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mbc 라디오에서 전화가 왔네여.
일전에 "최유라 조영남의 라디오 시대"에 글을 하나 올린 게 있었는데, 그게 당첨되어 방송되었다고 상품을 보내 준다고...
상품은 싯가 62만원 상당의 침구 세트라고.
아구~ 이게 웬떡이냐.
난 글을 올리고 연락이 없기에 채택되지 않았나 보다 하고 잊고 있었는데 이미 2 주 전에 방송되었다네여.
'mbc 미니' 로 들어가 다시듣기로 들어 보니 내가 쓴 글을 요약하여 방송이 되었네여.
최유라는 날카롭고 고급스런 표현이라 하고.. 조영남은 만나서 식사라도 한 번 해야겠다네여.
ㅎㅎㅎ... 물론 농담이겠지만... ^^
여기 벗님들을 위해 mbc 에 올린 글 원문을 다시 붙여 올림다.
즐감 하세여.
////////////////////////////////////////////////////////////////////////////////////////////////////////////////////
제목 : "주칙 바가지 조영남"
나는 31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귀촌하여 나무를 기르며 사는 사람입니다.
요즘은 낮에 일을 하든가 쉴 때 '최유라 조영남의 라디오 시대'를 예전보다 더 자주 듣게 되는데요,
오늘은 조영남 아버님에 대해서 몇 말씀 올려 보고자 합니다.
조영남 아버님은 나무로 치면 바로 '모과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쩜 그리 모과를 닮았는지 정말 무릎이 탁! 쳐질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모과를 보고 세 번 놀란다고 합니다.
쳇째, 모과가 너무 못생겨서 놀라고,
둘째, 못생긴 모과가 향기가 너무 좋아서 놀라고,
셋째, 그 향기 좋은 과일이 맛이 너무 없어서 놀란다고 합니다.
조영남 아버님이 바로 그렇지요.
얼굴이 너무 못생겨서 놀라고,
못 생긴 사람이 노래를 너무 잘해서 놀라고,
노래를 그렇게 멋지게 하는 사람이 행동은 주책 바가지이여서 놀라게 됩니다.
진짜 눈이 나빠선지 아니면 얼굴을 가리려는지 오래 전부터 뿔테 안경을 애용하고 계신데요, 큰 안경 쓴다고 그 모과같은 얼굴이 가려지나요?
차라리 모과처럼 민낯을 드러내고 향기로 승부하는 것이 나을 듯 합니다.
실은...
나는 오래 전부터 조영남 아버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나는 우리나라에서 조영남 만큼 노래 잘하는 가수는 없다고 생각했었고,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조영남 아버님. 정말 노래 잘 하십니다.
대중가요면 대중 가요, 가곡이면 가곡, 팝송(번안가요)이면 팝송...
이것저것 잡식성의 노래를 하지만 무슨 장르의 노래든 조영남식으로 멋드러지게 소화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리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아버님 노래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바로 흘러간 옛노래입니다.
내 주위의 여러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도 청년시절엔 트로트(뽕짝)는 아예 근처에 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눈물젖은 두만강'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 노래 지금 누가 부르는 거지? 엉? 조영남 목소린가...
어쩜 저렇게 트로트 노래를 가곡같이 하지?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가수에 따라 저렇게 다른 노래가 된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A라는 노래를 국악인이 부르면 창이 되고 성악가가 부르면 오페라가 되고
조영남이 부르면 왠지 모르게 가곡같은 느낌이 들면서 품위있고 시원한 멋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조영남의 흘러간 옛노래를 찾아 듣게 되었고 더욱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조영남이 행동거지는 왜 그리 실망스러운지 그게 좀 안타깝습니다.
처음엔 나도 노래에 반해서 그랬는지 그의 행동까지 예쁘게만 보였는데, 나이가 들어 갈수록 조영남 노래는 최고지만 행동은 주책바가지란 거 외에 다른 생각의 여지가 없어지데요.
그런데 그 주책 바가지도 사실은 절제가 있다는 걸 언뜻언뜻 보게 됩니다.
TV 나 라디오에 나오는 그는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지만, 그걸 무기로 좌중을 휘어 잡고 언제나 큰 웃음을 선사하지요. 주책 바가지는 바로 그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인기의 비결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과는 못생긴 게 향기만 좋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또다른 유익한 점이 있습니다.
얇게 썰어 꿀에 타서 차로 마시면 기침, 기관지염에 좋다 하고요, 술을 담그면 술맛 죽여 줍니다.
조영남 아버님도 노래만 잘 하는 게 아니라,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고, 무엇보다 주책 바가지 이미지로 항상 우리에게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커다란 뿔테 안경 속에 눈을 지그시 감고 '딜라일라'를 부르던 앳된 모습이 어느새 칠순의 노신사가 된 조영남 아버님.
좋은 모습으로 앞으로도 우리 곁에 오래도록 같이 하시기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신청곡 : 조영남의 '눈물젖은 두만강'
첫댓글 글이 맛갈지구만, 탄탄한 내공, 단단한 통섭인지능력,
제대로 살아온 장년의 세월이 자랑스럽슴니다. 70만원
에 달하는 상품수상을 축하,,,,함니다. 이것은 최근찍은
오목교의 잉어들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