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빚 첫 200조 넘어… 한전채 발행도 적신호
부채 6월말 기준 201조4000억원
올해도 7조 가량 영업손실 예상
한전채 발행 한도 줄어 자금난 우려
공기업 한국전력의 빚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7조 원가량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가 한전채 발행이 막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000억 원(연결 기준)으로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었다. 2017년 말 108조8000억 원이었던 총부채가 6년도 안 돼 100조 원 가까이 불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8조 원가량 증가했다. 한전의 총부채는 현재 국내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지만 전기요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으면서 한전의 부채가 급증했다. 전기를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에 빠지면서 적자가 불어났다.
2021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한전은 한전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현재 한전이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발행할 수 있는 한전채는 104조6000억 원이다.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가 20조9200억 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도 약 7조 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영업손실이 난 만큼 적립금은 줄어든다. 시장의 전망대로 실제로 7조 원의 영업손실이 난다면 내년 3월 2023년 실적 결산 이후에는 한전채 발행 한도가 확 줄어들게 된다.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이 약 14조 원으로 감소해 이의 5배인 약 70조 원까지만 발행할 수 있다. 지난달 말 한전채 발행 잔액(78조9000억 원)보다 적다. 한전이 신규 한전채 발행을 통해 ‘빚 돌려막기’를 하기도 어려워지는 셈이다.
한전은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으면 은행 대출, 기업어음(CP) 등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경우 회사채보다 대출과 CP의 금리가 높아 한전의 재무 구조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접어들면서 한전의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6월 배럴당 60달러 선을 오갔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달부터 오름세를 보이며 이달엔 80달러까지 치솟아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에너지 가격 추이에 따라 요금 현실화를 통해 재무적으로 개선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