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방관하거나,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행위나, 모두가 나라에 불충되기는 마찬가지란 말이 있네, 예컨대 집에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쥐를 잡자는 게 목적인데, 쥐가 없다는 구실을 내세워 쥐도 못 잡는 고양이를 기를 수야 없지.
나는 이 시해 사건을 명쾌히 조사해서 법대로 다스려 역사에 오점이 남지 않도록 신명을 다 바쳐야 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이야, 하물면 이처럼 협의가 뚜렷한데도 불구하고 무사안한 일만 꾀하란 말인가? 당연히 나로서는 이렇게 생각하네, 鄭총장 대한 수사는 필요불가결의 것이라고.“
처음과는 달리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全사령관의 얼굴을 올려다본 盧소장은 순간 온몸으로 전류처럼 찌르르 흐르는 전율을 느꼈다. 그만큼 全사령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렇다면” 하고 노소장이 물었다. 다른 어떤 말도 감히 입 밖에 끄집어 낼 수가 없었다. 한참 만에 全사령관이 입을 떼었다. “이렇게 하면 어때? 우리가 政총장을 모시고 그 분의 진의를 직접 들어보는 게?“ ”진의“
“그렇지 그분은 그래도 이 나라의 육군참모총장이야, 우리가 자연스럽게 그 분의 진의를 들어 본 다음에 부드럽게 참모총장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라든가 하면....그 분의 옳은 처신을 하도록 우리들이 진심으로 충고해 주자는 걸세. 사나이의 처신에 왕도가 있다면 단 한 가지가 아니겠나? 명예로운 퇴진! 특히 군인은 죽을 때 깨끗하게 죽어야하고 또 그에 못지않게 명예롭게 퇴진할 줄도 알아야해, 책임을 지고 깨끗이 물러난다면 국민들도 과연 참모총장다운 용기 있는 군인이라고 다시금 우러러보게 될 것이 아닌가?“ ”글세“ 盧소장은 얼른 판단을 내릴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지금까지 鄭총장이 해온 일들을 보면 순순히 알아들을 분 같지는 않아. 실은 진작부터수사관들의 제안도 있었네, 鄭총장이 관련됐다는 분명한 방중도 있고 또 증언도 있으니 위에 품신을 해서 체포하고 이 사건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그러나 나는 말렸어, 이 혼란한 시국에 참모총장이 시해사건에 관련돼 조사를 받는다면 전체국민의 심정이 어떻겠나?“ 이 사건에 군부가 분열된 것으로 오판한 김일성이가 엉뚱한 도발을 할지도 모르고... 그래서 나는 모든 게 안정될 때 까지 기다리라고 했지. 한 달 정도면 모든 게 평온해질 거라고,
그러면 그 때 가서 정확한 수사를 하고, 혐의가 분명하면 아까 이야기한데로 명예로운 퇴진을 충언할 생각이었지. 윤필용 장군이나 박임항 장군의 경우에도 수사관들에게도 순순히 응해준 전례가 있으니까. 그 분들은 지금 얼마나 떳떳한가. 그런데 그게 도무지 뜻대로 되지 않고 있네. 김재규 공판도 진행 중이고 해서 우리 수사관들이 간단한 진술을 받자고해도 불응한단 말이야.“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아?“ “글세, 그게 말이야....”하고 全사령관은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말을 이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우리 군에서 신망이 있고 정의로우며 청렴결백한 지휘관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물론 鄭총장과 사이도 가깝고 또한 의기가 투합할 수 있는 지휘관 말이야" 그리하여 구국충정의 마음으로 지금까지의 일을 선배장군들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鄭총장을 잘 설득해서 이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방안으로 계획을 세웠다. 군에서의 명예는 굉장히 종요하며 어쩌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것이 명예라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鄭총장의 명예퇴진이었다. 그러나 이에 불응한 鄭총장은 오히려 합동수사 본부장의 자천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역사의 과장은 무의미 하겠지만 그때 鄭총장이 명예퇴진을 했더라면 鄭총장 자신도 역사 앞에 국민과 군으로부터 존경과 대접을 받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첫댓글 도의적으로도 사퇴해 마땅하였지요. 대통령 시해 현장에 김재규에 의해 인도되어 적어도 이용당한 것은 분명한만큼 스스로 물러났어야죠. 그리고 시해 후에도 김재규와 함께 동행하고 시해중에도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것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