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에세이
행복 버스 18
때는 2009년
봄을 훔쳐 간 여름이
아지랑이 피듯 그려진 길을
젊음
청춘
이라는 것 하나 믿고서
걸어가는 그 청년은
세상에
무엇 하나 그를 위해 존재하는 건
없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있는 엄마조차도...
가진 것 빼앗길까
걱정하는 사람들과
가질 수 없을까 봐
조급해하는 사람들만
둥둥 떠다니는 세상에서
버티기가 힘이 들어서였는지
희망이란 놈은
언제나 닿을 수 없는 저 멀리 서만
손짓하느라 좌절할 때가 더 많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청년의 손엔 어느 날부터인가 커다란 가방 하나가 들려져 있었고
그날도 어김없이 시내버스에 오르고 있었죠
한가한 시간대만 골라 버스에 오른 청년은 빈자리가 보여도 앉지 않고
들고 있던 가방 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겨 앉아있는 승객들 무릎 위에 하나씩 놓아 두고는
"저는 이렇게 낮엔 물건을 팔아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면서
밤엔 공부하는 고학생입니다.....
......
...
때수건 석 장에 단돈 천 원입니다...:
청년은 쑥스러워하며 꺼내 놓은 말이
여운으로 남은 자리를 돌며 승객들 무릅 위에 있던 물건들을 다시 담고 있을 때
때수건이 든 비닐봉지 하나가
버스 바닥 한가운데로 내동댕이
쳐지는 게 아니겠어요
"누가 이딴 걸 버스에서 팔라고 그랬어 ...어이 기사 양반 ...이런 건 여기서 못 팔게 해야 하는 거 아냐?"
나이 지긋해 보이는 남자 승객의 화난 말에 당황한 청년은 붉어진 얼굴에 미안함을 채워 넣으며
몸 둘 곳을 찾는 것조차 사치라는 듯 버스가 멈춰 서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버스 기사의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자신 앞에서 멈춰 서는 걸 느낀 청년은
"다신 버스에 안에서 물건을 팔지 않을게요"
라는
준비된 말을 내뱉으려는 순간
"저…. 손님 다음부턴 이 버스 안 타셔도 좋습니다"
"이거 한통속이야 뭐야?"
"도둑질 안 하고 당당하게 벌어서 공부하겠다는데 그게 그리 잘못입니까?
차비 안 받을 테니 내리시죠..."
버스 기사의 말에
성난 들소 같은 콧바람을 뿜어대던
남자가 내리고 난 뒤 버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출발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청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는
버스 기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던
청년의 신발 위에는 감사의 눈물들로 얼룩지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큰 건
산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그걸 담을 수 있는 마음이었다며..
펴냄/노지규의 골목 이야기
#╰✎감성글◡̈✿ฺ❤︎
첫댓글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세상엔 많은것 같아요..
우리도 열심히.. 아자아자 화이팅~~~
네
율무맘님
탁구운동하는분은
건강하다는 것
열심히 베풀며 살아야됩니다
행복한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