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소주와 위스키

[스톤]

소주와 위스키

우리의 친숙한 막걸리는 엿기름 가루를 찐 밥에 섞어 삭인 뒤에 채로 걸러서 만든 술이다. 이를 탁주(濁酒)라고 하는 것은 그 걸직한 술을 표현하는 바이며, 막걸리는 아마도 번잡한 절차 없이 막 바로 걸러서 내려온 술이라고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소주(燒酒)는 막걸리와 같은 과정에서 그것을 다시 끓여서 증류(烝溜)된 알코올을 받아 물과 섞어 논 독한 술이다. 막걸리는 얼마 못 가서 식초로 변하거나 상하지만 소주는 알코올의 농도가 높아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특성이 있으나 제조 과정이 더 번거로웠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막걸리를 대부분의 집에서 만들었고, 더러는 소주를 받아 내는 이들도 있었다. 솥뚜껑을 뒤집어 덮고는 그 손잡이 아래에다 그릇을 받쳐 놓고 공기를 막아서 불을 때면 알코올이 증기로 올라오며 솥뚜껑에 닿았다가는 위에서 부은 찬물 때문에 식어서 다시 물이 되고 솥뚜껑 손잡이에로 흘러 내려서 받쳐놓은 솥 안의 그릇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증류주로 만드는 소주는 거의 없고 알코올을 희석시킨 것들이지만 아직은 한국인에게는 많이 소비되는 술인 것 같다. 알코올이 증발되어서 이슬처럼 모여졌다고 해서 노주(露酒), 불이 붙을 정도로 독한 술로서 화/소주(火/燒酒)이고, 깨끗하게 맑아서 백주(白酒), 기체로 갔다가 이슬로 변해서 기주(氣酒), 땀방울같이 흘러 내렸으니 한주(汗酒)라고도 불렀다 한다.

본래 소주는 중국 원나라(蒙古族) 때, 우리의 고려 시대에 들어 온 주조 방식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개성에서 소주를 '아락주' 라고 한다는 데, 만주 말로는 '알키' 였고, 몽고 말로는 '아라키'였으며, 이는 몽고가 페르시아를 침공했을 때 가져온 아랍어로 '아락'(Arag)에서 유래 된 말이었기 때문이다. 쿠란에 금주를 말하고 있는데도 아랍에서 술을 만들었으니 나는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우리네 예전엔 제조가 힘들고 양을 많이 생산하기가 그 때는 어려웠을 테니 아락주는 비쌌고, 순곡으로 만든 증류주는 고급이었으며 약용으로 쓰여졌다고 전해 온다.

실상 양주의 대명사처럼 우리에게 알려진 위스키(Whisky)도 아마 그 아랍에서 배워 간 우리의 소주와 같은 것이라 한다. 위스키는 엿기름과 곡식을 섞어서 당분(starch)으로 만들고 이스트를 첨가하여 혼합한 후 적어도 2년에서 12년까지 나무통에다가 발효를 시킨다. 그 당분이 에틸 알콜(ethyl alcohol)로 변형 된 것을 증류시킨 것이다. 증류주라는 입장으로 보면 소주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미국의 바에서 바텐더에게 위스키를 주문할 적에 '싱글' 혹은 '더블'이라고 하는 것은 그 양을 의미하는 것이고, 스트레이트(straight)로 하지 않을 경우에는 대개 얼음에다가 부어 마시는 '온더락'(On the rock)이 있고 소다나 물에 섞어 마시기도 한다. 지금도 한국으로 가는 국제선을 타고 가다가 보면 한국 사람들이 쉐바스 레걸(Chivas Regal) 이라는 상표의 혼합 위스키(Blended Whisky) 한 두 병씩을 사는 걸 많이 보게 된다. 우리도 지금은 이 위스키를 많이 마시는 모양이다.

십자군 전쟁 때 아랍과 중세기의 기독교 수도사들로 부터 배운 이 증류주가 특별히 스코틀랜드에서 발전하는 바람에 위스키 중에도 스캇치(Scotch) 위스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 그들의 장인 정신과 산 높고 골 깊은 수질이 좋기 때문인 모양이다. 아이리쉬(Irish) 위스키도 알려져 있고, 우리에게는 버본(Bourbon) 위스키로 알려진 미국 켄터키(Kentucky) 주에서 옥수수로 생산된 위스키, 캐나다 위스키 그리고 스캇치에서 배운 일본의 위스키도 등장하고 있다.

스캇치의 애국주의자였던 로버트 번즈(Robert Buns)가 18세기에 '위스키 한 잔이면 지혜가 솟고 활기와 기지가 생기며 모든 근심이 스러진다'고 시를 쓸 정도로 그들이 즐기던 애주였다. 그들의 애환의 향기와 같은 은은한 이 술은 그들이 만나고 헤어질 때면 언제나 마시는 스캇치의 술이다. 좋은 위스키는 뒤끝이 깨끗하고 향기가 독특한 것이 특징이다.

위스키의 어원은 켈틱(Centic)어의 우스키보(Usqubaugh) 라는 라틴어 아쿠아 비타(Aqua Vitae)에서 왔다는 것이다. 그 라틴어는 '생명의 물' 이라는 뜻이었는데, 우리네 소주와 같이 그 옛날에 모든 음식이 오래 되면 상하는데 위스키는 불멸의 영혼 같이 변함이 없었고, 상처에 부으면 쉬 아물고, 마시는 자는 기분이 좋아졌으니 생명의 물이라고 할만 했을 것이다.

이런 날은 정 깊은 친구랑 오래 묵은 위스키 한 잔을 온더락에 마시고 싶은 저녁이구나. 옛 친구랑 오징어 다리를 곁들여 소주 한 잔도 또 어떠랴.

길벗

[젤라]

산방의 카우보이님!,....안녕하세요? 저는 술은 잘 모르오나, 님의 글을 보니 인디언들의 이름들이 오묘한 뜻이 내포되었듯이, 우리술의 멋진 백주, 기주, 한주로부터 세계여러나라의 애호주들이 멋스런 유래로 전해지는군요?,...어떤 애주가는 차에도 위스키를 한방울 떨구며 함께 마시더라구요?

[명숙]

난 술이라면 물건너온건 싫고 그저 백세주나 매실주 젤 좋은데 ..

[반딧블a]

크아악~~~~~~~좋아요 좋아~(전 술은 별로 못마시지만 기분하나는 잘 맞추지요)

[스톤]

젤라님,명숙님,반딧불a님, 고맙습니다. 꼬리글 달아주셔서요.복 많이 받으실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