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격투기 능력이 향상될까 (8)
이번부터 몇 편에 걸쳐 각종 운동 및 스테로이드에 대한 폭넓은 경험 및 이해를 갖고 있는 전문가 A씨와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여러 스포츠 내의 약물 사용 실태, 전문적인 약물 지식, 그리고 무시무시한 부작용 등 아마 이제까지 많은 분들께서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충격적인 내용들이 많을 걸로 생각합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A씨는 현재 누구보다도 강력한 스테로이드 반대론자로, 인터뷰 내내 정보 전달이 목적일 뿐 결코 스테로이드 복용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 의향이 없으며, 혹시라도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약물 사용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하루 빨리 마음을 고쳐먹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현재는 코치생활을 하고 있지만, 과거엔 물론 운동 선수였다. 학창 시절 유도를 하다가 부상을 입은 후 보디빌딩으로 전향했다.
한때는 세계에서 활약하는 프로 보디빌더를 꿈꿨기에 1990년대 중 후반 미국에 잠깐 머무른 적도 있다. 현지 지역대회에 몇 차례 출전하기도 했는데, 이때 사실 현지 보디빌더들의 많은 약물 부작용을 직접 확인했다. 내가 아주 쓰레기 같은 걸 하려고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수생활을 그만둔 후에는 몇몇 프로야구 선수들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도한 적도 있고, 현재는 보디빌더 몇 명 키우면서 다른 종목 선수들의 웨이트 트레이닝도 가르치고 있다. 물론 절대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은 권하지 않는다.
직접 해 본 경험자로서 스테로이드의 효과는 어땠는가?
인터넷에서 스테로이드 사용후기라며 돌아다니는 글들은 대부분 흥미 위주로 올린 글들이라 진실과는 차이가 있다. 나 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은 순수근육이 몇 킬로 증가했네, 힘이 얼마나 늘었네 그런 것 보다는 형태를 본다. 즉 다 무시하고 거울과 친해진다. 제 아무리 중량이 늘고 체지방이 준다는 데이터가 나와도 형태가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물론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인터넷에서 스테로이드 복용 전후 몸 변화라며 돌아다니는 사진 한 장
내 경우를 설명하자면, 초창기엔 다이어트 중 근손실 최소화를 위해 사용했다. 후에 벌크업을 위해서도 쓰긴 했지만.
사실 데이터 상으로 나타난 근육 증가는 쉽게 이야기하면 근섬유질속에 수분 보유가 많아진 탓이다. 약을 중단하면 자연히 줄어든다. 내추럴로 생성된 것과는 달리 근육량 및 근력에서 손실이 많다. 물론 다 잃어버리는 건 아니다. 약을 중단한 후에도 가능한 한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중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수준이 되면 중량 치는 것은 집중력과 스킬이다. 격투기 쪽에서 흔히 ‘힘 좋다’고 얘기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본다. 단순 중량리프트는 초창기에 수준이 미약할 때엔 엄청나게 발전한다. 예를 들자면 50kg 드는 사람이 약물 사용 후 100kg로는 금방 늘어도, 약물 사용하며 100kg 드는 사람이라면 뭘 써도 150kg로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늘었다면 아직 수준이 안 되는 상태거나 거짓말 둘 중 하나다. 어떤 약을 써도 결국엔 각고의 노력 없이는 뭐든 불가능하다.
어떤 약을 쓰면 10kg가 증가하네, 이렇게 떠도는 얘기들이 많은데,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그 약으로 세 번 사이클 돌면 30kg가 는다는 얘기 아닌가. 말이 안 된다. 그 말대로라면 누구나 챔피언 하고도 남을 거다.
처음부터 약을 막 쓰지는 않는다.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피기 위해 2주 정도 마일드한 것으로 써주며 적응기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사이클에 들어가면 순수한 근육만으로 10kg 증가도 가능하지만, 그 후 많은 부분을 다시 잃어버리니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죽어라 운동해야 뭐든 가능하다.
금지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보디빌더들끼리 자웅을 겨루는 ‘내추럴 보디빌딩’ 대회의 모습. 역시 프로 보디빌딩 대회와는 근육의 크기 등에서 차이가 심하다.
그렇다면 스테로이드를 한 것과 안한 것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신체적으로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을 수 있나? 격투기 쪽에서도 운동 능력 상 굉장한 차이가 나는가?
모든 동화작용의 인체반응 기본은 지방합성/축적이다. 스테로이드를 써도 훈련이 없다면 살만 찐다. 그에 알맞은 강도 높은 훈련이 없다면 하나 마나다. 고로 일반인들은 일단 절대 쓰면 안 된다고 보면 된다.
약물을 사용하면 힘이 더 난다거나 성욕이 증가할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사용 초기에는 분명 그러한 반응이 나타나지만, 중반을 넘어가면 대다수의 사용자들이 피로, 의욕상실, 성욕저하를 호소한다. 단 운동할 때 만 힘이 난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면 먹고, 자고, 운동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유전자적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나는 무조건 약물사용을 말리지만, 때려 죽여도 쓴다고 한다면 각고의 노력으로 자신의 조상으로부터 받은 유전자적 한계까지 훈련해서 다다른 다음, 더 이상 안 된다면 쓰든지 말든지 하라. 거기까지 운동을 해보지도 않았으면 약에 대해 생각도 하지 말라.
격투기에서 스테로이드가 가져오는 수많은 이점들? 한 가지만 얘기해 보겠다. 감량을 하는데 평소와 똑같이 먹거나 혹은 오히려 더 잘 먹는 데도 체중을 맞출 수 있다면 꿈같은 이야기 아닐까? 거기다 체중은 불지 않고 힘만 는다고 생각해 보라. 시합에 임하는데도 전혀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떨리지 않고 상대방에게 엄청난 적개심이 절로 든다고 생각해 보라. 효과는 상상하는 대로다.
그렇다면 도핑 테스트는 어떻게 피하나?
도핑 테스트를 피하는 방법은 다 같다. 일단 약을 쓴 다음 체내에서 그 약기운이 다 없어지면 아무리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다 한들 약물을 사용한 효과가 미미해지니 건강 버리면서 그렇게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모든 약물에 있는 반감기(약 성분의 효과가 반으로 주는 시기)에 이뇨제와 클리너, 엄청난 양의 비타민 B군(특히 비타민 B6)과 크레아틴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소변 검사에 쓰이는 소변을 희석시키는 것이다. 이뇨제도 불법이지만 천연 이뇨제도 많기 때문에 도핑 테스트에서 다 잡기가 어렵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널리 애용되는 소변 테스트. 하지만 이를 통과하는 테크닉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예전에는 여자는 콘돔에 미리 소변을 넣어두고, 남자는 소변카테터에 남의 소변을 주입한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카더라 통신’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불가능할거라 생각한다. 역시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위에서 설명한 이뇨제 사용이다. 이뇨제 사용만 5일 전에 끊어주면 절대 걸리지 않는다. 아마 99%는 이 방법을 쓸 것이다.
그 외 금지 약물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스테로이드 외에도 그 비슷한 효과를 내는 펩타이드호르몬과 유사체들, 요즘 각광받고 잇다는 인슐린, 그 외에도 종목마다 원래부터 많이 쓰이는 약물들, 베타차단제 등 테스트로 잡기 힘든 약물들이 너무 많다. 테스트로도 검출이 안 되다가 최근에서야 가능해진 경우도 많고.
메이저리그의 배리 본즈가 사용했다는 ‘디자이너 스테로이드’는 어떤가? 도핑테스트를 줄곧 문제없이 통과했던 본즈가 발코 연구소의 고객리스트 때문에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이 발각된 후, ‘효과는 좋지만 절대 걸리지 않는 스테로이드’로 한때 관심을 받았는데?
'디자이너 스테로이드'란 치료목적이 아닌 오로지 운동능력 향상을 위해 개발된 약물이다. 기존의 스테로이드를 생산자가 디자인(수정)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흔히 스테로이드 스택(더 큰 효과를 보기 위해 여러 스테로이드를 조합하는 것)을 짜주는 사람을 ‘스테로이드디자이너’라 부르는데, 기존의 스테로이드에 뒷부분 화학식을 꼬아서 인체에서 원래 나오는 스테로이드로 변환되게 만든 게 바로 ‘디자이너 스테로이드’다. 이건 화학식을 꼬아서 만들었기에 특허 같은 것도 없다. 흔히 ‘프로호르몬’이라 부르는데, 인터넷 여기저기서 ‘프로호르몬’이란 이름으로 파는 몇몇 제품들과는 완전히 별개다.
디자이너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배리 본즈를 비꼬는 사진
도핑에 안 걸리는 건 아니고 잔류기간 및 반감기가 짧아 몸에서 밀어내기가 쉽다. 일반적으로 효과가 기존 스테로이드보다 약한 동시에 부작용도 미미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경구용이라 인체에 무리가 많이 가서 오랜 기간 연속 사용이 불가능하다. 만일 경구용이 아닌 몸에 바르는 제품이 있다면 스테로이드디자이너가 개인적으로 만들어 준거다.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에 강남 2곳, 신촌 1곳, 부산 2곳, 한의원 일부 해주는 곳들이 있다. 다들 pct(스테로이드 복용 사이클이 끝난 후 갖는 휴식기)도 필요 없는 적은 양으로 해 준다. 몸짱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것 같았다. 직접 한 군데와 연결되어 얘기 나눈 적이 있는데, 기존의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는 양 및 기대 효과 등을 얘기하면 아예 해 주지도 않는다.
오래 전부터 불어온 몸짱 열풍과 함께, ‘달콤한 유혹’ 스테로이드도 사람들의 짐작보다 훨씬 깊게 일반인들 곁에 들어와 있다.
아무리 ‘약한 스테로이드’만 해 준다 해도 우리나라에 그런 병원들이 있다는 사실은 너무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훨씬 스테로이드가 넓게 퍼져있는 미국에서는 어떤가? 그렇게 스테로이드를 ‘디자인’해주는 병원들이 많나?
그 부분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흔히 미국에 가면 의사가 직접 짜 주네 어쩌네 하는데, 결코 아니다. 미국에 가도 비슷하다. 쉽게 얘기해 수익이 너무 적기 때문에 전문의들이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 말도 안 되는 지금의 사용량은 의사가 직접 처방하지도 않는다. 또 많은 약물이 ‘연구실 합성, 생산용’이라 처방에 나갈 수조차 없다. 그럼 일부 생산되는 제품들은? 연구용이나 실험용, 제 3국 생산품, 생산은 되는데 판매만 금지하는 이상한 법들을 갖고 있는 나라 제품들, 그런 것들을 구하는 거다.
참고로 스테로이드 사용법에 대해 제일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동구권이다. 공산 국가 시절 이뤄졌던 조직적인 관리 투여 때문이다. 미국보다 독일(동독의 영향)과 네덜란드(관련법이 좀 이상하다고 들었다.) 등, 특히 네덜란드 제품은 우리나라에서 한때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닌 적이 있다.
출처: 네이트(스포츠 칼럼 中에서)
첫댓글 와일드가이님 글 잘 보았습니다... 아래 자격증관련 정보도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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