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않고 울지 않는 새처럼/이산하
그동안 날지 않고 울지 않는 새 처럼 살았다 이제 날개는 꺽이고 목은 녹 슬었다
움직이지 않으니 움직이려고 애쓰는 힘마저 사라젔다
바람 처럼 이미 스쳐간 것들 아지랑이처럼 다시 피어오르는 것들 잊혀지지 않는 것만큼
괴로운 것도 없었다
가슴속에는 모래가 쌓이고 그 사막위로 낙타 한 마리가 무묵히 걸어가고있었다
사막에 지쳐 쓰려저 있으면 독수리들이 날아와 내 살을 쪼아먹었고
이따금 악어한마리가 나타나 낙타의 혹을 떼어가기도 했다
그랬다 그것은 비명마저 삼켜버리는 척살 같은 세월이었다
바람에 날려다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모래알들은 밤세 서로 몸을 부비며
제 살을 깍고 깍더니 마침네 흩어진 한몸으로 아침을 맞았다
모래는 허무러짐으로써 한몸이 되고 강물은 서로 챙기기을냄으로써
푸르러가는데 물방물이 모여 바다을이루는 그삼엄한 세월에도
내가 나를 붙잡아두지 못한 채 이제 저 강을 건너면 누가 나에게
저 푸르름에 대해 설명해줄까 ..... 날지 않는 새 처럼 나는 법도 있어버리고
울지 않는 새처럼 우는 법도 잊어버렸는데 새라면 좋겠네
날개 없어도 날 수있는 그런 새라면 좋겠네 목 없이도 울수있는 그런 새라면
아 ! 그러나 저 설명 없는 푸른 강이라면 더욱 좋겠네 .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이산하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벽오동 심은 뜻은/이산하
처음 강을 건너갈 때
나는 그 강의 깊이를 알지 못했다.
물론,
그 깊이가 내 눈의 깊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고
수심이 얼마나 되든 끝까지 가본 자만이
가장 늦게 돌아온다는 법도 알지 못했다.
그 강 한가운데에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늙은 벽오동 한 그루가 살고 있었는데
언제나 그 가지에는 일생동안
부화할 때와 죽을 때만 무릎을 꺾는다는
백조 한 마리가 살며
부지런히 벽오동의 생채기에 단청을 하고 있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허기지도록 적막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 강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또 백조가 왜 벽오동을 떠나지 않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 삶의 무게가 조금씩 수심에 가까워질수록
수면 위에서 반짝이고 있을 내 여생의 무늬가
강 가장자리로 퍼져나가며 단청이라도 한다면
내 비록 끝내 바닥에 이르지는 못할지라도
백조처럼 기꺼이 두 번 무릎을 꺾을 수는 있겠지.
사랑/이산하
망치가 못을 친다.
못도 똑같은 힘으로
망치를 친다.
나는
벽을 치며 통곡한다.
불혹 / 이산하
백조는
일생에 두 번 다리를 꺾는다
부화할 때와 죽을 때
비로소 무릎을 꺾는다
나는
너무 자주 무릎 꿇지는 않았는가
(이산하·시인, 1960-)
[ 이산하 시인 약력 ]
이산하 시인 (본명 이상백) 1960년 포항 영일 출생1982년 '이륭'이라는 필명으로 <시운동>에 연작시 '존재의 놀이'등을 발표하면서 등단1987년 장편대서사시 ‘한라산 ’필화사건으로 구속 이후 11년간 절필11년 만인 1998년 <문학동네>에 '날지 않고 울지 않는 새처럼'외 4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시작.현재 대안연구공동체 ‘시인교실’ 교장. 문학웹진 ‘상상너머’ 편집주간 시집 <한라산>, <천둥같은 그리움으로> 등 다수장편동화 <할아버지의 모자>산문집 <적멸보궁 가는 길>소설 <양철북>[출처] [짧은시] 사랑 _ 詩 이산하 시인|작성자 이온겸낭송가 |
첫댓글 나의 벗,창후가 좋아하는 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