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71) - 천사걷기로 일주한 청남대
소한 대한 지나며 매서운 겨울추위도 한 고비를 넘긴 듯, 창밖의 햇살이 밝고 따뜻하다. 전날 꿈자리, 초저녁에는 어수선하더니 새벽에는 평온하네, 지인이 보내온 그림처럼 하루하루가 순풍에 돛 단 듯 평안하소서.
지난 토요일(1월 19일), 한국체육진흥회 충남지부가 주관한 월례걷기행사가 청남대에서 열렸다. 서울과 충남회원들은 천안역에 집결하여 버스 편으로 이동하는데 내가 사는 청주에서는 청남대가 지척으로 가까워 현지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다. 청남대는 충청북도 청주시 문의면에 위치한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1983년부터 2003년까지 대통령이 휴가 및 명절 등을 보낸 장소였는데 2003년 4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통령 테마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청남대 일원은 대청호를 따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추고 있으며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전국의 100대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힌다.
승용차로 청주를 출발하여 청남대에 이르니 오전 11시, 다른 회원들은 천안역에서 출발하여 청남대의 관문인 문의면 소재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1시쯤 도착예정이라 시간여유가 많다. 청남대는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하여 식당이 없는 것이 특징, 이를 모르고 입장한 터라 경내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라면과 계란 등으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일행이 도착하려면 한 시간여 기다려야 할 터, 청남대는 대통령의 온기가 남아 있는 본관과 기념관 등이 관광객들의 주된 볼거리인데 걷기가 주목적인 우리 일행들은 6개 코스의 대통령길 걷기에 바빠 이를 한가롭게 돌아볼 겨를이 없으리라 여겨 기다리는 동안 이곳들을 여유롭게 살폈다.
대통령들이 휴식 차 머물던 본관에 들어서니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관람객들이 뜸하다. 친절한 안내자가 침실과 서재, 식당 등의 집기는 대부분 1983년 개설 당시의 것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서재의 창문 앞에서 어느 대통령은 8∙3 경제조치 등 중요국정을 구상하였다는 내용을 설명한다. 일행들을 맞으러 버스가 도착하는 입구의 대통령 기념관에서 역대 대통령들의 주요업적과 연표를 살펴보는 동안 어느덧 오후 1시, 한국체육진흥회 홍순언 이사가 전화로 회원들이 기념관 앞에 도착하였음을 알려준다. 걷기 일행은 50여명,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곧바로 6개로 나눠진 대통령길 등정에 나선다.
첫 코스는 기념관 앞에서 곧장 이어지는 김대중 대통령길, 대통령길 중 가장 높은 봉우리를 향하여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는 힘든 코스다. 매주 1~2회 걷기행사로 단련된 일행들이 한달음에 올라가는 등반길이 오르막에 약한 내게는 숨이 차는 난코스, 일행들에 뒤처지지 않으려니 초장부터 힘이 부친다. 간신히 봉우리에 올라 내려다보는 호반 경관이 압권, 여러 차례 청남대를 방문하여서도 본관과 기념관 주변만 살피고 갔던 때는 미처 살피지 못한 절경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김영삼 대통령길, 노무현 대통령 길이 이어진다. 노무현 대통령과 초∙중학교 동창인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장을 비롯한 몇 분이 길목의 동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와 잔디광장과 대통령이 휴식하던 본관을 스쳐 이어지는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길에 들어서니 오후 2시 반, 데크 길로 이어지는 호반의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며 한숨을 돌린다. 마지막으로 피치를 올린 이명박 대통령 길은 출발지 옆 주차장을 지나 따로 만들어진 외딴 코스다. 서둘러 이곳까지 주파하니 오후 4시, 버스에 올라 돌아갈 시간이다. 대통령길 6개 코스를 완주(각 코스마다 찍은 스탬프로 확인)하면 출발지의 기념관에서 간단한 기념품을 준다. 담당자는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주파하여 준비한 기념품이 동났다며 추가로 보급 받아 나눠주기도.
오후 4시 10분, 일행들은 버스에 올라 천안으로 향하고 나와 아내는 청주로 향하였다. 청주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모처럼의 강행군에 다리가 뻐근하다. 몸은 힘들지만 기분은 상쾌, 여러 차례 함께 걸은 동호인의 메시지가 힘을 돋운다. ‘교수님, 인사도 못 드리고 왔네요. 오늘 두 분 뵈어서 너무 반갑고 기뻤어요. 다음 달도 천사걷기(천안걷기행사의 명칭)에 꼭 오세요.’ 보낸 답, ‘항상 밝은 모습이 참 좋습니다. 첫 코스 오르막길이 너무 힘들어서 간신히 완주하였습니다. 자주 만날 수 있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경관을 살피며 열심히 걸은 천사걷기 회원 여러분, 수고하였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 국내외 여러 곳을 두루 살피며 느낀 소회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심은 순후하고 산천은 아름답다.’ 제주도를 수십 차례 찾았지만 작년 봄에 12일간 걸으면서 살핀 정보와 경관이 으뜸이었다. 청남대도 서너 번 탐방하였으나 샅샅이 살피기는 이번이 처음, 곳곳마다 인심 좋고 아름다운 우리강산이어라.
첫댓글 걷기가 시작된 것을 보니 봄이 머지않았음을 느낍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청남대...한번쯤 들러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