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180년 언론사와 전쟁하는 이유… 이 한 권의 책 때문
AP가 1953년부터 발간하는 '스타일북'
맞춤법 등 각종 지침 담긴 전세계 언론 참고서
보수 불만 팽배… "성별·이민·인종 단어 선택 진보 편향"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입력 2025.02.18. 07:14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지난 14일 미국 남부와 멕시코 사이 해역의 이름을 기존의 ‘멕시코만’에서 ‘아메리카만’으로 바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AP 기자의 대통령 집무실·전용기 출입을 금지했다. 1846년 창간한 AP는 미국을 대표하는 통신사로 백악관 등 정부 브리핑 때는 첫 질문을 AP 기자가 하는 관행이 있었을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AP가 1953년부터 70년 넘게 발간하고 있는 ‘스타일북’이 있다고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17일 보도했다.
스타일북은 언론사들이 맞춤법과 문장 표현 등 기사 쓸 때 필요한 참고 사항을 정리해서 책으로 펴낸 안내서다. AP의 스타일북은 그중에서도 정교함이 두드러져 다른 언론사들에서도 교본으로 삼으며, 정부·기업에서도 정책 홍보 자료를 만들 때 참고한다. 그런데 AP 스타일북에 담긴 단어 선택이나 지침이 “진보에 편향됐다”는 게 트럼프 측의 문제의식이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2월 9일을 ‘아메리카만의 날’로 선포했다. 이후 구글·애플 지도에서 명칭이 변경됐지만 AP는 400년 넘게 사용해온 멕시코만이란 명칭을 계속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AP는 이같이 결정한 배경에 대해 “새로운 이름을 인정하지만, 전 세계에 뉴스를 배포하는 글로벌 뉴스 기관으로서 모든 독자가 지명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원래 이름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진영에서 잇따라 AP를 비난하고 나섰다. 테일러 부도위치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은 “AP가 스타일북을 무기로 삼아 많은 미국인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통적인 믿음과 대조되는 당파적인 세계관을 강요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AP가 발간하는 'AP 스타일북' 표지. /AP
이런 갈등의 근저에는 ‘AP가 성별·이민·인종 등에 있어 진보적인 단어를 선호한다’는 공화당과 보수주의자들의 불만이 있다고 액시오스는 전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인 마이크 체르노비치는 흑인 인종을 뜻할 때는 ‘대문자(Black)’를 쓰고, 검다는 색깔을 의미할 때는 ‘소문자(black)’를 사용하도록 한 인종 관련 표기 지침, ‘불법 이민자(illegal immigrant)’란 표현을 쓰지 말라고 한 지침 등을 정치적 올바름에 치우친 스타일북의 문제적 내용으로 거론했다.
스타일북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AP는 “회원·고객들이 지침을 사용할지 말지는 그들이 결정할 문제”라며 “(스타일북에 기재된 건) 지침일 뿐이고 정당·단체·개인 등이 일부 항목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AP는 북미 지역 최고봉인 알래스카의 ‘디날리’ 이름을 ‘매킨리’로 되바꾼다는 트럼프의 지침은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 봉우리는 원래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의 이름을 딴 매킨리봉이었지만, 2015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원주민들이 대대로 불러온 명칭인 ‘디날리봉’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를 트럼프가 다시 매킨리봉으로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AP는 “봉우리는 (멕시코만과 달리) 전적으로 미국 내에 있어 대통령이 지명을 변경할 권한이 있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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