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ping color 캔디처럼 알록달록한 컬러를 머금은 퍼 코트가 런웨이로 쏟아져 나왔을 때 여자들은 잠
시 숨을 멈춰야 했다. 그 어떤 패브릭에 쏟아부어도 그렇게 비비드한 컬러로 표현되기
힘들 것 같은 블루, 레드, 옐로, 핑크색 퍼의 행진은 마치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아름
다워 보였으니까. 크리스찬 디올은 매우 볼륨감이 있는 여우 털에 연두색이나 핑크색을
물들였고, 에밀리오 푸치는 선명한 그린과 바이올렛을 비롯한 다양한 컬러의 올록볼록
한 퍼 코트를 스팽글 코트와 시그니처 프린트 의상에 매치해 줄줄이 등장시켰다. 베르사
체 역시 비비드한 레드와 블루로 염색한 납작한 노루 털이나 소담스러운 담비 털 코트를
선보였으며, 웅가로는 오렌지색 퍼 코트를 입은 모델이 마치 아무런 이너웨어도 입지 않
은 듯이 코트 깃을 움켜쥐고 걷게 해 전형적인 팜프 파탈 룩을 연출했다. 눈이 시릴 정도
로 컬러풀한 퍼 향연의 한켠엔 좀더 은근하고 은은한 방법을 선택한 디자이너도 있었다.
바로 루이 비통 쇼를 위한 마크 제이콥스의 새로운 퍼 가공법인데, 화가 베르메르의 팔
레트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빛바랜 듯한 컬러와 낡은 텍스처를 얻기 위해 모피에 컬러를
입히고 말렸다가 워싱해 다시 컬러를 입히는 복잡한 핸드메이드 과정을 거쳤다. 덕분에
태어난 컬러는 수선화 같은 핑크 퍼 드레스와 그레이가 섞인 피치 오렌지 퍼 코트 등이다
. 아무튼 보는 사람을 황홀경에 빠지게 만드는 컬러 퍼를 소화해내는 방법은 크게 두 가
지다. 먼저, 다른 모든 것은 철저히 배제하고 컬러풀한 퍼 코트만을 부각시키는 방법으로
베르사체 쇼처럼 블랙 타이츠와 블랙 하이힐만 신는 것이 시크해 보인다. 두 번째는 퍼
코트의 컬러에 맞춰 컬러풀한 이너웨어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에밀리오 푸치의 스타일링
처럼 바이올렛 퍼 코트엔 핑크 시퀸이 달린 이브닝 드레스를, 그린 퍼 코트엔 라이트 그
린과 옐로가 섞인 프린트 의상을 매치하는 것이다. 물론, 두 번째 방법은 12월의 파티를
염두에 두었을 때만 시도할 것!
1. 볼륨감과 퍼의 텍스처가 특징인바이올렛 컬러의 빅 사이즈 퍼 코트. 소니아 리키엘
제품. 2. 은은한 라일락 컬러와 리본 장식이 사랑스러운 토끼털 재킷.랄트라모다 제품. 3. 퍼를 납작하게 눌러 독특한 텍스처효과를 낸 스카이 블루 컬러의 크롭트 재킷.사바티
에 제품. 4. 밑단에 시퀸과 비즈가 장식된샴페인 골드 컬러의 스커트.마인 제품. 5.히피풍의 퍼 베스트. 서스데이 아일랜드 제품. 6. 악어 가죽과 밍크 퍼가 믹스된 핫 핑크 컬러의 앙증맞은 볼레로. 퓨어리 제품. 7. 장미 모티브의 코르사주 장식으로 이루어진 미니 사이즈의 밍크 토트 백. 퓨어리 제품. 8. 소매 부분에 여우 털이 장식된후드 베스트. 지안 프랑코 페레 제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