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浪漫)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를 말한다.
浪 : 물결 낭(氵/7)
漫 : 흩어질 만(氵/11)
형식보다는 정신에 우위성을 부여하는 의미로, 다양성을 인정하며 느낌, 충동, 열정 등으로 자유로운 창조력을 표현하는 콘셉트다.
로맨스(romance)는 영어 단어로, 프랑스어에서는 로망스라 읽는다. 또한 이는 일본식 발음에 따라 한자로 浪漫이라 적고, 한국어에서는 낭만이라 읽는다.
이는 원래 로마적인 것을 뜻했으나, 그 외에도 역사적인 과정을 거쳐 '정서적이고 감정적인'이라는 의미와 '사랑에 관련된'이라는 의미,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공상적인'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낭(浪)은 파도다. 옛 자전(字典)은 물이 바위에 부딪히고 바람을 만나 생기는 것(水激石遇風則浪)이라 풀이했다. 격랑(激浪), 풍랑(風浪)이 파도의 용례다.
이삭 팬 보리나 밀은 바람을 받으면 물결처럼 일렁인다. 보리 물결을 맥랑(麥浪)이라 부른다. 그렇다고 맥랑이 실제 물결은 아니다. 실질 없이 허황됨을 일컫는 맹랑(孟浪)이 여기서 나왔다.
낭(浪)에는 '제멋대로'라는 방탕, 방종의 뜻도 있다. 낭비(浪費), 방랑(放浪)에 쓰인다. 낭만(浪漫)은 본디 '제멋대로 하다'는 의미다.
송(宋)나라 소식(蘇軾)은 '근년에 불현듯 삶이 뜬구름 같음을 깨달았으니, 이제 오(吳)나라 일대를 내 멋대로 거닐겠다'라고 노래했다.
年來轉覺此生浮, 又作三吳浪漫游.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되자 서구에서 이성(理性)에 반기를 든 예술사조가 등장했다. 로맨티시즘이다. 일본으로 전해져 낭만주의(浪漫主義)로 음역됐다.
중국의 문호 노신(魯迅)은 이심집(二心集)에서 '혁명은 특히 현실의 일이다. 각종 비천하고 수고로운 일이 필요하다. 시인의 상상처럼 결코 낭만(浪漫)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은 뤄만디커(罗曼蒂克, 라만체극)라는 음차어도 만들었으나 낭만이 더 널리 쓰인다.
낭만적 도시로는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가 유명하다. 한국 뒷골목의 변신도 뒤지지 않는다.
서울 가로수 길을 시작으로 홍대앞과 상수동을 거쳐 연남동, 서촌, 경리단 길에 젊은이들의 재기 발랄한 맛집과 아기자기한 공방(工房) 창업이 인기다.
월세 35만원에 10평(33㎡) 남짓한 식당을 개업한 지 3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골목을 만들어낸 28세 청년도 나왔다. 재개발의 고수인 대형 건설사도 할 수 없는 도시 개조다.
서울만이 아니다. 부산 청년들은 부산포니아(부산+캘리포니아)를 만들고 있다. 모두 낭만 청년의 힘이다.
고시(考試) 대신 문화를 택했던 인재들이 한류(韓流)의 불을 지폈다. 이제 취업 대신 창업으로 '끼'를 펼치는 젊은이들이 전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장강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며 흐른다(長江後浪推前浪). 낭만은 커녕 거짓 낭설(浪說)을 일삼는 정치인도 그렇게 밀려나야 할 물결 아닌가.
▶️ 浪(물결 낭)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良(량, 랑; 봉긋이 솟구침을 나타냄)으로 이루어졌다. ❷형성문자로 浪자는 '물결'이나 '파도', '유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浪자는 水(물 수)자와 良(어질 량)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良자는 대궐에 있는 긴 복도를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량, 랑'으로의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浪자는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물이나 강물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이미 '물결'을 뜻하는 글자로는 波(물결 파)자가 있지만 浪자는 이와는 달리 잔잔한 물결을 뜻한다. 그러나 실제 쓰임에서는 '표랑하다'나 '방자하다', '허망하다'와 같이 떠돌아 다니는 것과 관련된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浪(낭)은 물이 구불거리어 산 같이 된 것의 뜻으로 ①물결 ②파도(波濤) ③함부로 ④마구 ⑤물결이 일다 ⑥표랑(漂浪)하다 ⑦유랑하다 ⑧눈물 흐르다 ⑨방자(放恣)하다 ⑩방종(放縱)하다 ⑪터무니없다 ⑫허망(虛妄)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결 파(波), 큰 바다 양(洋), 흐를 류(流), 바다 해(海), 잔물결 련(漣), 큰 바다 창(滄), 흩어질 만(漫), 물결 도(濤), 바다 영(瀛), 물결 란(瀾)이다. 용례로는 재물이나 시간 따위를 헛되이 헤프게 쓰는 것을 낭비(浪費), 일정한 직업을 가지지 않고 허랑하게 돌아다니거나 세월을 보내는 사람을 낭인(浪人), 로망을 일본 음으로 적은 한자어를 낭만(浪漫), 터무니없는 헛 소문을 낭설(浪說), 허랑하고 실속 없는 사람을 낭객(浪客), 센 물결이나 게센 파도를 격랑(激浪), 작은 물결과 큰 물결을 파랑(波浪), 해상에서 바람이 붊으로써 일어나는 물결을 풍랑(風浪), 생각하던 바와는 달리 아주 허망함을 맹랑(孟浪), 떠돌아 다님을 표랑(漂浪), 정처없이 떠돌아 다님을 방랑(放浪), 일정한 목적없이 떠돌아 다님을 유랑(流浪), 이삭이 팬 보리나 밀이 바람을 받아서 물결처럼 보이는 모양을 맥랑(麥浪), 큰 바다의 푸른 물결을 창랑(滄浪), 말이나 행동이 허황하고 착실하지 못함을 허랑(虛浪), 일정하게 사는 곳과 하는 일이 없이 떠돌아 다님을 부랑(浮浪), 역풍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물결을 역랑(逆浪), 현실적이 아니고 환상적이며 공상적인 것을 낭만적(浪漫的), 일정하게 사는 곳과 하는 일이 없이 떠돌아 다니는 무리를 부랑배(浮浪輩),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사람을 방랑객(放浪客), 한 곳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며 사는 백성을 유랑민(流浪民),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며 사는 일을 유랑자(流浪者), 아무 근거없이 널리 퍼진 소문 또는 터무니없이 떠도는 말을 부언낭설(浮言浪說),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놀고 먹음을 이르는 말을 낭유도식(浪遊徒食), 말하기 어려울 만큼 비고 거짓되어 실상이 없음 또는 터무니없이 허황되고 실상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허무맹랑(虛無孟浪),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라는 뜻으로 일정한 주의나 주장이 없이 그저 대세에 따라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풍타낭타(風打浪打), 멀리 불어 가는 대풍을 타고 끝없는 바다 저쪽으로 배를 달린다는 뜻으로 대업을 이룬다는 말을 장풍파랑(長風波浪),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며 사는 일을 일컫는 말을 유랑생활(流浪生活), 좋은 말을 듣거나 나쁜 말을 들음이 모두 자기의 잘잘못에 달렸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창랑자취(滄浪自取), 정처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님을 이르는 말을 동표서랑(東漂西浪), 바람이 자고 파도가 잔잔해진다는 뜻으로 들떠서 어수선한 것이 가라앉음을 이르는 말을 풍정낭식(風定浪息) 등에 쓰인다.
▶️ 漫(흩어질 만)은 ❶형성문자로 澷(만)과 澫(만)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널리 퍼진다는 뜻을 가진 曼(만)으로 이루어졌다. 물이 끝없이 퍼진다는 뜻이 전(轉)하여 함부로란 뜻이 있다. ❷회의문자로 漫자는 ‘질펀하다’나 ‘가득 차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漫자는 水(물 수)자와 曼(끌 만)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曼자는 모자를 쓴 사람의 눈을 잡아끄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끌다’라는 뜻이 있다. 漫자는 이렇게 ‘끌다’라는 뜻을 가진 曼자에 水자를 더한 것으로 진흙이 뒤섞인 물이 자꾸 잡아끈다는 의미에서 ‘질퍽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물이 질퍽한 상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케 하므로 주로 안 좋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漫(만)은 ①흩어지다 ②질펀하다(질거나 젖어 있다) ③방종(放縱)하다 ④가득 차다 ⑤넓다 ⑥넘치다 ⑦더럽(히)다 ⑧멀다 ⑨함부로 ⑩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결 랑(浪), 흩어질 환(渙), 놓을 방(放), 흩을 산(散), 느릴 완(緩), 풀 해(解), 풀 석(釋)이다. 용례로는 어떤 목적이 없이 되는대로 하는 태도가 있음을 만연(漫然), 일정한 주의나 체계가 없이 생각나는 대로 비평함 또는 그 비평을 만평(漫評), 사물의 특징을 과장하여 간단하고 익살스럽게 그리어 인생이나 사회를 풍자하는 그림을 만화(漫畫), 술이 몹시 취함을 만취(漫醉), 함부로 하는 말을 만어(漫語), 붓이 돌아가는 대로 쓴 글을 만록(漫錄),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말로써 인정을 비판이나 풍자하는 이야기를 만담(漫談), 글제가 없이 생각나는 대로 시나 시조 따위를 지어서 읊음을 만음(漫吟), 멀고도 지리함을 만만(漫漫), 별로 생각이 없이 아무렇게나 함부로 하는 대답을 만답(漫答),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함부로 물음을 만문(漫問), 한가로이 거니는 걸음을 만보(漫步), 함부로 하는 말을 만언(漫言), 이곳저곳으로 두루 돌아다니며 놂을 만유(漫遊), 한가로이 거니는 걸음을 만행(漫行), 이렇다 할 느낌을 받지 않고 저절로 일어나는 흥취를 만흥(漫興), 엉터리 없고 제멋대로임을 방만(放漫), 어수선하여 걷잡을 수 없음을 산만(散漫), 의견을 주고 받음이 미흡한 데가 없이 충분함을 난만(爛漫), 탐탁하지 않고 등한함을 한만(汗漫), 한가하고 느긋함을 한만(閑漫), 옳지 않은 일에 부화뇌동함을 이르는 말을 난만동귀(爛漫同歸), 온갖 꽃이 활짝 피어 아름답게 흐드러짐을 백화난만(百花爛漫), 중요하지 않고 일이 많지 않아 한가로운 벼슬 자리를 한사만직(閑司漫職), 천진함이 넘친다는 뜻으로 조금도 꾸밈없이 아주 순진하고 참됨을 천진난만(天眞爛漫)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