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통에 아들을 먼저 저하늘로 보내는 참척(慘慽)을 겪은 이스라엘 부모들이 손주를 보기 위해 죽은 아들의 몸에서 정자를 빼내 얼리는 일을 권유받고 있다고 영국 BBC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관련 규제가 완화됐지만 가족들은 법적 절차가 길어지는 것에 격분하는 일이 왕왕 있다고 전했다.
아비 하루쉬는 지난 4월 6일 스무 살 아들 리프가 가자지구에서 교전 중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목소리가 떨리고 말았다. 군 장교들이 집에 찾아와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아들 시신에서 정자를 빼낼 시간이 있는데 가족이 관심 있느냐는 것이었다.
부친은 주저하지 않고 그러겠다고 했다. "끔찍한 상실을 경험했지만 아들이 충분히 사는 길을 선택했다. 아들은 아이들을 사랑했고 자기 꼬마들을 갖고 싶어했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
리프는 아내도 여자친구도 없었다. 하지만 아비가 아들 얘기를 공유하기 시작하자 여러 여성이 연락해 리프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부친은 그 아이디어가 "일생의 임무"라고 말했다.
하마스 기습 당시 1200명이 살해되고 251명이 인질로 가자지구에 끌려갔다. 이스라엘군의 침공으로 지금까지 3만 90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희생됐다고 하마스가 운영하는 보건부는 주장한다. 지금까지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인은 400명가량이다.
이스라엘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이후 170명 가까운 이스라엘의 젊은 남성(민간인도 있고 병사들도 있다) 시신에서 정자를 빼냈다. 그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사후 72시간까지 세포는 살아 있을 수 있지만 24시간 안에 정자를 추출했을 때 임신 성공률이 가장 높아진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 절차를 신청하려면 법원 명령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없애버렸다. 이스라엘보안군(IDF)은 최근 몇년 참척의 슬픔을 겪은 부모들이 신청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정자를 얼리는 방법은 점점 쉬워지고 있는 반면, 아이를 잉태하기 위해 이 방법을 쓰고자 하는 미망인이나 부모는 죽은 남성이 아이를 간절히 원했음을 법원에서 보여줘야 한다. 이 절차에 몇 년이 걸리는데, 특히 자녀를 잃은 부모들에게 그렇다.
죽은 아들의 정자를 보존해 이용한 이스라엘의 1호 부모는 레이철과 야코프 코헨 부부다. IDF에 따르면 아들 케이반은 2002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저격수 총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케이반의 정자로 세상에 태어난 둘의 손녀 오셔는 이제 열 살이 됐다.
레이철은 사후 케이반이 여전히 곁에 살아 있다고 느꼈던 순간을 돌아봤다. "옷장으로 갔다. 아들의 체취를 찾고 싶었다. 심지어 신발 냄새도 맡아봤다. 그애는 사진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애는 내게 자신의 아이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청했다.”
레이철은 부부가 “너무 많은 반대에 직면했다”고 했다. 결국 획기적인 법적 결정을 얻어내 그녀는 아들의 아이를 낳아줄 엄마를 찾는 광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수십 명이 자원했는데 이릿이란 독신 여성이 선택됐다. 심리학자와 사회복지사 평가를 받았고 법원 허가를 얻어 임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몇몇은 우리가 신 노릇을 한다고 말했다. 난 경우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누구인지 아는 아이와 정자은행 기부로 갖게 된 아이는 다르다."
오셔는 아버지가 군에서 목숨을 잃은 일을 안다. 그애의 방은 돌고래들로 꾸며져 있다. 그애는 아빠가 돌고래를 좋아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난 그들이 아빠 정자를 빼내 날 세상에 태어나게 해줄 완벽한 엄마를 찾았음을 안다.”
이릿은 오셔가 양가 조부모와 삼촌들, 사촌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셔를 "살아 있는 기념물로 양육하지 않고 보통으로" 양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하는 샤미르 메디컬센터 정자은행의 이타이 갓 박사는 이 과정을 잘 받아들이는 데 대한 최근의 "상당한 문화적 변화”가 있었다면서도 현재의 규제들은 독신 남성의 경우 갈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에게는 종종 동의했다는 분명한 기록이 없으며, 가족이 정자는 얼렸지만 임신을 위해 쓸 수 없는 "아주 어려운 상황" 속에 슬픔에 적응해 버리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아빠 없는 고아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일이며, 망자는 아이 엄마를 알았을 리가 없을 것이며, 대다수 사례에서 아이의 교육이나 미래에 대한 결정은 엄마의 몫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망자의 명확한 동의가 없는 한 정자를 보존하는 일에 반대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전쟁에서 참척을 겪은 가족들을 만난 이후 많이 누그러졌다고 털어놓았다. “이 일이 그들에게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 얼마나 자주 위안을 주는지 보게 됐다.”
텔아비브에 있는 초하르(Tzohar) 유대인윤리센터를 이끄는 저명한 리버럴 랍비인 유발 셰를로 역시 망자의 명확한 동의가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대 법률의 두 가지 중요한 원칙, 남성이 가계를 잇는다는 것과 시신을 통째로 안장하는 일이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랍비들은 가계를 잇는 일은 너무 중요해서 시신 세포하는 일을 이득으로 보는 반면, 다른 랍비들은 그 절차가 전혀 일어나게 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법률로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려는 노력은 답보 상태다. 망자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명확한 동의의 수위, 복무 중 세상을 떠난 장병 자녀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이 아이에게 제공하는 게 맞는지 등을 둘러싼 갈등도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현지 매체들은 미망인과 부모가 마찰을 빚는 일, 특히 미망인이 아이를 갖는 일에 정자를 쓰기를 원치 않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이미 아들의 정자를 얼려놓은 이들은 입법에 합의할 수 있는지 여부를 걱정하며, 그것이 동의에 관해 새로 생기는 이슈만 규정해 기나긴 법정 다툼을 막는 데 실패할까 걱정한다. 아비에겐 슬픔 속에 결단할 힘이 있었다. 그는 일기와 앨범, 아들의 추억거리를 가득 담은 골판지 박스를 들여다 보며 리프에게 아이를 줄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 일은 일어날 것이며, 그의 아이가 이 박스를 받는 일은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