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추억
김 난 석
어느 비개인 날
앞집에서 하나 뒷집에서 하나
들마당으로 뛰어들었지
소년이 짓궂게 따라붙자
여린 소녀는 동그란 금을 그어놓고
팔짝 들어앉아
“ 이 안에는 못 들어와! ”
소년은 그러냐며 배시시 웃고는
금 밖을 맴돌 뿐이었으니
모든 것을 포함하며
어디에도 존재한다는 절대존자
그것은 한없이 커야 하므로
그보다 더 큰 것은 없고
그것은 한없이 작아야 하므로
그보다 더 작은 것은 없을 터
동그라미를 그어놓고
그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들여다보거나
그 밖으로 밖으로 밖으로 내다보노라면
무변(無邊) 광대(廣大)의 절대존자가 거기 있느니
.
내 어린 시절
하나는 안에서 밖을 내다볼 줄 모르고
하나는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줄 몰랐으니
그래서 우리는
철모르는 순수였을 게다.
- 동인시집 ‘웃자란 마음들’ 중에서 -
올림픽 공원을 걷기로 했다.
평화의 문 앞에 이르니
'올림픽 공원' 이란 글이 보이고
더 다가가니
'올림픽' 이란 글이 보이고
더 다가가니
'올' 이란 글자가 보이고
'올' 에서 'ㅇ' 이 보이던데
그건 동그라미였다.
둥근 페도라 모자를 쓴 여인을 불러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라 하고 사진을 '찰칵' 했다.
동그라미의 추억이 되살아 나서 그랬던 거다.
동그라미 안과 밖은 어떻게 다를까?
지금도 여전히 궁금하기만 한데
나는 그 안과 밖의 경계에서 한없이 서성일 뿐이다.
첫댓글 멋진 글입니다.
고마워요.^^
조금만 더 철 몰랐다면
그 "ㅇ"가 이응이 아니고
굴렁쇠란걸 알았을 터인데 ㅎㅎ
그런가요?~~~ㅎ
88올림픽 때 제전을 이어령선생이 총지휘했는데요.
개막식에서 어린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광장을 지나가게 했지요.
그건 굴렁쇠로 이미지 지어지는 안과 밖을 한없이 살피며 역사를 일구어 나간다는 함의가 있었답니다.ㅎ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이
올림픽 공원에 머무른 듯
잠시 머물다 갑니다.ㅎ
그런 추억도 떠오르고요 ^^
참 어렵습니다
예수의 마지막 인생인가 뭔가
그런 영화에 나왔던 얘기같기도 하구...
모르겠습니다
네에 그러시군요.ㅎ
동그라미 안의 여인의 표정을 봐도
그 무언가 감히 접근하기 어려운 표정을 짓고있네요
늘 건강하십시요
네에 고맙습니다 낭만 님.
난석님은 아직 소년의 마음을 가지고 계신것 같습니다
그 마음 변치 마시길요
잘 주무시고 일어나세요
그때 그시절이 맴도네요.ㅎ
동그라미 안의 여인
동그란 얼굴
동그란 마음
그저 둥글둥글
살라고 하네요
모나지 않게 동글 둥글
그게 제일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