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노동자후원회 이광열 사무국장님. 그리고 여러 동지께...
작년 7월 구속 이후 염치없게도 정성을 모아 보내주시는 영치금과 물품들, 그리고 안부를 묻는 편지에도 답장 한 번 제대로 보내드리지 못한 스스로의 무심함을 탓하며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보내주신 옥중서한집(푸른 생명)을 읽으며 느슨해진 마음가짐을 되잡으며 반성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구속 사유는 2005년도 칠곡군청의 오폐수 수거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건 발생 후 2년을 묵혀놨다가 느닷없이 출근길에 경찰서에 ‘잠깐 조사할 게 있다’며 이유나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갔던 것이 그 길로 집 나선지 8개월을 이렇게 감방 신세입니다.
지난 12월 27일, 항소심에서 결국 실형 10개월 확정되었고, 또 대우건설 비정규 투쟁과 노동청 점거사건으로 4개월(집유1년)을 동시에 선고 받았습니다.
구속되어 실형사는건 처음이지만 검찰조사 받다보니 벌금, 집행유예... 지난 2000년 이후로 조용할 때가 없이 경찰서 유치장만 6번을 들락거리더니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는데 그동안 운이 좋았던 걸로 속편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속노동자의 2/3가 비정규직 투쟁 관련이라고 합니다만 저 역시, 전비연 사업과 주로 비정규 노동자 투쟁지원을 주로 하다보니 벌이는 일마다 도대체 불법 딱지를 벗어날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제 만기출소일도 5월 6일로 확정되어 거실도 독거방으로 옮기고 차분하게 정리하려니 이번에는 또 검찰조사 받으러 오라고 해서 뭔가 했더니 2005년 12월 국회 비정규 개악법 저지투쟁 관련이라네요. 참... (양태조 실장 구속)
그것 역시 2년 전 사건이지만 공소장 내용을 보니 가당치도 않은 것이 억장 무너집니다. 요즘 이명박 정부 들어서 노동관련 발언이나 신임 관료들의 행보도 그렇고 도대체 얼마나 죄없는 노동자들을 구속할 심산인지 말끝마다 ‘법과 원칙’을 들먹이니...(자본에겐 작은 정부! 노동자엔 강한 정부!)
아무튼 활동가들도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마음으로, 지나가서 벌써 까먹은 사건에도 주의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구속노동자후원회라는 단체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저 자신이 당사자가 되어 신세를 지다보니 진작 관심을 못가진 것도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넣어주시는 ‘작은책’도 잘보고 여럿이 돌려 읽고 있습니다. 보답으로 변변찮은 글이라도 보내드리려 합니다만.
전국에서 비록 창살 안이지만 꿋꿋이 투쟁하시는 동지들의 건투와 조속한 석방을 기원드리며 동지들의 뒤를 따라 비정규직 만큼은 우리의 2세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투쟁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환절기입니다. 각별히 건강에 유념하시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맺습니다.
3/12 서울구치소에서
구 권 서 드림.