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집 『나는 별 아저씨』, 1978)
[작품해설]
이 시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단 두 문장으로 진정한 인간관계의 회복을 소망하는 현대인들의 의식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지극히 짧은 시행이지만, 시행이 함축하고 있는 상징 의미는 독자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과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시적 하자가 꿈꾸는 ‘섬’은 과연 무엇일까. ‘섬’의 사전적 의미는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작은 육지이다. 그러나 육지라고 하지만 육지와 단절되고 물에 의해 고립된 형태이기에 그것은 태생젖으로 외로움과 그리움을 내포하고 있는 존재하는 상징성을 띤다. 그런데 화자에 의하면 ‘섬’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 말하는 ‘섬’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마음의 벽이나 단절 ⸱ 소외된 인간관계를 표상하는 것이자, 인간성 부재 ⸱ 가치 전도 ⸱ 무한 경쟁 ⸱ 이기심 ⸱ 환경 파괴 ⸱ 위기의식 등으로 인해 갈수록 불안해하고 고독해 하는 현대인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웃과 소통하지 못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소외되고 단절된 채 따스한 인간관계의 복원을 기대하며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는 현대인들이야말로 끝없는 바다에 둘러싸인 고독한 ‘섬’의 모습이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바다 한가운데 홀로 내던져진 것 같은 서러운 운명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바로 ‘섬’인 것이다.
이것이 ‘섬’의 표상이라면 ‘섬’은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욱 간절한 그리움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섬’이 갖는 보다 깊은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시인이 이 작품에서 진실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섬에 가고 싶다’이다. 이를 고려한다며, 결국 이 시는 현대인들의 고독을 드러내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깊은 고독 속으로 들어가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두터운 벽을 허물고 그들을 소통하게 하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섬’의 진정한 의미는 단절된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아름다운 노력이나 인간에 대해 갖는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섬’이 이상향이나 행복 또는 순수나 꿈 등 사람들이 열망하는 그 어떤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바로 ‘섬’이 아득히 먼 곳이 아닌 사람들 사이, 곧 우리들 안에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작가소개]
정현종(鄭玄宗)
1939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1965년 『현대문학』에 시 「화음(和音)」, 「여름과 가을의 노래」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65년 『60년대 시화집』 동인
1966년 『사계』 동인
1990년 제3회 연암문학상 수상
1992년 제4회 이산문학상 수상
1995년 제40회 현대문학상 수상
1996년 제4회 대산문학상 수상
2002년 제2회 미당문학상 수상
현재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
시집 : 『사물(事物)의 꿈』(1972), 『고통의 축제』(1974),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1984), 『거지와 광인』(1985), 『나는 별 아저씨』(1989),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1989), 『생명의 황홀』(1989), 『꽃 한 송이』(1992), 『세상의 나무들』(1995), 『이슬』(1996), 『환합니다』(1999), 『갈증이며 샘물인』(1999), 『견딜 수 없네』(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