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의양식 다듬기
구체적으로 묻고 의논하려면 적절한 정보와 선택권이 필요합니다.
또 지혜롭게 묻고 의논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양식에 담을 안건과 질문을 구체적으로 잡을 필요가 있어
회의양식을 새로이 만들었습니다.
20110113_회의자료.hwp
# 기철이와 사전회의 및 준비
맏이인 기철이와 약속하고 오전에 기철이네를 찾아갔습니다.
"선생님, 약초차, 커피 있어요. 뭐 드실래요? "
약초차를 따뜻하게 데워 "집에 있는 차 중에 좋은 게 이거라서요." 하며 대접해줍니다.
고맙습니다.
기철이가 도보여행을 해본 아는 형에게 물어봤다며
수첩에 메모한 내용을 읽어줍니다.
돈은 한 사람당 1~3만원 이하면 충분하다.
신발은 자기 발에 딱 맞는 것을 신어야 한다(안 맞을 경우 깔창을 넣는다).
겨울이라 해가 짧으니 하루에 8시간 이하로 걸어야 한다.
양말은 네 다섯 켤레 정도 있음 충분하다.
"잘했네, 기철아. 동생들에게 알려주면 참 좋겠다." 했습니다.
팀원 중 나이가 가장 많고 여행 경험도 있는 기철이와
오후에 회의할 내용들을 살폈습니다.
찾아보고 알게 된 내용을 동생들에게 설명해주고 다독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일정, 경로, 숙소>
일정별 경로를 검색했습니다.
전체 코스를 이해하고 있는 기철이지만
네이버 지도 거리재기 기능을 활용해
일자별 실제 코스와 거리를 측정해보고 걸리는 시간을 가늠해보았습니다.
기철이가 경로를 아주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길을 검색할 때 지도를 확대해
작은 길도 최대한 그 길의 경로에 가깝게 마우스로 표시하고 거리를 확인했습니다.
혹 실수로 경로를 잘못 표시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꼼꼼하게 표시했습니다.
전체 일정, 거리, 경로를 확인하며
기철이가 동생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도록
점심해결할 장소, 가는 길에 견학할 수 있는 곳, 숙소를 빌려주실 만한 분을 알려주었습니다.
첫째날 점심해결할 장소인 민예관광단지 근처는
수빈이 친할머니가 아시는 분,
둘째날 점심해결할 장소를 빌릴 옥수골에 있는 펜션은
수빈이 어머니가 아시는 분이라
조만간 연락처를 아는대로 전화드려
사전답사할 때 인사드리거나 전화로 따로 여쭙고 허락받기로 했습니다.
견학할 만한 곳인 진부령 미술관과 만해마을 문학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처와 운영시간을 알아두었습니다.
숙소는 제공해주실 분께 돈 드리지 않고 빌리는 것이니
대신 그 분께 옛날 이야기, 젊은 시절 여행하신 경험, 어릴 적 논 추억,
마을 역사나 전통, 자랑거리를 청해 들으면 어떨지 물으니 "나쁘지 않은데요." 합니다.
<준비물>
준비물은 기철이가 미리 읽어두었던 곡성 도보순례 자료 중
각자 챙길 것과 팀 전체에서 한 명 정도 챙기면 될 것으로 나누어 후보를 정해놓으면
오후에 동생들과 만났을 때 하나씩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했습니다.
<조언을 구할 분>
여행에 관해 조언받을 분은 이런 분들이 있다고 알려주고
약속을 잡거나 방문계획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회의장소>
기철이에게 오후에 컴퓨터도 쓸 수 있고
함께 의논할 필요도 있으니
기철이네에서 회의하면 어떨지 물었습니다.
"괜찮아요."
동생들과 오후 두 시에 복지타운 앞에서 만나
기철이네에 함께 오기로 했습니다.
#
복지타운에 도착한 길위의학교 팀 아이들과 인사했습니다.
오늘부터 합류한 수빈이와 하늘이, 복기에게
서로 인사하자고 했습니다.
복기가 좋아하는 여학생 앞에 선 것 마냥 수줍어하며 수빈이와 인사했습니다.
수빈이가 먼저
"안녕하세요, 한계초등학교 4학년 김수빈 입니다." 하니
그제서야 복기도 "존댓말까지 안 써도 돼." 하며 밝게 웃습니다.
하늘이와 수빈이는 동갑내기 알던 사이라
기철이네 갈 때까지 장난 쳐가며 걸어갑니다.
<일정, 경로>
기철이 집에 들어온 수빈, 복기, 하늘이와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기철이가 전체 일정, 경로를 설명해줄래?
보통 회사에서 발표하는 걸, 브리핑이라고 한다던데
기철이가 브리핑 한 번 해줄래?"
기철이가 동생들이 잘 보이게끔 종이를 펴들고 설명합니다.
"첫 날은 원통에서 갈골을 지나 어둔을 거쳐 한계리로 가서..."
이동거리, 점심 해결할 장소, 견학할 만한 곳, 숙소를 간략히 말하고
네이버 지도를 켜서 거리재기 기능으로 선을 그어가며 자세한 이동경로를 설명해줍니다.
"이 길부터 차가 많이 다녀. 조심해야 해."
"셋째날은 숙소에서 원통까지 걸어올 수 있는 데까지 걸어오고, 정 힘들면 시내버스 타고 오려고."
기철이가 도보여행을 해본 아는 형에게 물어 알게 된 정보도 하나하나 읽어주었습니다.
본인이 조사하고 알아본 자료, 정보를 잘 설명해준 기철이 고맙습니다.
<숙소>
첫날 숙소 후보인 용대1리(남교리) 경로당은
토요일(15일)에 우리가 찾아가 인사드리고 허락을 구하면
북면사무소 주민생활지원과 이안나 계장님께서 따로 연락을 하시기로 했다고 설명하고,
아이들과 의논하여 답사하는 날 미리 연락드리기로 했습니다.
김광석 선생님 댁은 토요일(15일) 답사 출발 시에
미리 연락드려 답사시 인사드리고 오기로 했습니다.
<차량 답사 일정>
'답사는 토요일 언제, 어디에 모여서 갈까?'
오전 10시에, 복지타운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혹 변경시 연락하기로 했습니다.
저 또한 그 시간이 좋습니다.
<준비물>
"겨울여행이니 더 필요한 물건들은 없을까?"
함께 머리 맞대 의논하고 A4용지에 먼저 써보았습니다.
기철이가 곡성 도보순례 자료를 보고 참고한 것을 포함해
개인, 팀 준비물 구분하지 않고 써본 후
각자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품목인지,
주변 사람에게 빌려야 하는 것인지,
부득이하게 여행경비로 사야하는 것인지 아이들에게 물어가며 수빈이가 적었습니다.
'안전조끼, 구입하려면 비싸고 낮에 이동하니 따로 필요없다'
'우비, 겨울이라 눈이 올테고 눈은 털면 되니 우비는 적절하지 않다'
'양말은 다섯켤레, 속옷은 한 벌 챙겨오자'
'얇은 무릎담요는 있음 좋겠으나 두꺼운 이불은 가지고 가기 어려우니 챙기지 말자'
20110113_회의결과.hwp
의논해보니 돈 주고 살 것이 거의 없습니다.
라면도 있겠다,
간식거리도 집에서 조금씩 가져오겠다...
장볼 것도 그다지 없습니다.
"내가 아는 형은 2만원 들고 갔는데, 1원도 안 썼대." 하는 기철이 말이 수긍이 갑니다.
여행 조언 구하러 찾아뵐 분께 찾아가서 여쭐 질문내용을 정했습니다.
차가 빨리 다니는 길을 걸을 때 대처법
신발이 젖었을 때
손이 가려울 때
손이 얼어 통통해졌을 때
몸이 뻣뻣할 때...
복기하늘이 아버지,
내설악 구조대 정준교 선생님,
전세곤 선생님(임광준 선생님 소개),
원통 삼천리 자전거 사장님 이렇게 네 분께 조언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복기하늘이 아버님은 다음주 화요일, 복지타운에서 뵙기로 했고
전세곤 선생님과 원통 삼천리 자전거 사장님은
이번 주 토요일(15일) 답사길에 연락드리고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
오늘 회의 중간에 기철이가 들려준,
본인은 오싹했지만 듣는 사람은 배꼽을 잡는 무용담 이야기가 재미났습니다.
기철이가 친구와 둘이서 세발 자전거타다가
급경사길을 돌다 낭떠러지에 떨어질 뻔한 일,
기철이 동생 기서가 브레이크 고장난 자전거 타다
내리막에서 자전거와 함께 밭으로 날아간 일,
높은데서 떨어지는 꿈 꾸면 키가 큰다며
부엉이 바위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손잡고 같이 뛰어내렸는데
자고 일어나니 키가 2cm 자랐던 꿈...
평소에 말수 적은 수빈이도 신이 나서 비슷한 경험담을 들려주고
복기, 하늘이도 본인들 경험 이야기하며 즐거워했습니다.
듣는 저도 아이들도 정다웠습니다.
회의하며 쉬는 사이 나눈 에피소드 이야기에 길위의학교 팀원끼리 금새 친해졌습니다.
나중에 수빈이 어머니께 전화드려
수빈이가 기철이 이야기에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하니 어머니가 크게 웃으십니다.
"수빈이가 어디서 떨어지는 꿈을 자기만 꾸는 줄 알았는데,
오빠 이야기 듣고 '다른 사람도 그러는구나' 알았대요."
집에 가는 길, 복기가 옆에서 걸으며 묻습니다.
"선생님은 이 일, 하고 싶어서 하는 거에요? 얼떨결에 하는 거에요?"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 했습니다.
복기 물음이 진지하니 고맙습니다.
"복기야, 내가 다 결정해놓고 따라오라고만 해도 되는데
자꾸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이유를 알겠니?"
"제가 할 거니까, 스스로 하라고..."
"응, 그것도 맞아. 그런데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뭔데요?"
"으응... 이렇게 우리가 사서 고생하는 경험.
아무나 하지 않는, 흔치 않은 거잖아. 그치?(네)
복기가 활동 하면서 동네에 좋은 분들도 만날테고,
또 원래 알던 분이라도
복기가 이 활동을 이렇게 진지하게 열심히 준비했다는 거 알면
복기를 더 좋게 바라보실 거잖아.
복기 사는 원통에 복기에게 잘 대해주시는 어른이 많음 좋겠어.
나는 그러고 싶어서 이 일 하는 거야."
말없이 끄덕이는 복기 등 뒤로
해가 넘어간 산 위 하늘이 발갛습니다.
의논할 때 자기 의견 이야기 잘 해준 기철, 복기, 하늘, 수빈이 고맙습니다.
첫댓글 지역아동센터가 이런 곳이라면 저는 제 아이를 이 곳에 보내고 싶습니다.^^
우석이형, 고맙습니다.
해운대에서 만났을 때 지역아동센터 이야기 나눈 기억,
지금도 생생합니다.
형님 이야기 덕분에 제 생각을 더 다듬었지요.
나도 같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