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싱글 인 서울>
1. 오랜만에 가벼운 로맨스 영화 한 편을 봤다. SNS에 솔로의 삶을 멋지게 표현해서 올리는 한 남성을 신인작가로 선정한 출판사가 기획의 극대화를 위해 로맨스 소설로 알려진 기존의 작가와 같은 주제로 서로 다른 지역에서의 ‘혼자만의 삶’을 젊은 세대의 감각으로 보여주는 기획을 진행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 편의 작품이 <싱글 인 서울>과 <싱글 인 바르셀로나>였다.
2. 영화는 혼자만의 삶을 즐기던 까칠한 남성과 그를 고용하여 작품을 만들어내려는 편집장 여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첫 만남에서 두 사람이 같은 대학 선후배라는 점이 밝혀지고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신인 작가와 함께 기획에 참여한 기존 작가가 과거 서로의 연인이었다는 점이 밝혀졌고, 이러한 기획은 출판사 사장의 은밀한 제의와 기존 작가의 동의에 의해 진행된 것이다. 모욕감을 느낀 신인 작가는 작품 제작을 포기하려했지만, 그 가운데 서로에 대한 진실을 이해하고 아무리 혼자 만의 삶을 중시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서로들 간의 관계와 협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아주 상식적인 진리를 파악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영화의 핵심은 내용상의 전개보다는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감정과 미묘한 애정의 순간순간이 재치있게 표현되는 모습일 것이다. 최근에 보았던 조금은 무거운 작품들과 대비되는 경쾌한 시선의 전개가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었는가 싶다.
3. 특히 이 영화가 나에게 준 특별한 매력은 영화의 배경이 나에게는 너무도 익숙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출판도시’라는 점이다. 영화의 반 이상되는 배경은 명필림 카페나 명필림 건물이었고, 그들이 만나고 활동하는 공간은 ‘지혜의 숲’과 ‘지지향 호텔’이었다. 가장 내밀한 장소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듯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만나고 일하고 사랑하는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영화 속에 재현된 ‘출판도시’는 말 그대로 ‘책’과 ‘영화’와 관련된 아름다운 공간이자 그 속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열정이 숨쉬는 장소였다. 영화는 출판도시를 배경으로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특별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한 편으로는 로맨스이지만,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책과 문화에 대한 사랑이 드러나있는 것이다. 전문적인 직업으로 문화적 창조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나 또한 문화적 공간에서 일상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나에게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있다. 그런 기억이 ‘낭만’을 꿈꾸는 철없는 삶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간다 할지라도....
첫댓글 - 고향같은 배경과 인물, 나의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