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갈취 70% 차지…업무방해(15%)·채용 강요(12%) 뒤이어
경찰청장 "고용관계 바로 잡고, 법치·공정 확립 계기"
#A씨 등은 갈취를 목적으로 '노동조합' 명칭의 범죄집단을 조직하고 수도권 일대 14개 건설 현장에서 복지비 명목으로 총 1억7000만원을 갈취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노조 본부장 등 10명을 검거하고, 이 중 J파‧B파 폭력조직원 3명을 포함한 7명을 구속했다. 건설현장 폭력행위(건폭) 최초로 형법상 '범죄단체조직·가입죄'도 적용됐다.
#B씨 등은 장애인 노조원이 없는 장애인노조를 만든 후 '건설현장 장애인 의무 고용 규정'을 빌미로 "노조원을 채용하지 않으면 장애인 휠체어 부대를 동원해 현장을 마비시키겠다"고 협박하고 항의하는 피해자를 폭행했다. 이에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장애인노조 지역 본부장 등 6명을 검거하고, 이 중 1명 구속했다.
◇4829명 송치, 148명 구속…금품갈취가 70%, 양대노총 58.9% 차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부터 250일간 시행한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으로 4829명을 송치하고, 이 가운데 148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송치된 인원을 불법행위 유형별로 보면 전임비, 복지비 등 각종 명목의 금품갈취가 3416명으로 70.7%를 차지했고, 건설현장 출입 방해·작업 거부 등 업무방해 701명(14.5%), 소속 단체원 채용 및 장비사용 강요 573명(11.9%) 순으로 인원이 많았다.
송치 인원 중 소속 단체별로 보면 양대 노총이 2890명으로 58.9%를 차지했고 기타 노조 및 단체가 1829(37.9%)명, 개인이 110명(2.3%)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 인원을 기준으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비율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구속된 피의자 148명을 유형별로 보면 금품갈취가 124명(83.8%)으로 가장 많았고, 채용 및 장비사용 강요 20명(13.5%), 업무방해 3명(2.0%), 폭력행위 1명(0.7%) 순이다.
◇조폭 가담한 17개파 25명 검거…장애인없는 장애인노조, 유령환경단체도 검거
경찰은 이번 특별단속에서 전·현직 조폭 신분으로 스스로 노동조합을 만든 후 건설 현장에서 각종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관리 대상 조폭 17개파 25명을 검거하고, 이 중 7명을 구속했다. 특히 폭력조직과 유사하게 지휘‧통솔체계를 갖추고,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갈취행위를 한 5개 단체에 대해서는 형법상 범죄단체(집단)조직죄를 적용했다.
장애인 없는 장애인노조나 유령 환경단체, 사이비 언론인 등 노조나 공익 단체의 외형만 갖추고 '건설사 괴롭히기식'의 업무방해, 금품 갈취 등 폭력행위를 일삼은 단체들도 다수 검거했다. 세종경찰청은 환경단체 산하에 살수차 조합을 설립한 후 건설사를 상대로 "환경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협박해 살수차 사용료 4억원을 갈취한 조합장‧부조합장 2명을 구속했다.
건설 현장 주변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과도한 소음을 발생시켜 민원을 야기하거나 교묘한 방법으로 공사장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도 중점적으로 단속했다. 경기북부청은 건설 현장 출입구 앞 도로에 수백개의 동전을 뿌린 뒤 이를 하나하나 천천히 줍는 방식으로 26회에 걸쳐 공사를 방해한 건설노조 집행부 3명을 검거해 이 중 2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건설 현장에서 각종 이권을 취하기 위해 동료를 칼로 협박하고 현장을 점거하거나 불법을 제지하는 경찰공무원을 폭행하는 등 극렬행위자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안산 아파트 재건축 건설 현장에서 채용 요구를 위해 현장에 무단으로 진입한 후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경찰 방패를 뺏은 뒤 휘둘러 상해한 혐의로 지역건설노조 5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
◇상시단속체제 유지…경찰청장 "법과원칙 바로세울 것"
경찰은 250일 동안 진행된 특별단속을 통해 채용 및 장비사용 강요→사측이 거부하면 집회 개최 등 민원 야기, 출입 방해 등 공사방해 →방해행위 중단을 대가로 금품 협박‧강요 →금품 등 금전적 이익을 갈취하는 일련의 순환구조를 확인했다.
또한 수년간 유지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불법을 일삼으며 건설 현장을 상대로 갈취를 지속해 온 다수의 노조에 대해서도 수사했다. 구속 사건을 중심으로 유죄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건설 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의 경우 특별단속에 준하는 상시 단속체제를 구축해 강력하게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특별단속을 통해 건설 현장의 고용관계를 바로 잡고, 법치와 공정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경찰은 앞으로도 건설 현장에서 공정과 상식, 정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송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