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평강과 바보 온달 왕자
글쓴이 BlueMemory
옛날옛날, 어떤 나라에 온달이라는 울보 왕자가 살고 있었다. 온달에게는 유별난 버릇같은 것이 있었는데, 평강이라는 말을 들으면 울음을 그치곤 했던 것이다. 평강은 이웃 나라에서 넘어온 무녀의 딸이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눈에 색기가 어려 자시가 넘어 뒷간에 가는 사내아이들의 고추를 따먹는다는 소문이 돌던 아이였다. 물론 뒷 이야기들은 아이 놀려먹기 좋아하는 노인들이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그만큼 평강의 미색은 어려서부터 남달랐다.
온달 왕자가 혼기에 접어들자 왕은 한 귀족집안의 딸과 온달을 혼사시키려 했다. 하지만 온달은 그를 거부하고는 한사코 평강과 혼인하겠다고 했다.
"아바마마, 일국의 어버이로서 어찌 거짓을 입에 올리시나이까."
"세자, 어찌 너는 일국의 왕세자라는 자가 되어 무녀의 딸과 혼사를 치르려 하는 것이냐."
왕과 온달은 수시로 싸워댔고, 급기야 온달이 동궁전으로 들어오는 모든 먹을 것을 물리기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자리깨까지도 물렸다는 말이 전해지자 왕은 급히 동궁전으로 향했다.
"세자, 네 정녕 아비의 뜻을 꺾으려 드는 게냐."
"사내된 자로서 한 번 뜻한 바를 굽히는 것은 하늘이 노할 일인 줄로 아뢰옵니다."
왕은 결국 온달의 고집을 꺾지 못하여 평강과의 혼사를 허락했다. 하지만 왕의 고집도 만만치 않아 평강을 첩으로 들이기로 약속해야했다. 그리하여 평강은 무녀의 딸로 태어나 빈에 오르는,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난 계집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몇 년 뒤, 선왕이 온달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얼마지나지않아 승하하였다. 선왕은 승하직전, 충신들을 모아놓고 이리 말하였다.
"신들은 내가 죽거든 평강, 그 계집이 중전의 자리에 앉게하지마시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그 년을 내치고, 그 년에게 자식이 들어앉거든 의원을 시켜 복중에 있을 때에 죽이도록 하시오."
선왕의 걱정대로 온달은 선왕이 죽자, 국상이 끝나기도 전에 평강을 중전의 자리에 앉혔다. 원래의 중전은 폐비가 되어 격리되었으나, 얼마지나지않아 동궁 밖으로 내쳐졌다. 이런 온달의 결정에 반대한 충신들은 모조리 귀향을 갔고, 그곳에 가서도 입을 놀린 자는 야심한 그믐날 밤에 으슥한 산으로 끌고가 돌로 쳐 죽였다.
그해 가을, 나라에 흉년이 들고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자 평강이 말했다.
"금강산의 1만 2천 봉우리에 굿을 해야합니다."
이에 온달은 장모를 불러 그러라고 했고, 봉우리 하나에 은편 100개를 들여 푸닥거리를 했다는 소문이 저잣거리마다 파다하게 퍼졌다. 푸닥거리가 끝나자 평강은 장모를 궁으로 들이자고 했고, 온달은 그러겠노라고 했다. 물론 신하들이 반발하기는 했으나, 장모가 "저 놈들 때문에 국운에 부정탄다."라고 하자 모두 귀양보냈다. 그 후 평강에게 반대하는 자들은 줄어갔고, 아부하려는 자들은 늘어만 갔다.
장모를 들이고 한동안 잠잠하던 평강이 또 불평했다.
"전하, 궁이 너무 좁사옵니다."
온달은 궁을 크게 짓겠노라고 했고, 푸닥거리를 하느라 텅 빈 국고와 흉년이 들어 배고픈 백성들을 쥐어짰다.
때마침 새로이 왕국을 건설하여 승승장구하던 이웃나라에선 그 소식을 듣고는 바로 출정준비를 시작했다. 그 나라에는 풍년이 들고, 임금이 어진지라 전쟁을 할 것이라는 방이 붙자 자원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궁이 거의 다 지어져 갈 때 즈음 뒤늦게 소식을 들은 온달은 막막했다. 성문 앞에 세워서 적들의 진로를 방해해야할 목책은 이미 자신의 궁전의 기둥이나 서까래가 되었고, 병사들이 들어야 할 병장기게 달려있던 쇠들은 궁의 장신구 따위에 쓰였고, 그나마 남아있는 병장기들은 병사들이 궁을 짓는 일이 너무 고되어 피골이 상접하여 들 수 조차 없었다.
적국이 성문 앞에 진지를 차리고 밥짓는 냄새를 풍기자 병사들과 백성들이 성문을 열고 그들을 맞았고, 온달은 백성들의 낫에 머리가 베어져 적국 장수의 발 아래에 던져졌다.
노리개와 얼마간의 금편을 들고 어머니와 함께 궁을 빠져나온 평강은 자신의 나라를 침략했던 나라의 국경을 넘어 왕에게로 갔다. 굳이 평강이 접근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녀의 미색은 왕이 반하게 하기에는 충분했고, 역시나 왕은 관심을 보였다. 어느 정도 안면을 익히자 평강과 그녀의 어머니는 말했다.
"폐하. 폐하께서는 이제 모든 것을 이루시었습니다. 저를 첩으로 거두어 주시어 이제 조금은 쉬시는 것이 어떠하옵니까?"
"폐하. 나라에 불길한 기운이 감싸돌고 있사옵니다. 제게 금편 100개만 주시면, 저 악기를 물리칠 굿을 하겠나이다."
그 때, 잠자코 듣고있던 책사가 말했다.
"폐하. 경국지색이라 하였나이다. 나라가 태평할 수록 폐하께서는 몸가짐을 바르게하시어, 백성들의 본보기가 되셔야하나이다. 아무리 태평천하라 하여도 미색을 가까이 하시면 우리도 온달 왕의 나라처럼 되어버릴 지 모릅니다. 게다가 푸닥거리와 같은 미신을 믿으신다하면 백성들까지도 거기에 빠져 생업은 잇지아니하고 그른 길을 걸어갈 수 있나이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그러자 왕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 그러하구나. 너의 말이 아름답다. 너의 말에는 거짓이 없다. 그러하면 책사는 짐을 어지럽히려는 저 두 모녀의 목을 베어 적군의 시체와 같이 묻으라."
그리하여 평강과 그녀의 어머니는 목이 베어졌고, 충언을 했던 책사는 일등공신에 봉하여졌다.
어디선가 들었던 얘기같았는데, 갑자기 한 번 써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 결과물은 지금 보셨던 것처럼 극악입니다만은.
역시 끄응- 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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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머엉.
뭐, 뭐지 이건. =ㅁ=;;
재미있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글틀 설정을 해놔서 그런 건가? 제목이 똑같네? 그나저나 대화 부분은 좀 어색한 느낌이 드네...
제목은 실수. // 확실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 내가 고귀하신 궁궐사람들 말투따위 알 게 뭐람. (…)
'너의 말이 아름답다.' 훈이오빠 매니아!(엉?)
저걸 적을 때가 마침 현의 노래를 샀던 날이라서.
풉.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