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5. 금요일. 인천광역시 중구 영종도 백운산 255.5m
무척 더운 날씨이지만 숲속을 거닐게 되면 시원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산에 갔다. 낮은 산이지만 조망이 좋다는 영종도 백운산은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내려 상당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운서역에서 우측 주차장 옆길을 따라 가다가 전철 아래로 난 큰길을 따라 계속 가면 큰길 위로 동물 이동통로가 있고 계단으로 오를 수 있기에 그 위로 올라갔다.
걷는 사람이 전혀 없는 길을 따라 산을 바라보며 혼자 걸어가는 걸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비가 올지 몰라 가져간 우산을 펴서 파라솔로 사용하며 햇빛을 가리고 걸었다. 동물통로에 ‘백운산등산로입구’라는 큰 글씨의 안내판이 있었다. 그런데 등산로가 희미했다. 희미한 등산로가 계속되기에 따라가니 고개를 넘었고 백운산은 저 멀리 다른 산으로 우뚝했다.
산을 내려와 백운산을 바라보며 다시 걸었다. 비 때문에 도로가 많이 손상되어 있고 여기저기 물이 흐르고 있었다. 또 하나의 동물이동통로가 나왔다. 그리고 거기에 등산로 표시가 있었다. 표시대로 길을 따라 가는데 물이 흐르는 손상된 등산로였다. 조금 오르니 둘레길 표시가 나오는 다소 넓은 등산로와 만났다. 정자가 있고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삼거리 이정표가 있었다. 젓고개라는 곳인가 짐작되었다.
둘레 길에서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길이 나뉘었다. 정자에서 쉬고 있는 두 사람에게 안내를 받아 정상으로 바로 오르지 않고 둘레 길을 따라 정상으로 갔다. 산 아래 동네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이 뒤따라 와서 함께 이야기하며 갈 수가 있었다. 산과 주변을 잘 아는 분이어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물이 좋다는 약수터도 있었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600m를 걸어 오르니 정상이었다.
정상에는 정자와 전망시설이 잘 만들어져 있었다. 전망대가 나무 그늘이 없이 햇빛에 노출되어 있어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운무가 있어서 인천대교가 조금 희미하게 보였고 공항과 주변 신도시, 바다가 많이 보이는 조망이 아주 좋은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어서 인천대교를 가까이 당겨 길게 볼 수 있었다. 오래 보고 싶었지만 햇빛이 따가와 정자로 자리를 옮겨 함께 오른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상당시간을 보냈다.
하산은 용궁사를 보기 위해 정상의 헬기장 부근에서 영종출장소 방향으로 했다. 상당히 급경사 길을 내려와야 했다. 만남의 광장, 체력단련소를 지나 용궁사에 갔다. 대원군이 와서 절 현판을 써 주었다는 절로 뜰에 큰 나무 한그루가 유독 눈길을 사로잡았다. 용궁사를 구경하고 다시 산으로 올라 희미한 등산로로 가다가 둘레 길을 만났다. 둘레 길에서 좌측으로 갔어야 했는데 우측으로 간 것이 먼 길을 걸어야 했다. 작은 봉우리를 몇 개 오르내리면서 끝까지 갔다. 운북동이었다.
전철역은 운남동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백운산의 가장 긴 능선을 걸은 것이다. 운북동의 전원 주택지역으로 내려간 것이다. 덕택에 여유 있는 예쁜 전원 주택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운서역까지는 큰 길을 따라 1시간 이상 걸어야 했다. 조금 걸었을 때 소나기를 만났다. 바람이 불고 세차게 내리는 비를 작은 우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인도도 없는 자동차길인데 금세 길에 물이 흐르고 양방향으로 자동차들은 질주를 하는데 혼자 걷는 길이 힘들었다.
갑자기 내 입에서 하나님을 부르며 잠시 비를 멈추게 해 주십사하는 기도를 간절히 하며 걸었다. 그 때 갑자기 바로 내 옆에 가던 트럭이 멈추더니 타라고 했다. 너무 반가웠다. 트럭에 타고 운서역까지 갔다. 비를 잠시만 멈추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비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쉽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사랑의 하나님께 한없는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수염을 텁수룩하게 기른 젊은 기사의 마음을 움직여 주셨음을 알 수 있었다. 내리면서 기사에게 감사하며 복을 빌어 주었다.
공항철도가 서울역까지 운행되기에 서울역에서 전철 1호선으로 환승하여 귀가했다.
무더운 날씨였지만 기쁘고 감격스러운 체험을 하게 된 뜻 깊은 하루를 감사하며 마감했다. (관련 사진은 사진 1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