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선물을 한다며 돈까스 만드는 아내
2023년 4월 8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열여드렛날
이른 아침 기온이 영하 4도,
지붕에는 서리가 내려앉아 하얗다.
아직은 분명 찬서리요, 된서리일게다.
봄비 내려 촉촉한 땅바닥은 서릿발 서걱서걱...
땅바닥에 고인 물은 꽁꽁 얼음이 얼었다.
이런 날에는 난롯불을 지피는 것이 답이다.
4월 초순 끝자락에 영하의 추위가 웬말인가?
이제 막 얼었던 흙을 헤집고 나온 새싹들이
마치 뜨거운 물에 데쳐놓은 듯 축 늘어졌다.
느닷없는 추위에 놀라 기겁하였을 것 같다.
그래도 몇몇 야생초는 꽃을 피우고 있다.
대단한 생명력이요, 위대하고 경이롭기도 하다.
마을 들녘에는 농부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농부님들이 몰고 다니는 털털털 경운기 소리,
드르륵거리는 트렉터 소리가 봄소식을 알려주는
것 같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아 정겹고 좋다.
이미 밭갈이와 로타리치기를 마친 밭에는 어느새
까만 멀칭비닐이 씌워지고 있다. 감자도 심는 것
같다. 그런 정경을 보노라니 또 마음이 바빠진다.
인근 농협 농자재창고에서 몇 가지 거름을 사다
놓았다. 며칠전 마을 형님께서 쓰고남은 품질좋은
거름을 15포를 사놓았지만 다른 종류는 농협에서
구입했다. 밭갈이와 로타리를 치려고 마을 아우가
트렉터를 몰고 언제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는 것이 도움을 받는 우리가
해야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하니까...
어제 오후 아내가 단골로 다니는 읍내 식육점에
다녀오자고 했다. 돈까스 만들 고기를 산다며...
아들이 오는 것도 아닌데 무슨 돈까스를 만드려고
하느냐고 했더니 고마운 분께 선물을 해야겠단다.
촌부도, 아내도 도움을 받으면 그냥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최근 큰 도움을 받은 이웃 마을에 아들
둘과 사는 제수氏에게 보답을 해야겠는데 딱히
마땅한 것이 없다면서 돈까스를 만들어 갖다주고
싶다고 했다. 바쁘게 사는 분이라 괜찮을 것 같다.
아들에게 손수 만들어 주는 아내의 돈까스 만들기
경력과 노하우는 기억하건데 33년 세월이 된 것
같다. 고기에 우유, 달걀, 양파즙등을 넣고 숙성을
시켜 손수 만든 빵가루로 듬뿍 옷을 입혀 두툼하게
만든다. 아들을 비롯한 우리 식구들은 아내가 만든
돈까스를 알아주는데 제수氏는 어떨지 모르겠다.
선물은 그냥 만들어져 있는 것을 사다주면 되기는
하지만 굳이 고생을 하며 애써 만드는 것은 선물을
하는 아내의 따뜻한 마음, 아내의 고운 정성이 듬뿍
스며있는 것이라 더욱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싶다.
첫댓글 저도 돈까스 무지하게 좋아한답니다. ㅎㅎㅎㅎ
다음에 제수氏와 함께 한번 오세요.^^
특별하고 맛난 돈까스 좋아유
그렇지요?
아낙표 돈까스는 맛있거든요.ㅎㅎㅎ
멋지신 촌부님 부부께
뜨거운 박수로 응원 합니다
근정님의 응원,
아내에게 전했습니다.
감사하다네요.^^
서울에도 꽃샘추위가
새로 시작했어요.
밤에 보일러를 때면
아침까지 기분이 좋지요.
머리에 스카프를 두루고 요리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날씨에 감기 조심하셔야 합니다. 서울도 춥다고 하시니... 저희는 아직도 난롯불을 지핀답니다. 아내는 두건이나 모자를 즐겨 쓴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