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생불멸(不生不滅) 하는 이치(理致)
여래(如來)란 말은 이와 같이 같은 여여(如如) 한데서 그와 같은 이가 왔다는 뜻이다.
생로병사가 없는 사람이 이 세상에 한 사람 태어났다는 소리다.
언제나 같으니, 거래(去來)도 직위도 동서남북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는 그런 사람이 탄생했다.
그이가 바로 석가여래다.
몸뚱이는 비록 뱃속에 들어가서 열 달 만에 아이가 되어 이 세상에 나왔고
실달 태자가 되어 커서 출가해서 견성오도(見性悟道)하여 설산(雪山)을 내려오셨지만,
그 마음은 여여(如如)한 그대로 마침내 우리를 제도하러 오신 여래가 바로 석가여래이시다.
부처님의 마음자리뿐만 아니라 석가여래의 육신도 불생불멸(不生不滅)하는 이치가 있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육신은 환상이고 꿈에 있는 몸뚱이와 같기 때문이다.
참말로 있는 것이 아니고 환상으로 있는 것이므로 허공처럼 없는 거나 같다.
그런데 환상이란 불교에서 진공묘유(眞空妙有)라고 한다.
이 마음자리는 번뇌 망상이 하나도 없어져서 없는 것조차도 없어진 것이니
참으로 빈 것이며 허공(虛空)도 아니다. 차라리 허공도 초월했다.
그렇게 말하면 그 뜻이 아주 쉬운데
빈 공(空)자를 써서 온갖 강의를 다 해놓으니 도리어 알기 어려워진다.
이 마음은 물질도 허공도 아니고 지식도 사상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것조차도 아니다 보니
진짜로 공한 것인데, 그렇다고 허공처럼 그렇게 생각해서도 안 된다.
온갖 생각이 없어지고 생각이 없어졌다는 생각도 없고 그래 물질도 허공도 아니니 없기는 없는데
어떻게 없는가를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진짜로 없는 이것이 금강경 강의해달라고 와서 물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 대답하고 그런다.
이렇게 묻고 대답하고 하니 뭐가 있기는 있다.
그런데 이것은 물질처럼 있는 것으로 있지도 않고
허공처럼 텅 비어 없는 것으로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는 이 소리를 잘못 알아들으면
공부하다가 아무것도 없는 경지가 나타나면 견성(見性)했다 도통했다고 한다.
그러니 있기는 있는 데 있는 것도 있는 게 아니고 물질로 있는 게 아니고
없는 허공으로 있는 것도 아니며 그러므로 이것을 묘하게 있다[妙有]고 하는 것이다.
물으면 대답하고, 먹고 배부르면 변소 가서 꿍꿍 앓고 이런 신기한 짓을 하니 참 묘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붙잡을 수 있고 쳐다볼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들어 볼 수도 없고 대질러 볼 수도 없고 그러니 이런 편으로 보면 꼭 진공(眞空)이다.
아무것도 아닌, 중생도 부처도 아닌 그런 것이 부르면 대답할 줄 알고
먹으라면 먹고 추운 줄 알고 하는 것으로 봐서는 무엇이 분명히 있는 것이 물질처럼 있는 것도 아니고
허공처럼 없는 것도 아니므로 있기는 있는데 기이하게 있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자리인 이 생명은 진공묘유(眞空妙有) 한 것이니
따라서 물질의 구성체인 이 육신이 아무리 미묘한 상(相)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상호(相好)를 가지고 여래를 볼 수 없는 것이다.
-청담 스님- <금강경 강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