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타이어 광주 공장에서 이레 가량 카본블랙 사일로(저장고) 청소 일을 하고 있다.카본 블랙이 무었인지 화학적 물성을 알고 싶거든 위키피디아 이용하기 바란다. 물론 이론으로 아는 것과 타이어 경화용
카본블랙의 위험성을 직접 접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이기는 하지만.
천연가스나 원유 폐기물 이용해서 만드는 불완전 연소 탄화수소 물질이고 당연히 그쪽 특성들 갖추고 있다.흔히 말하는 어지간한 분진(증기 수준은 제외한다)과는 꽤 차원이 다른 미립자이고 호흡기에 들어오면 참 골치아픈 놈이다. 사북탄광에서 일하던 사람들만큼이야 하겠느냐만. 국내 업계들의 안전 대책을 보고서 이번에 정말 깜짝 놀랐다. 전에는 물리 계열 빼면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수준이었지만.
하루, 이틀, 사흘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음날이 되면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무슨 소리를 들은 것이다.
마치 광우병과도 같다. 밀폐된 격벽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분진들.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광부들이 보면 새끼들 겁은 많아가지고 하려나 모르겠다만. 요즘 세상에서는 참 힘든 작업 조건이다.
발암성(증명되지 않았다. 그 많은 논문에서 핵심은 dose-response relationship과 lung overload, lung cell sclerosis, 이 셋 중 어느 것도 전향적, 후향적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지 아직까지는 possible carcinogen...참 편리한 말이기도 하지).
과학이라는 거, 이성이라는 거 별 게 아니다. 겪어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최대한의 안전 장치를 적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아예 겪어보지 않고서 떠드는데 있다. 3백여 명 넘는 생산직 직원들, 50-60여명쯤 될 사무직원들. 하청업체 직원들 그 누구나 카본블랙 사일로 청소일을 하려 들지 않는다.
단지 남에게 떠넘길 뿐이다. 그래서 도급의 도급인 내게 일이 들어왔다. 일주일을 설득해서 겨우 안면에 밀착되는 방진 마스크를 얻었다. 물론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들은 무서워 하려들지 않으면서 코만 덮는 3천원짜리 방진 마스크 던져주며 자기 들은 그거 가지고 일했다고, 지금 이 마스크 수준이면 엄청 여건이 개선된 거라고 그런다.
그래 할 수 없이 영문판 MSDS를, 아니 ,MSDS의 근거 문서를 들고서 읽어주었다.
태도가 변한다. 일당은 9만원이다. 이것두 사기고 한 15만원 정도가 최소한이란다. 옆에서 하는 말들이. 그들 역시 그 돈 주어도 하지 않는다.
가래에선 기름이 떠돈다. 침을 뱉으면 기포가 인다.
핵은 호흡계에 들어오는 카본 블랙의 누적치에 있다. 폐가 버티어 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문제가, 모두들 아는 폐 세모의 섬유화, 그러니까 진폐증이 일어난다. 싸잡아 진폐증이라 하고 원인 물질에 따라 분류는 10여개가 넘는다.
그 무서움은 불가역성에 있다. 개인의 유전적 소질에 따라 진폐증 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고 단기간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일찍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일단 국소적으로 진폐화가 일어나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고 노출을 피해도 계속 진행된다는 점이다.
안면에 밀착되는 제대로 된 방진 마스크, 1시간 단위로 교환하는 필터만 있어도 진폐증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사일로 청소하는 사람들 중에 저 최소한의 요건을 충족해본 사람은 내가 최초다. 지금 역시 내가 바라는 최소한의 요건에 미치지는 못한다. 삼천원 짜리 2만원-3만원짜리로 바꾸어 주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니까.
누군가는 탄광 광부들이나 예전에 그 작업하던 사람들에 비하면 월등히 낫은 조건 아니냐고 지청구를 줄런지 모르겠으나 답은 그게 아니다. 안전이 먼저인 것이다. 진폐증을 방지할 최소한의 장비를 갖추려면 개인 당 10만원 정도 든다. 그 비용을 한 번도 지출하지 않고서 그간 지내온 노동자들, 관리자들, 사장이 문제인 것이다.
앞으로도 열흘 정도 이 일을 하게 된다.
그 열흘 안에 금호타이어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다. 내가 앞서 썼던 글들이 얼개를 따르는.
그리고 나는 떠날 것이다. 무언가 변화를 주고서.
나는 세상의 그 온갖 개새끼들을 혐오한다.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어 주지 않고서 생산량을 다그치는 싸구려들.
자신은 죽어도 하려 들지 않으면서 슬슬 나같은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그럭저럭 지나가는 사람들.
그들을 욕할만치 나는 세상을 견뎠다.
모두들 조건이 나쁘다고, 큰 일 난다고, 돈 그거 받지 말고 더 달라고 걱정하는 눈길을 보낸다. 내게.
하지만 아무도 나더러 하루 쉬라고 대신하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안다. 이런 조건은 아무 것도 아닌 극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라는 걸.
그래도 그건 아닌 것이다. 그들의 조건을 개선할 일이지 내가 처한 조건이 양호한 것은 아니니까.
어제는 금호 타이어 공장 성형반 압출 기계에 눌러 한 사람이 죽었다. 자동화 기계라 것두 끼인 지 30분 만에 동려들이 발견해 빼냈지만 이미 죽은 상태. 위험한 기계라 안전 센서가 달려 있다. 작동하지 않았고 46세 조재필씨 그는 세상을 떠났다. 내가 싸구랴3천원짜리 마스크를 쓰고 어두컴컴한 그 굴뚝으로 들어갔던 그 시각. 온 몸이 짜부라져 죽었다.
평범한 악.
그것은 평범한 우리네의 비열함이다. 내 대신 한 번도 들어가지 않는 그들.
그게 우리네 평범한 이들의 비열함이다. 물론 언제라도 나는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 카본블랙 뿐 아니라
사람들이 태도라는 그 시료...
첫댓글 어쩌면 내가 주절거린 글들 중에서 가장 현실에 천착한 글일 텐데 댓글은 없다 :)
이 글은 ????들(판???)에게 어떤 ??를 가져왔다. 그리고 다른 ??가 일 것이다.
나는 상식 ? ??? 편이다. 또 ????.
'평범한 악'은 어느 곳에나 있습니다. 가족 간, 친구 간, 이웃 간, 사회 간... 업주가 안 사주면 일하는 사람이 10-20만원 들여 완벽한 장비 사서 두고두고 이용하면 되는데 공짜로 주는 3천원짜리 마스크 쓰고 들어가서 일하는 사람은 멍청한 사람이죠. 아기도 울어야 젖을 주는데 배고파도 울지 않으면서 세상을 탓하면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원청이 그 장비를 제공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되도록 하는 게 과녁이죠.
그리고 치노님 말대로 성능 좋은 장비를 사두고 쓸 생각도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걸 그때그때 다 갖추고 살기란 난망한 노릇입니다.
요약하자면 위험할 경우 자비를 들여 그런 장비를 갖추고 일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원래 비용을 들여 그 장비를 갖추어 놓고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할 책임은 원청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글을 금호쪽 사람들이 보아서 원청-도급업체로 이어지는 라인에 약간 소동이 일었씁니다.
그쪽에 아주 작지만 변화가 있을 겁니다. 나름 장비를 갖추어 보려는.
그리고 내게는 30만원 가량 추가금이 들어왔습니다. 글이 가져온 작은 변화.
우리는 막연하게 착하고 욕심이 없어야 좋은 사람이라 배웠지만 욕심이 많아야 잘 살/잘살 수 있는 게 세상입니다. 남에게서 이타주의를 기대하는 것보다 내 이기심을 (가능하다면 합법적으로) 채우는 게 더 빠르고 현명하고 합리적인 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인간은 모름지기 ... 해야 한다' 식의 가르침은 남을 선동하는 데나 필요한 것이지 선동의 대상이 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필요 없는 것인데 그걸 모르면 고생하는 것 같네요. 우리가 필요한 건 어디서 인용한 몇 줄의 문구가 아니라 세상을 꿰뚫어보는 지혜인데 그건 좋은 책속에 숨어 있죠.
착하고 욕심이 없어야->니 것 내 것을 가릴 줄 안다 정도의 의미일 겁니다. 자기가 일구지 않은 건 자기 게 아니며 그런 불로소득은 결국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정도.
지킬 것 지키고 많이 버는 것, 도덕이나 종교가 하는 말이지요. 평범한 것이지만 어려운 것이죠. 인간의 천성으로 보아.
돌려 말하면 남에게 주어야 할 것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대로 주고서도 그 나머지 가져가 많이 버는 것 그게 상선입니다.
'그런' 그들과 같이 돈을 버는 법 몰라서 다들 그렇게만 사는 것은 아니겠죠.
어쩌면 반대편에 선 이들이 사람 움직이는 그런 전략을 행동에 옮기면 '그런' 그들은 줄초상 날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들릴 지 몰라도 상대 부수고 나면 1초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아마.
그들을 향한 연민이 찾아드는 게.
없이 살았지만 참다 못해 꾸짖고 나서면 고개 숙이는 모습들 보면서 결국 이렇게 될 것 알면서 하고 후회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네들 결코 강자들이 아니라서요.
그네들도 자식 키우고 사는데 왜 남들도 자식 키우고 산다는 걸 모르는지 성질이 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서두.
사람이 사는 세상은 동물의 세계와 다른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욕심이 없고, 정직하게 내 손 놀려서 번 것만 가지고 살면 될 것 같지만 그런 사람을 주변에서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욕심 많고, 영리하고, 부지런해야 잘사는 건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죠. 다른 사람을 나무라고 곤란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이 이타적으로 행동하게 만들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타적인 건 인간(동물)의 본성에 어긋나기 때문이죠. 인간을 인간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인간으로 살면서 신이 될 것을 강요/교육/설교 받다 보니 모순이 생기는 것이지만 시스템을 위해서는 이것도 나름 의미 있는 모순일 수는 있겠네요.
이기를 생명 유지 본능과 위에 서려는 욕구 같은 걸로 보자면 이타는 무한대의 자비가 아니라 속한 세계, 동네가 불가역 상태로 부서져버리지 않게 하려는 최소한의 양보 같은 걸로 보면 됩니다. 소승과 대승의 경합일 수도 있겠죠. 경쟁. 경은 규칙을 정해서 우열을 가리는 겁니다. 쟁은 규칙이 없죠. 약육강식, 암습, 대리전, 그냥 이기면 되는 겁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란 게 별 게 있을까요? 쟁 모드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경 모드로 들어가자는 거지요.
치노님의 조금 전 댓글은 내 이야기랑 다를 바가 없습니다.
천지불인이라고 인간을 인간으로 인정해야 하는데 어느모로 보나 스스로 욕하는 동물의 모습을 보이는
이들이
외려 뜻도 잘 모르면서 경전과 고전을 끌어다 붙이며 인간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약육강식의 장으로 끌어내려고 합니다.
치과에 가서 치위생사에게 내 치아 사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넸더니 치과의사가 갑자기 전문용어를 씁니다. 두려움이죠. 전문지식을 가지고서 어린 여자 치위생사들을 지배하는데 그 틀이 깨질까봐. 크랙일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겉이 아닌 내부에서 일어난 균열. 잘 모르겠지만 설명해 드리겠다는 투로 이야기하길래 조용히 경청했습니다 :). 병원 가면 저 풍경은 흔합니다. 유독 나한테만 벌어지는 일인지 :) 그들이 접했던 마냥 고개 조아리는 환자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죠.
이제는 좀 그런 아직 답지 못한 전문가들 가지고 놀아볼까도 싶습니다. 나는 남자지만 여자의 시각으로 남자를 파악하는 솜씨가 좀 있습니다.
가드 컴플렉스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전문가들. 그들은 발달학이 고스란히 자신에게도 적용된다는 걸 인정을 잘 안 하려 듭니다.
그래 많은 문제가 생기죠. 클클 세상에 혼자 힘으로 해낼 수 있는 게 얼마나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