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 병원 침대맡 기도 외 1편
장우원
당신을 위해 그런 게 아닙니다.
모두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힘들어서
그래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제
편히 주무십시오.
꿈이 깨면
육신의 무게가 사라졌음 좋겠습니다.
어머니
희망가
12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면
무언가 달라졌으면
마술처럼 고통은 사라지고
웃을 일만 생겼으면
그냥 내일이 아닌
새해 첫날
처음 걸음을 내딛는 아이를 보며
둘러앉은 부모처럼
흔들려도 희망을 얘기하며
손 내밀었으면
그 손 맞잡고 나아갔으면
사글세 반지하 빼꼼한 환기창에도
노숙인 바람막이 박스 안에도
비정규직 매서운 출근길에도
해고로 피멍 든 가슴으로도
햇살,
고루고루 따뜻하게
퍼졌으면
사람의 손을 타고
다가갔으면
― 장우원 시집, 『수궁가 한 대목처럼』 (푸른사상사/2022)
장우원
1961년 목포에서 태어나 유달산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자랐다.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퇴임하였다. 위인을 무턱대고 미화하는 위인전을 바로잡고자 『인물 이야기』(1~4권)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고, 『우장춘』 『과학 한국을 만든 사람들 1』도 썼다. 전교조 조합원으로 초등교과모임을 결성한 뒤 회지 『바로 서는 초등교육』을 편집했다. 전교조 노래패도 잠시 활동해 제1회 참교육노래자랑에 중창곡 [어릴 때 내 꿈은]으로 대상을 받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를 써 1984년 복현문화상 시 부문에서 「대중탕에서」로 대상을 받았고, 소장용 시집으로 『대중탕에서』를 묶어 냈다. 2015년 『시와문화』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시집 『나는 왜 천연기념물이 아닌가』 『바람 불다 지친 봄날』, 시사진집 『안나푸르나 가는 길』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