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제11대 한국 메세나 협회 회장
(입력: 2021.03.10.13:28 / 리더&피플 - 월간현대경영 2021년 3월호)
저는 미술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일뿐입니다. 학업이나 사업상 해외 거주 및 출장이 많았던 저는, 선진국이나 역사가 깊은 나라의 기업인들을 접하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지금도 제 또래 은퇴한 존경스러운 분들과 자주 교류하곤 하는데, 그들 대부분의 주요 관심은 부를 증식하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여생을 관리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모습이 저의 롤모델(Role Model)이 되어 있습니다. 그들과의 대화는 부의 관리가 아니라 지혜의 나눔이고 후원이었는데 그 적절한 툴(tool)이 예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Higgin Kim 金熙瑾
김희근벽산엔지니어링 회장
제11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MECENAT GURU)에 취임하다
“내가 받은 축복과 혜택을 함께 누리는 기쁨을 나누고 싶다”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직을 10년(2012~21) 넘게 역임해온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이 3월 3일, 제11대 협회 회장에 선출됐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메세나는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를 넘은 선진 한국은 이제 예술가뿐만 아니라 기업, 임직원, 수혜자, 그리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메세나가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앞으로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대경영은 우리 시대 ‘기업과 문화예술’의 가교(架橋) 역할을 해온 김희근 신임 회장을 만나 그의 메세나 비전을 들어봤다.
김희근 회장의 메세나 생각
메세나는 선택이 아닌 필수
박동순 현대경영 편집대표: 먼저 제11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김희근 한국메세나협회 제11대 회장: 감사합니다. 저에게 한국메세나협회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셔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27년 전인 1994년 4월 초대 회장 최원식 동아그룹 회장께서 귀한 뜻으로 시작해 10대 회장인 존경하는 김영호 회장까지 참으로 많은 업적을 이루어 오신 선배 분들과 회원 여러분의 뜻에 따라 제11대 회장으로 추대해주셔서 감사 말씀 드립니다.
지속적이고 성공하는 민주자본주의 국가의 필수요건은 리디스트리뷰션(Redistribution)입니다. 이는 기업의 사회 공헌과 이를 통한 동반성장을 이루기에도 필요한 요소입니다. 구체적으로 기업은 이를 위해 CSR이라 일컫는 활동을 하게 되며 그 많은 활동(activity) 중에 문화예술을 책임지는 일을 메세나(Mecenat)라고 부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기부문화 등 일종의 재분배가 활성화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깊은 산골이나 대도시에 엄청난 절, 성당과 교회들이 있습니다. 네팔의 히말라야 길을 걸으면 한국 학교들도 있고 아프리카를 가더라도 선교사, 의료진 외에 많은 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100여 년 전 선교사와 교역자들을 통해 학교, 병원을 접하게 되고 기독교를 새로운 신앙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후 한 세기 동안 얼마나 많은 각 분야의 도약을 했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풍속이 순후하지만 느긋한 선비의 나라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로 건국되어 조직적으로 교육과 경제로 밑거름을 해 성장에 박차를 가했습니다.이후 오늘날 스포츠, 문화에 이르기까지 선진대열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의 문화예술을 향한 열정과 애정, 그 귀한 손길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다 같이 바르게 행복하게 살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이 선한 영향력! 이제는 특별히 조직적으로 국가가 하기에는 손이 못 미치는 세세한 부분을 국민과 기업이 함께 메꾸어 나가야합니다. 이것이 메세나이며, 또한 이것은 지속되어야만 하고,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공유하고, 더 넓게 더 아름다운 동반성장을 해나가야 하는 사명을 우리함께 가집시다! 이것이 메세나의 목적과 목표입니다. 메세나는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예술가뿐만 아니라 기업, 임직원, 수혜자, 그리고 우리 모두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이것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술, 음악, 연극 등 전방위적 메세나 실천
박 대표: 회장님이 설립한 벽산문화재단과, 회장님의 미술, 음악, 건축, 연극 등 메세나 이야기를 들려주시죠.
김 회장: 벽산문화재단은 2010년 “문화예술이야말로 성찰과 감동을 통해 삶을 조화롭고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믿음으로 설립했습니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문화예술 단체 후원, 후진 양성은 물론 다양한 문화사업을 진행하며 한국문화예술의 올바른 계승과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문화예술 분야 중에서도 가장 지원이 부족한 부분을 골라 후원하고 음악, 미술, 연극부분에 신진 아티스트, 예술단체들이 국내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메세나 전도사 김희근 회장의 미술, 음악, 연극 후원활동
미술분야: 유망한 신진작가(윤상윤, 한경우, 김성환, 김명범, 이재이, 양혜규, 이완)를 다년간 지원하여 활발한 작품활동을 도와 한국 현대미술의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이밖에도 ‘한국미술사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에서 높아져가는 한국미술사에 대한 관심에 비해 연구서적이 부재한 현실에 보탬이 되고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음악분야: 세종솔로이스츠(Sejong Soloists), 한국페스티발앙상블(Korea Festival Ensemble), 트리오드서울(Trio de Seoul) 등 실력 있는 음악단체를 후원하고 있으며, 장래성 있는 영재 아티스트(나우철, 이기창, 이유진, 오혜린, 여윤수)들을 발굴, 안정적으로 실력향상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2017년 서지웅 작곡가 후원을 시작으로 후원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2011년부터 청소년을 위한 학교 방문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인 ‘넥스트 클래식’을 운영, 김 회장의 후원을 받는 음악인들의 재능기부가 보태져 ‘문화예술의 선순환’이라는 그의 소신을 예술가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소사이어티’ 회원으로서 첼로, 바이올린 등의 고악기를 신진 연주자들에게 무상으로 지원하며 해외거주 한국계 미술작가 및 Classical연주자들의 활동을 후원하여 활발히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나타내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연극분야: ‘벽산희곡상’ 제정 및 연극 제작지원. 한국 연극예술의 발전과 극작가의 창작활동 활성화를 위해 ‘벽산희곡상’을 시상. 선정작을 무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등단 이후 현장작업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에게 통로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윤영선 연극상’을 제정, 최근 2년 동안 사회 참여형, 실험적 공연활동으로 예술적 진보성을 성취한 젊은 세대의 희곡작가 또는 연출가를 대상으로 고 윤영선(전 한국예종 교수) 연극정신을 이어받아 한국 연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메세나 활성화를 위한 세제(稅制) 지원도
박 대표: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자격으로서 회장님의 ‘메세나 철학’을 들려주시면요?
김 회장: 한마디로 메세나란 여러 문화향유 단체의 후원을 하는 것입니다. 그럼 이것을 왜 해야 할까요? 우리 다 같이 바르게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 아닐까요? 우리 모두 인지하듯이 사회 각 분야에 개선 및 발전해나가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해왔습니다. 국가가 다 해주는 그런 기대만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 손으로 꼭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 모두 다 함께 이 시대를 이끌어나가 ‘이기는 삶’을 영위하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기업 메세나가 확산되려면 현재와는 확연히 다른 세제 혜택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들이 문화예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 부문의 정책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메세나 운동은 더할 나위 없이 큰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예술 지원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오롯이 떠안기보다는 기업의 후원을 장려하는 세제 정책을 통해 기업과 역할을 나누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선진국의 예를 벤치마크(Bench mark)하여 각 기업들이 더욱 자발적으로 예술단체들을 후원하는 것은 기업과 예술단체가 동반성장하며 행복과 자긍심을 앙양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기업과 예술단체 구성원 모두가 결국은 국민 아닙니까? 궁극적으로 교양과 배려가 일반화된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가는 것이고, 그것은 곧 국가의 힘이 되는 선순환이 될 것입니다.
PS(Postscript):
김희근 회장의 벽산엔지니어링 사무실엔 유명 갤러리보다 더 웅장한, 400여점의 미술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김 회장은 미술 컬렉터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후원회인 현대미술관회 회장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조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바젤아트페어(Basel Art fair)의 patron모임(GPC)의 유일한 한국대표로 수년간 교류를 돈독히 해오며 해외미술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는 김 회장은 최근 미술품이 일부 계층의 향유물이라는 인식을 깨고,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2020년 말)에서 ‘세종 컬렉터 스토리전(展)-김희근전(展)’을 통해 자신의 소장품을 전격 공개했다. 2021년 1월부터는 전남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김희근 컬렉션전(展)’을 열고 있다. (1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예울마루 7층 전시실)
김희근 회장이 인생 최초로 구입한 작품은, 인사동 갤러리에서 구입한 판화 ‘살바도르 달리’의 ‘예수상’이라고 한다. 이 대목에 이르자 김 회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응답했다.
“달리의 작품은 지금도 저희 집 마루에서 저를 살포시 안아줍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의 따스함으로요! 모든 작품은 이렇게 위로를 주기도 합니다. 이것이 예술의 힘입니다. 제가 축복으로 받은 혜택들을, 제가 누리는 기쁨들을, 이제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시기를 걸어왔고, 지금도 같이 걸어가는 우리 모두 지치지 말고 같이 갑시다. 오늘 새 아침 새 날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 인사드리며 우리 모두 ‘다시!’ 힘차게 앞으로 전진, 또 전진합시다.”
김영호 한국메세나협회 전 회장과 함께 (왼쪽부터) 김희근 회장, 김영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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