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 ‘김명수 사법부’ 정면비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
대법원장 후보에 이균용
尹, 내달 퇴임 김명수 후임으로 지명,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법관 안 거쳐
국회 동의안 표결 통과해야 임명… 산업장관엔 방문규 국조실장 지명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어제 모친 장례식 20일 모친상을 당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2일 경기 성남시의 한 추모시설에서 장례를 마친 후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후보자는 대법원 로고가 찍힌 서류봉투를 들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인사청문회 준비 관련 자료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23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대법원 청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성남=전영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16기)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통과하면 다음 달 24일 임기를 마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2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후보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두 번이나 지내는 등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 온 정통 법관”이라며 인선 배경을 밝혔다. 또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신장하는 데 앞장서 온 신망 있는 법관”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재판 지연 등으로 법원의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고 보고 강력한 리더십과 통솔력으로 ‘법원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인물로 이 후보자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 법원을 살리려면 차기 대법원장은 비판을 각오하고 임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경남 함안군 출신인 이 후보자는 부산중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16기로 법관에 임용됐다. 32년간 법관으로 활동하며 서울남부지법원장과 대전고법원장 등을 지내는 등 재판과 사법행정 경험을 두루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 성향으로 법원 내 엘리트 법관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이며 주관이 뚜렷하고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게이오대 연수를 두 차례 받는 등 일본 법조인들과 교류가 많아 법원 내 대표적 ‘지일파’로도 꼽힌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데 대학 시절에는 윤 대통령과 교류가 없었고 법조계에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것도 이례적이다. 역대 대법원장 14명 중 대법관 출신이 아닌 사람은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4대 조진만 대법원장, 현 김명수 대법원장 등 세 명뿐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했다. 김 실장은 방 후보자에 대해 “산업통상자원 분야 국정 과제를 잘 추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임 국무조정실장에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후임 기재부 1차관에는 김병환 대통령경제금융비서관이 각각 임명됐다.
李 “재판 신뢰가 나락 떨어져 참담”
‘사법부 정상화’ 전면개혁 나설 듯
“자유수호 위한 극단주의, 惡 아니다”
법조계 “주관 뚜렷한 보수 성향”
중도일보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61·사법연수원 16기)를 지명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안팎에선 “사법부를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의중이 담겼다”는 말이 나온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훼손된 법원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고 진보 성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신속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현직 법관 신분으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김 대법원장을 비판해 왔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임명 제청권과 3000여 명의 법관, 1만5000여 명의 법원 직원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다.
● “법원 조롱거리로 전락해 참담”
대통령실은 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부의 비정상화’가 심각하다고 보고 이를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인물들을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검증해 왔다.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가 강력한 리더십과 통솔력을 갖췄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바라는 법원 개혁은 신속,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재판이 진행되도록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법원 정상화 과정에서 법관 업무가 늘어나면 후배 법관들이 싫은 소리를 할 텐데 이 후보자의 경우 이를 감내하면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2021년 2월 대전고법원장 취임 당시 “법원을 둘러싼 작금의 현실은 사법에 대한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려 뿌리부터 흔들리는 참담한 상황”이라며 김 대법원장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2021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언론 보도대로 사법부 신뢰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었다”며 당시 불거졌던 김 대법원장의 판사 탄핵 관련 거짓말 논란을 공개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김 대법원장이 민사재판에 배심원제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배심제가 기원한 영국도 민사재판에선 배심제를 없앴다”며 “(김 대법원장이) 해외 경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주변에 언급했다고 한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62·15기)의 경우 최종 단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과 헌재의 관계를 고려하면 대법원장이 헌재에서 오는 것은 부담이었다”며 “개혁은 지지를 얻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자유 수호에 극단주의는 악(惡) 아냐”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를 두고 정통 보수 성향으로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란 평가가 나온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법관의 공정성과 법원의 신뢰를 강조하기도 했다.
대전고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2월 이 후보자는 대전지방변호사회지(계룡법조)에 기고한 글에서 “(법관은) 적어도 자유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며, 정의 추구에 있어서 중용은 미덕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과 끊임없는 자기 확인을 통해 나아지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글을 올려 논란이 된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에 대해선 “법원의 신뢰를 저해한 행동으로 볼 소지가 많다. 굉장히 잘못된 것이고 충분히 징계대상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엘리트 법관 모임’인 민사판례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조적이다. 민사판례연구회는 양승태 이용훈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여러 전직 대법관이 회원으로 활동한 모임인데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최상위 성적인 몇 명씩만 선택적으로 가입이 허용됐다고 한다.
장은지 기자, 김자현 기자, 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