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나 할리우드나 요즘 가장 주목받는 직업은, 경찰이다. 범죄는 삶의 도덕률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표현방법이 일상생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극단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탈에의 욕망을 갖고는 있지만 현실화하지 못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범죄자와 가장 가깝게 있는 경찰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찰은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기본적으로 범죄영화는 쫒는 자와 쫒기는 자가 형성하는 수직적 깊이가 있고 그곳에서 긴장감이 발생한다.
[나크]는 낯익은 할리우드식 경찰영화다. 버디 무비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경찰영화처럼, 디트로이트 비말마약수사대(Undercover Narcotics Officer), 나크라고 불리우는 그곳에서 오크와 닉은 한 팀을 이루고 경찰을 살해한 범인을 잡기 위해 마약판매상들을 수사한다. 대부분의 버디 무비는 두 사람의 캐릭터를 정반대로 가져간다. 그래야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 해결의 중심 내러티브 이외에도 캐릭터의 상이함에서 오는 충돌이 관객들에게 극적 재미를 선사한다.
[나크]의 두 사람은 기존의 버디 경찰영화 주인공들과는 조금 다르다. 마약집단을 소탕하기 위해 본인 스스로 마약상으로 위장했던 비밀경찰 닉은, 범인을 뒤쫒던중 총기 오발사고를 일으켜 정직 중이고, 오크는 죽은 비밀경찰과 파트너였다. 닉은 이번 사건이 해결되면 내근직을 주겠다는 상부와의 약속으로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고, 오크는 자신의 파트너를 죽인 범인을 찾아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따라서 [나크]의 극적 재미는, 캐릭터의 상이함에서 오는 충돌보다는 각각 개인적 이유로 범인을 쫒아가는 수직적 추적 구도에서 온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에 파고든다고 생각했는데, 나선형의 계단을 돌아가는 것처럼 우회한다. 그리고 범인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내부자 거래로 내러티브가 귀결된다. 부패한 경찰 집단의 [내부의 적]을 고발하는 변주 형식의 이야기 전개는 사실 낯익은 것이다.
그러나 [나크]가 매력적인 이유는 다른데 있다. 도입부의 격렬한 헨드헬드 카메라는 충분히 우리를 사로잡을 만큼 스타일리쉬하다.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범인, 그를 뒤쫒는 형사, 그들의 쫒고 쫒기는 팽팽한 라인이 격렬한 호흡으로 잡혀 있다. 점프컷으로 더욱 빠르게 전개되는 오프닝 씬은, 이 영화가 낯익은 내러티브를 갖고 있지만 도발적인 스타일리스트의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말 부분의 대폭발은, 지금까지의 모든 상투성을 충분히 극복할만한 힘을 갖고 있다. 형사들의 가족이나 사랑에 관련된 씬들은 오렌지빛으로, 범죄와 관련된 부분은 블루 필터로 찍혀져 있는 도식적 설정은 거슬리지만,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긴박한 상황을 조성하는 평행편집의 효과도 좋고, 모든 힘을 응집시켜 후반부에 대폭발시키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미션 임파서블3]의 감독으로 내정된 조 카나한 각본 연출 작품이고, [좋은 친구들]의 레이 리요타와 [슬리퍼스]의 제이슨 패트릭이 각각 오크와 닉을 맡아 열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