을 만났다. 나눠서 걷는 것 같았다.
외국인들은 가까워서 나눠서 걷고 걷고 할 수 있는게 너무 부럽다.
24일
ponferrada- villafranca
목감기 걸려서 약먹고 코풀면서 몽롱한채로 걸었다.
분명 4km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고 신나서 걸었는데
그건 차도였고 까미노는 망할 포도밭을 따라서 돌아가는 길이었다.
레온 이후로 욕하면서 걷는 것 같다.
숙소도 다 찼다고 하는데 다락방이 있어서 거기에 아는 동생과 묵었다. 개이득
오늘 너무 힘들었는데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진짜 다이어트 캠프 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죽는줄 알았다.
Villafranca- La faba
이날은 힘들어서 사진도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태까지 중에 제일 힘들었던 날
오르막+비+지랄맞은 길
오늘도 욕하면서 걸었다.
더 가려고 했는데 더는 못가겠어서 보이는 마을에서 멈췄고
채식주의자 알베르게였다.
까미노 곳곳에 채식주의자 알베르게가 있어서 그런 지도도 있다.
그데 춥고 구리고 직원은 싸가지 없고
채식 저녁을 먹어보고 싶은게 아니라면 비추다
아침에는 옆에 화장실 물 내려가는 소리에 일어났다. 흑흑
26일
La faba- triacastela
어제 나눠 걷기를 잘 한 것 같다.
원래 어제 목적지인 마을까지도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스페인 마술사를 또 만나서 사리아 뽈뽀 맛집을 손에 적어주고 갔다.
처음에 보이는 bar 에 안들어갔더니 다음 bar 가 안나와서
진짜 다이어트 캠프 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죽는줄 알았다.
중간중간 스페인어를 공부했는데 오늘이
택시 불러주세요! - 야마르 운 딱시 뽀르빠보르 를 써먹는 날인가 싶었다.
코를 너무 풀어서 몽롱한 채로 걸었다.
triacastela 마을 3 km 전 식당 존맛
여기서 둘이 라자냐 크로켓 라이스푸딩 케이크 2개 먹고 케이크 하나 포장해왔다.
누텔라하누타를 준 르네와 만나서 저녁도 먹고
꼬달리 크림을 사고 짐덩이인 통을 받아서 간식통 할까 잠깐 미친 고민을 하고 그냥 숙소에 두고 왔다.
27일
triacastela-sarria
말로만 듣던 사리아에 가는 날
콧물을 킁킁대면서 맹구처럼 걸어다녔다.
사리아 가는 길 생각지도 못한 오르막과 너무나 경사진 내리막때문에 빠르게 도착했다.
아들이 합류한 메리제인을 또 만났고,
마트에서 밀카 2017올해의 맛도 샀다.
여기서는 거울 볼 일이 잘 없어서 몰랐는데
오랜만에 거울로 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살이 찌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밀카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핑계를대자면 피임약 때문인 것 같다.
28일 sarria-portomarin
아침부터 길을 잃었고, 누가 까미노 길까지 태워준대서 탔는데
얘도 개를 데리고 까미노를 걷는다고 한다
3번째 까미노라고 한다.
태워준건 고마웠는데
이새끼
오르막이고 코도 막히고 힘들어하니까
경치를 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는 아까 가방에 아무것도 안들었다고 나한테 보여줬으면서
혼자 걷고 싶다.
이제 이야기 하면서 걷고 싶지가 않았다.
가방도 오늘따라 무겁고 힘들었다.
걷는데 동네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줄라고 했다. 세상에나 감동
프로토마린은 너무 예뻤고 숙소 주인분도 무이비엔! 무이비엔! 하시면서 너무 친절했고
아무곳에서나 먹은 스테이크도 너무 맛있었다.
아침에 개와 함께 있던 저놈 또 만났는데
날 뭘 믿고 개를 맡기고 마트로 들어갔다.
저놈새끼
창밖으로 보이는 포르토마린
까미노에서는 1일 1 쥬스를 먹는다
생 오렌지로 바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건강하고 간단하고 먹을 수 있는 오물렛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 만드는법 알아서 집에서 만들어먹고싶다 ㅠㅠㅠ
그리고, 순례길에서 얼음물, 테이크아웃커피, 미니선풍기 장사를 하고싶다
갈리시아 지방으로 오면서 너무 습해졌다.
포르토마린 들어가는 입구 존ㅇㅖ
29일
portomarin-palas de rei
사리아부터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건 알았는데
정말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패키지 그리고 옷을 잘 차려입거나 짐이 가벼운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끔 줄줄이 가기도 했다.
걸으면 꼭 일행을 만들거나 무리지어 다녀야 하나?
와서 항상 같은 사람과 다니는 사람이나 나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란 생각도 들었고
걸으면 뭐가 바뀔까 했는데
그냥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외로운 여행을 해도 되는 걸까' 란 생각도 들었지만.
머어때용
30일
palas de rei-ribadiso
가면서 문어요리 뿔뽀가 맛있는 melide 를 들렸는데
동네가 너무 예뻤다.
뿔뽀도 맛있었는데 쉬림프는 더 맛있었다.
인사가 무뚝뚝한 외국인 아저씨도 많아졌고
mipes 알베르게에서 먹은 햄버거도 너무 좋았다.
여기서 햄버거 시키고 실패한 적이 없다.
모두 반숙 계란 베이컨 고기는 기본으로 넣어준다.
31일
ribadiso-o pedruzo
숙소에서 나와서 걸었는데 다시 숙소였다. 뺑 돌았다 젠장
오늘은 골목골목 좁은 길이 많았고
스테이크 두끼 먹었다.
메리가 산티아고 배지를 선물로 줬다.
이제 슬슬 이후 여행 계획을 짜야 하는데 귀찮다.
노란 화살표가 계속 되면 좋겠다.
문득 나는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이 일은 너무 터무니 없고, 특별한 의미도 없었으며
게다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말도 안될 정도로 벅찼다.
나는 아직 이 일을 할 준비가 완벽하게 안 되었던 것이다.
-와일드
32일 o pedruzo-santiago
12시 향로미사를 기대하며 6시 출발했다.
보통은 6시에 사람이 없는데 오늘은 있었고
너무 어둡고 무서워서 뒷사람 지나갈때까지 기다렸다.
빠르게 걸었고 산티아고는 생각보다 너무 도시였다.
섣당이 나오기 전 이곳에서 누가 연주를 하는데 이때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성당도 너무 공사중이었다.
그래도 향로미사도 보고, 내가 진짜로 산티아고에 도착하다니 너무 장했다.
여기는 그날 누가 유명하다고 해서 갔는데
양은 많은데 맛은 그냥 그랬다.
밤에 건물 너무 예뻤고 작은 공연도 하고 있었다.
다음날은 투어 신청해서
피니스테라와 묵시아를 보고 왔는데
피곤함이 밀려와서 그런지 걷는 것 보다 더 피곤했다.
산티아고에서만 대충 1280 유로정도 사용 한 것 같다.
가기 전에는 1km 당 1유로
100 만원 이면 간다고 했는데 잘 먹고 잘 다녀서 그것보다 많이 쓰고 왔당
아끼고 해먹고 하면 덜 쓰면서 다닐 수도 있다.
정리
10일은 씩씩하게 걷고
10일은 물집 잡히고 절뚝대면서 걸어서, 다른 생각을 못 했고
10일은 코감기 목감기때문에 어질어질 몽롱 한채로 걸었다.
느낀점
재밌다가도 개고생 같기도 하고
여기서도 별로인 사람이 있어서 사람을 가리게 되고
남들은 사람 사귀는게 재밌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그렇게 즐겁지 않고
초반엔 재미있긴 했는데 ...뒤로 갈 수록 조금 귀찮아 졌다.
발 아프고 몸 아프니까 더 그런 것 같고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란 걸 잘 알게 되었당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시간이었다.
걸을 수록 뿌듯했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내가 너무 장하다
그리고 확실히 이후 여행에서 성당이나 궁전 다 봤던 것 같고 비슷해서
감흥이 떨이지도 기대치가 낮아지긴 한 것 같다.
걸으면서 힘들고 욕하면서 걷는 날도 있었지만
까미노 걸은 걸 후회 한 적은 없었다.
이건 내 도장 자랑 꽉 채웠지렁 !!
나의 사랑 문어튀김
걸을 때는
와 이건 내 처음이자 마지막 까미노다
재미는 있지만 넘나 힘들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미화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치 다시 보고 싶고 다시 걸을 수 있을 것 같고 그렇당 ㅋㅋㅋㅋ
하루하루 퀘스트 깨듯 뿌듯함이 장난아냐! ㅋㅋㅋㅋ
언젠간 꼭 다시 한번 갈꺼야.
이걸 걸었다고 내 삶이 크게 바뀌거나 하지도 않았고,
성격이 막 변하지도 않았어! ㅋㅋㅋㅋㅋㅋ
가기전에 산티아고 후기를 보면 사람들 만나는게 너무너무너무 즐겁다는데,
난 처음에만 좋았지 나중에는 감기 걸려서 그랬나 너무 지치고 혼자 있고 싶고..
그래서 그냥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깨닫고 온거 같어
난 어울리는걸 즐기지 못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있는거 최고 좋아!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나를 위해 거절하는 걸 잘하게 됐고,
걷고 나서 나 계속 해보고 싶었던 거 있는데, 그것도 응모? 해서 뭔가 작게 이뤘어! ㅋㅋㅋㅋ
모든 일은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 별거 아닐꺼고, 난 뭐든 할 수 있을꺼라고 느끼고 온 거 같어 ㅎㅎ
지금은 취업했지만 휴가를 이용해서 유럽사람들처럼 몇년에 걸쳐서 나눠가볼까도 싶고.
언젠간 꼭 다시 산티아고에 갈 수 있기를!
멋있다 여샤 연어하다 왔는데 서른되기 전에 꼭 다녀와야지 !
멋지다 여샤 가고싶다는 생각만 하고있었는데 실행으로 옮기고싶어진다 고마워 !!
우연히 다른거 검색하다 글 봤는데 보는내내 눈물고여서 참느라 혼났네ㅜㅜ 요새 스페인하숙 보면서 사람들 대단하다.. 했는데 와 그냥 뭔가 감동이야 여시글보니까 나도 너무 가보고싶어졌어
나 22일 출국이라 연어하다 또 왔어... 여시 넘 장하고 대견하고ㅠ
잘 봤어 여시야!! 내년 봄에 꼭 가려고!!!
고마워!
여샤 ㅠㅠㅠㅠ여시 글 보고 꼭 갈거야 ㅠㅠ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07.24 00:0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26 19:59
등산 연어하다가 발견 너무 재밌다
지금 가도 되려나… 막연히 생각만 있는 요즘 ㅠㅠ
0km 사진 보고 눈물 찔끔 났다 여시랑 같이 걸은 것 같아 나도 꼭 가보고싶어졌어
꼭!
글 정독했다
읽는데 너무 생생해서 힐링되고 눈물났어 글써줘서 고마워
보다가 눈물이 나서 다 못봤어... 다시 봐야지 글 써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