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의 아침
나는 수거한다
산기가 도는 저 비구름은 분리수거장에서는 쓸모가 없다
쓸모없는 것들이 쓸모없는 구름아래 모인다
불 위에서 기포를 머금고 주전자가 일상을 끓여내는 동안
나는 지하실로 내려가 죽어 넘어진 별의 뼛조각을 수거한다
나는 취取하기 위해 분리한다
마당에 만발한 복숭아꽃은 식탁으로 복숭아를 데려왔다
나는 보호막을 벗기고 복숭아 알맹이와 껍질을 분리한다
나는 버리기 위해 분리한다
초승달로 깨진 그릇과 보름달 뜨는 빈 그릇을 분리하고
보름달을 쪼갠다
어제가 바쁘게 폐기된다 어제 신문을 분리한다
새것이 헌것으로 바뀐다 낡아가는 내부를 가린
낡은 겉옷을 분리한다
지나온 길을 바닥에 깔고 닳아 있다 닳아버린 구두를 분리한다
눈동자가 꽃을 떨어뜨리고 단풍을 비틀어대는
취기의 계절에 단비는 오지 않았다
꿈으로부터 착신되는 환청과 내면의
사막에서 삐져나온 신기루 형 착시를 풀어놓고 술이
술을 부르며 어지러운 몸짓으로 빠져나갔다
술을 따라 엎어지며 깨지며 환상 바깥으로 밥이 빠져나갔다
초록 반경의 집밖으로 튕겨 나온 빈 술병과
깨진 밥그릇과 이지러져 하현달로 떠난 밥상과…
음표를 몰고 도돌이표들이 통통 뛰어다니는 강물에서
아침이 흘러오고 아침에 폐품이 넘친다
아침 악보가 연주되기 전에 벌써 아침이 낡아버린다
아침에 수거된 것들이 물질로, 물질 이전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