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소요逍遙하다
유혜영
당신 생각 속에는 골목이 너무 많다
구불구불 휘어짐의 방식으로
발길이 모퉁이를 돌때마다 길은 객지가 된다
어디로 가야 이질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눈앞에 모든 길이 끝임 없이 내 발목을 붙잡는다
낯선 이방인에게 절벽을 내미는 길
뜬구름의 보폭으로 걷고 있는 나
하염없이 흘러간다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당신은 입구를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생각속 집은 많은데 전부 불이 꺼져 있다
대낮에도 내내 어두운집
당신을 유폐 시킨 건 당신인데
나만 괜히 미안하다
당신을 위해서 아니 나를 위해서
무작정 문을 두드린다
급기야 한꺼번에 생각 밖으로 쏟아지는 골목길
나는 미아가 되고 만다
당신이 영원히 닫히고 있다
당신은 풀기 어려운 공식이었을까
해석이 안 되는 철학이었을까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고 있는 나
나도 나를 찾을 수가 없다
당신이 당신을 빠져나와야
내가 있어지는 당신의 골목
당신 생각 속에는 우울이 너무나 많다
- "잘라내기는 또 어딘가에서 붙여넣기를 하고",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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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소요逍遙하다/유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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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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